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만이 확실히 설 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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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이슈로 떠오른 리쇼어링


올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 현지 우리 기업들의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이 중단되자, 한국에 있는 완성차 공장들의 가동도 중단된 바 있다. 3만여 개의 자동차 부품 중 하나라도 차질을 빚으면 완성차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례는 특정 나라에 특정 부품 생산이 집중되는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려줬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사례들이 우리의 해외 공장들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발생하면서 산업의 국제간 재배치 혹은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문제는 글로벌 이슈 중 하나로 대두됐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리쇼어링 문제가 대두된 것은 아니다. 리쇼어링이 저임금 활용 등을 위해 개발도상국 등에 이전된 산업이 다시 본국으로 회귀해오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활성화되고 있던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리쇼어링을 정책적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선 다양한 현상을 리쇼어링 개념에 포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표1>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일본, 유럽연합 연구계, 학계 등의 정의에 따르면, 리쇼어링 개념은 단지 외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는 개념보다 훨씬 넓다. 해외와 국내 투자 중 국내 투자를 선택하는 것도 리쇼어링 개념에 포함할 정도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투자유지정책, 국내투자촉진정책 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복귀하는 경우 세제•입지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턴 기업엔 수도권 부지를 공장 총량제 범위 내에서 우선 배정하고 분양 우선권을 주거나 수의계약 대상에 포함하는 등 유턴기업 맞춤형 입지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 한해 기업당 100억 원 내에서 지급하던 기업 이전 지원 보조금도 비수도권에선 200억 원, 수도권에선 첨단산업의 경우 150억 원씩 지원하며, 유턴 기업이 해외 사업장 생산량의 50% 이상을 감축하고 국내에 사업장을 증설해야만 감면해주던 법인세•소득세도 감축 수준에 따른 감면 한도를 설정해 지원한다.

 


주요 선진국 현황


이에 반해 아직까지 주요 선진국에선 해외 투자기업의 자국 복귀 지원을 위한 독립적 리쇼어링 지원정책과 인센티브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가별 지역산업 진흥 차원의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외투기업•자국기업 구분 없이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주정부에서 세금 감면, 고용 지원, ‘제조업체-수입업자 매칭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고, 제조업확산연합회와 전미혁신제조업협회,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등 제조업 단체를 통해 매칭펀드 운영, 리쇼어링 지원제도 홍보 등을 추진 중이다.

일본 역시 별도의 프로그램보다는 지역 활성화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거점 강화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리쇼어링을 포함한 대도시권 기업의 본사 기능 지방 이전과 지방 기능 확충 시 중앙•지방 정부가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차별금지 조항에 따라 주요 회원국에서 국내외기업을 대상으로 동일한 지원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별도의 리쇼어링 지원정책은 채택하고 있지 않다. 독일은 낙후지역 투자 촉진, 지능형 생산시스템 구축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자문 서비스, 입지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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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정책 시행 시 유의사항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서 오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국내 산업기반을 보강하기 위해 정부가 리쇼어링 관련 정책 마련에 나선 것은 바람직해 보이나, 이러한 정책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도록 하기 위해선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우선, 기업 유턴은 몇 가지 정책 인센티브 제공에 의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것은 일시적 혜택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 생산 비용, 기술 획득, 경영 환경 등 국가 비교우위 요인의 변화에 기인한다.

따라서 국내 복귀도 몇 가지 단기유인책 제공으론 쉽지 않다. 이와 함께 노동 유연성 제고, 획기적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국내에 외국 대비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건이 조성되면, 해외투자기업의 복귀는 물론 <표1>의 광의의 개념상의 리쇼어링이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의 국가 비교우위 요인을 제고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투자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하는 협의의 리쇼어링 정책 추진에서는 기업별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별 해외 직접 투자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업별 입지 선택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이나 미국 직접 투자는 주로 소비시장 신속 대응을 위해 이뤄지고 있으며,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해외 직접 투자는 모기업과의 동반 진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선호가 개성화, 차별화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로 대응해간다면 적기 대응은 불가능하다. 현지 기업들이 경쟁에서 우위에 서면서 시장을 모두 내줄 수도 있다. 유턴 정책 추진 시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와이어링 하네스 등 일부 자동차 부품 생산은 자동화가 어려워 노동집약기술에 의존하고 있는데, 공장별 만여 명에 이르는 값싼 노동력을 우리나라에선 구하기 어렵다. 저임금 국가로의 산업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엔 생산을 특정 국가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완성차 공장들이 진출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다원화할 필요는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유턴정책은 산업이나 기업별 부가가치의 글로벌 배치 상황을 냉정히 짚어보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선진국이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은 더이상 설 땅이 없다. 중국의 추격 등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장치 산업도 마냥 쉽지는 않다. 기술집약적 생산 공정을 갖고 있는 고기술, 고부가가치 산업만이 확실히 설 땅이 있다. 높은 생산 비용을 감당하면서 이윤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쇼어링 정책은 우리나라의 비교우위 요인의 변화를 감안하고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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