5060, 뭐 먹고살지

은퇴 시기가 빨라지면서 인생 2모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퇴직 후 최소 30년, 뭘 하고 살지?


대한민국의 5060세대라면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퇴직 후 뭘 하고 살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봤던 100세 시대가 이미 현실이 되면서 퇴직 이후의 삶, 인생 2모작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길어진 수명만큼, 오래도록 일할 수 있다면야 100세의 삶은 축복이겠지만 알다시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은퇴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해도 베이비붐 세대들이 환갑을 맞아 줄줄이 회사 밖으로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0세가 되는 1959년생은 84만 9,000명에 달한다고 한다. 85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본격적인 퇴직 전선에 서 있는 것이다.

사실 퇴직과 은퇴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맞이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5060세대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우리 윗세대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퇴직 후 최소 30~40년이라는 세월을 살아갈 돈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노후설계를 잘해도, 최소 30년 이상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인 시대가 된 것이다. 주변에서 만나는 또래들의 상황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대학 졸업을 못한 자식이 있어서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할 때까지는 벌어야 하는데”, “나이 많으신 부모님이 크게 아프시면 병원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 10년은 더 일해야 될 텐데.” 이처럼 위로는 부모, 아래로는 자녀 문제 등으로 퇴직과 동시에 이중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노후설계를 철저히 하더라도 최소 30년 이상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재취업? 기승전 치킨집?


가장 큰 문제는 퇴직 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하루하루 현업에서 열심히 버티느라, 자녀 교육 하랴, 내 집 마련하랴, 어느덧 퇴직이 눈앞에 닥친 경우가 많다. 준비되지 못한 퇴직이 가까워 오면, 우선 무얼 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크게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첫 번째가 바로 재취업 모색이다. 그동안의 경력과 전문성을 살려서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실상 나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어려운 시대에 정년이 가까운 이들을 다시 받아줄 기업이 얼저마나 되겠는가.

실제로 중장년 채용 박람회에 가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이 기업별 부스마다 장사진을 이룬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 출신 임원과 부장급 지원자에 고학력자들이 넘쳐나지만, 재취업으로 연결되기란 쉽지 않다. 어렵사리 재취업에 성공해도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에서 의미 있는 자료를 발표했다. 50~60대 중장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퇴직 후 재취업 일자리 경로를 분석한 결과 퇴직자의 절반 이상(51.0%)이 퇴직 후 2회 이상 재취업했고, 3회 이상은 14.5%, 4회 이상은 9.6%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의 평균 구직 기간은 5.1개월, 새로 취업한 직장에서의 평균 재직기간은 18.5개월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5060 일자리 노마드족이 온다’였다. 5060 퇴직자들이 유목민처럼 여러 일자리를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장년 세대가 종사하는 노동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단순한 허드렛일, 열악한 근무환경, 저임금’이라는 공통점을 띤다.

즉, 퇴직 후 열악한 노동시장에 던져져서 5개월 준비해 취업에 성공하고 새로운 직장에서 2년도 못 버티고 퇴직하고 다시 준비하고 퇴직하는 이런 양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눈앞의 몇 년은 보장될지 모르지만, 퇴직 후 최소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놓고 보면 끊임없는 불안감으로 재취업자리를 찾아 헤매는 삶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두 번째 선택은 바로 생계형 창업이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프랜차이즈 개업이나, 편의점, 식당 등의 장사에 뛰어드는 경우다. 기승전 치킨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퇴직자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패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최악의 수가 되기 쉽다.

평생을 닦아온 기술이나 경력을 내려놓고 자신과는 1도 관계없는 자영업에 뛰어드는 건, 60살에 갑자기 정글에 풀어놓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 선배 세대들은 퇴직금으로 빵집, 치킨집을 차려서 먹고살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크게 심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퇴 후 창업에 뛰어든 10명 중 6명은 3년 이내 폐업을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퇴직금을 쏟아 부은 창업에 실패할 경우, 노후자산을 다 써버린 은퇴자들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지만 여유 있는 노후자금을 바탕으로 취미생활 등을 즐기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도 퇴직 후 등산이나 골프, 여행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지인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삶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동안 가고 싶은 곳을 가보고, 못해봤던 취미생활도 하는데 1~2년 정도 지나니 그것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노는 것도 지겹다”며 지극히 사치스런 이야기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인생의 낙이 없다고도 한다.

사실 먹고 살만큼 노후가 보장되면 인생 즐기면서 놀면 되지 뭐 하러 일을 하냐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건 장년, 노년의 삶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람은 살아있는 한 집중하고 열정을 태울 수 있는 일이 있어야 사는 맛이 난다. 적절한 생산 활동을 해야 건강도 유지하고 활기찬 인생후반전을 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5060 스타트업으로 날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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