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와 매출 확대 승부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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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인사이트의 5월 19일자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 436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에 214개, 중국에 107개로 두 나라의 유니콘 기업 비율이 전체의 73.6%를 차지합니다. 유니콘 기업이란 1조 원(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 기업을 말합니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11개로 국가 순위로는 6위입니다. 2014년 5월 쿠팡이 1호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후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이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습니다.

2020년 5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차세대 글로벌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청년사업가들을 만나 국내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정부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업 이후 1년 기업 생존율’은 62.7%, 2년 생존율은 49.5%, 3년 생존율은 39.1, 5년 생존율은 27.5%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으로 생존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했거나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창업자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성장 전략과 생존 전략입니다. 사실 스타트업에게는 성장 전략이 곧 생존 전략입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든 사업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성장과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투자 유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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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략, 투자 유치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 중이거나 사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투자 유치 전략을 정비해야 합니다. 사업은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하며 생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한번 해보자는 식의 창업은 비행기에서 낙하산 없이 뛰어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현실성 있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보라고 조언합니다만, 사업을 위한 사업 계획서보다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 계획서가 훨씬 중요합니다.

정부 산하 기관에서 진행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눈을 크게 뜨고 살펴봐야 합니다. 최근 정부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지원 금액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기본적인 경제 활동마저 위축된 상황이라 정부에서도 여러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정부 창업 지원 과제의 지원금을 활용하는 것은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창업 자체보다 투자자들이 봤을 때 사업 가능성의 유무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의외로 투자 유치에 소극적이거나 지나치게 부담을 가지고 두려워하고 있는데, 어차피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죽어라 고생만 하다가 회사 문을 닫아야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큼 치열하고 절박하게 투자 유치에 매달려야 합니다. 100번의 매출 거절보다 100번의 투자 유치 거절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101번째 투자 유치를 받는다면 일단 1년 정도의 사업은 추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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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전략, 매출 확대

스타트업의 초기 매출 전략은 아주 촘촘하고 날카롭게 세워야 합니다. 틈새 시장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브랜드도 없고 홍보, 마케팅 역량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면서 차근차근 시장을 장악해 나가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매출이 늘면 당장 원가 부담이 늘어납니다. 생산품을 가지고 있다면 원재료나 부품 등 초기 매입 자금이 필요합니다. 당장 생산, 판매, 운영, 관리 등의 비용이 늘어납니다. 

협력사를 통해 아웃소싱하더라도 비용이 늘어납니다. 고객 응대나 재고 관리 등을 위해 기본적으로 인력 충원이 필요합니다. 매출은 들쑥날쑥할 수 있는데 인건비, 사무실 등 고정비용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용 관리와 원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반짝 늘어난 매출에 고정비용만 올려서 허덕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매출이 늘면 매출 증가에 따른 지표로 당장 투자 유치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대표나 핵심 멤버 중 한 명은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 활동을 해야 합니다.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투자설명회(IR) 관련  미팅을 신청하고 정부 과제 제안서를 쓰면서 외부 자금 수혈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합니다. 회사가 순수하게 매출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매출 확대도 투자 유치를 위한 시장 검증 과정

쿠팡은 2019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7조 1,530억 원에 영업손실 7,205억 원입니다. 배달의민족은 2019년 5,654억 원 매출에 영업손실이 364억 원입니다. 놀라운 매출을 올렸지만 여전히 놀라운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적인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없이 순수하게 자기 자본만으로 이런 매출을 올릴 수도 없겠지만 저렇게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영업손실 규모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2014년 12월 설립된 후 꾸준히 투자 유치를 하며 성장하던 마켓컬리는 2019년 하반기 들어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렸습니다. 2019년 마켓컬리는 성장 한계를 보이며 카카오가 마켓컬리 인수를 추진하다가 무산된 후 일부 대기업과 중견 식품업체 2~3곳에서 매각 제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켓컬리는 2015년 54억 원, 2016년 88억 원, 2017년 124억 원, 2018년 337억 원, 2019년에는 9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며 마켓컬리는 2020년 4월 3일 1억 5,000만 달러(약 1,85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디지털스타이테크놀로지(DST), 힐하우스캐피탈,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 등 3곳의 기존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를 확정했습니다. 2019년 4월 1,350억 원을 투자받은 후 1년 만에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마켓컬리의 총 투자 유치 금액은 4,000억 원이 넘습니다.

번 투자 유치에서 9,000억 원 중반대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음으로써 국내 12번째 유니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마켓컬리는 2019년 매출액이 2018년 대비 173% 증가한 4,289억 원이었고 회원 수는 2018년 말 140만 명에서 2019년 말에는 390만 명으로 2.7배 늘었습니다. 2019년 마켓컬리 가입 고객의 재구매율은 61.2%로 홈쇼핑, 인터넷 쇼핑업계 재구매율 평균인 28.8%의 2배가 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기업들이 계속해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는데도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바로 높은 기업가치로 계속해서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매출 확대도 다음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 실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기업공개(IPO)나 배달의민족처럼 인수합병되지 않는다면 영업손실을 계속해서 버틸 수 없습니다. 매출 증가, 회원 증가, 재구매율 등 실적 개선을 보여줌으로써 투자 유치를 받아서 다음 단계로 계속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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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차별화 전략을 선호한다

투자 유치 전략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차별화 전략입니다. 시장에서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이나 다른 경쟁사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지가 중요합니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투자 평가 단계에서는 투자 회사 내부에서도 투자 담당자가 투자할 기업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어필해야 합니다.

그동안 세상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이 기가 막히게 멋져서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사업 모델이라면 누구도 시도하지 않을 만큼 시장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입니다. 현재 시장에 있는 사업 모델 중에서 그 사업 모델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다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새롭게 틈새 시장을 공략해서 시장을 키워놓으면 미투 전략으로 자본을 앞세워 대기업이나 기존의 시장 장악력이 있는 기업들이 들어와서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경쟁사들이 시장에 진입할 때를 대비한 경쟁 우위도 바로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됩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모델 자체가 투자자들이 보기에 신선하게 보일 수 있도록 차별화 전략을 다듬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시장과 고객에 대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별화 전략이 다듬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차별화 전략을 다듬어 투자자와 상대하길 추천합니다.

사업을 크게 벌이지 않아도 투자자들의 안목을 통해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닙니다만, 투자자들의 조언은 언제나 스타트업에 도움이 됩니다. 

투자자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사업은 시장과 고객에게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스타트업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이 많이 위축되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욱 사업 계획서를 정교하게 다듬어 투자 유치에 전력을 다해 보는 기회로 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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