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전환 계획


기후위기 심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위기 심화는 이제 더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되는 상식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 온난화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이 1970년대다. 벌써 5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았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지구 온난화 속도는 점차 빨라졌고, 이대로 가면 지구 생태계가 파멸적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1.5도 목표’를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5도 목표’는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위한 마지막 방어선 같은 의미다.

과학자들은 이 목표를 지키더라도 산호초의 70~90%가 감소하고, 100년에 한 번꼴로 북극 얼음이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일이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태가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평균온도가 2도 상승할 때에 비해 재난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면, 2도 상승할 때보다 전 세계 피해자를 1천만 명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1.5도 목표’는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파멸을 조금 늦출 수 있는 차선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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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린 뉴딜인가?


지구온난화를 막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면 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는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또 2050년까지는 탄소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40년간 사실상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매우 급진적인 안이다.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45% 감축하려면, 매년 6%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감소량을 6% 정도로 예측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경기 침체에 따라 생긴 일이다. 이런 정도의 변화가 매년 10년간 이뤄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는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의 일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등 비화석연료의 사용을 늘리기 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단지 ‘절약’만 해서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린 뉴딜은 이런 차원에서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기존 화석연료·핵연료에 기반한 전력 시스템은 중앙집중식 시스템이다. 거대 소비지와 인구 밀도가 낮은 발전소 부지를 정해 이들을 연결하는 대규모 송전선로를 설치해놓았다. 전국 각지에서 석탄발전소·핵발전소·송전탑 반대 운동이 일어나는 이유다. 반면 재생에너지 시스템은 분산형 시스템이다. 발전소 1기의 규모가 작고, 태양광 발전의 경우 도심 한가운데에도 설치할 수 있다. 소비지와 생산지를 일치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발전소를 걷어내고 이런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리는 데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신축 아파트보다 최대 43% 정도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 과거 단열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지만, 입주민은 더 춥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단열 공사를 통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 임대차 계약 문제 등으로 아직도 많은 가구가 비효율적인 주택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패시브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에너지 소비가 거의 없는 주택까지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면서도 춥거나 덥게 지내고 있다. 이는 그대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하자는 아이디어에서 그린 뉴딜이 시작됐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 사회적 불평등 증가라는 문제도 그린 뉴딜의 중요한 화두다. 공적 자금 투입은 단순히 기기를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대규모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사회 곳곳에 뿌리 내려있는 화석연료 중심의 사고방식과 사회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그린 뉴딜은 ‘사회 대전환 계획’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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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과 그린 뉴딜


그린 뉴딜 정책 추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제로 ‘정의로운 전환’이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면 자동차의 부품이 줄어든다. 과거 부품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엔진이나 기어박스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략 1/3 정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자동차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설치되는 등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거대한 변화를 늦출 수도 없다.

따라서 기존 화석연료 산업의 노동자, 중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이들과 연관된 지역사회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계획’은 기후위기 극복 과정에서 생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이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 해고를 막고, 산업 전환에 따라 일자리 전환을 유도하며, 이에 따른 재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린 뉴딜 정책은 단순히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산업을 전환하기 위한 일련의 내용을 함께 담고 있어야 한다.

 


컨트롤 타워와 기후에너지부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환경적인 사안을 다룬다고 해서 환경부만으로 이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기후위기 극복이나 그린 뉴딜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나 국가재정을 다루는 기획재정부는 물론이고, 국토교통부나 농림축산식품부 등 온실가스 감축에 연관된 부서는 너무나도 많다. 이들 부서의 역할을 조율하고, 그린 뉴딜 정책을 진두지휘할 컨트롤 타워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것이 현재 환경부의 기후 변화 업무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를 한데 모은 ‘기후에너지부신설’이다. 현재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부의 업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소와 철강·화학·시멘트·석유화학 등 산업을 담당하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몫이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수급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담당해왔다. 이를 통해 각종 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탈 탄소사회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과거와는 정반대되는 업무가 강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이나 탈 탄소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것또한 중요한 업무다.기후에너지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 추진에서 중요한 부처가 될 것이다. 아직은 부처 신설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으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심지어 산업계에서도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해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 위해 새로운 부서가 필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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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


점점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볼 때, 이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지구 환경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와 생태계 전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또 멀리 북국에 사는 ‘곰’이나 먼 미래에 태어날 후손들의 문제가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의 문제다. 과거 엄청난 영광을 누리던 석탄산업이 무너졌던 것처럼 이제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은 점차 무너지고 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산업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언제나 상처를 입는 것은 사회적 약자였다. 기후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노동자, 중소상공인, 지역사회의 충격을 어떻게 줄일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 뉴딜의 과제다. 힘들다고 가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 길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과거의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 먼저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때다. 현재 국내에서 우후죽순처럼 논의되고 있는 그린 뉴딜 논의가 이런 대응의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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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본부장 겸그린뉴딜추진위원장</strong><br>이 위원장은 에너지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br>국회의원 보좌관(4급 상당, 지식경제위원회 김제남 의원),<br>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 위원(주민대책위 추천),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등을 역임했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본부장 겸그린뉴딜추진위원장

이 위원장은 에너지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국회의원 보좌관(4급 상당, 지식경제위원회 김제남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 위원(주민대책위 추천),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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