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라이닝 "점심식사, 60세 이상 실버 배달원이 배달해드려요"
노인 일자리 문제 해결 목표
'할배달' 서비스로 배달 대행 시장과 노인 매칭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윤민창의투자재단에서 시드 투자 유치

실버라이닝 정현강 대표.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 정현강 대표.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실버라이닝(Silverlining)’은 노인을 지칭하는 ‘실버(silver)’와 잇는다는 의미를 가진 ‘라이닝(lining)’을 합쳐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실버 세대들을 잇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나아가 먹구름을 뚫고 한줄기의 햇살이 보이는 것처럼, 오랫동안 풀지 못한 노인 일자리 시장에서 희망이 되어보자는 뜻을 가졌다.

이렇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현강 대표가 운영하는 실버라이닝은 노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그 시작으로 배달 대행 시장과 60세 이상 노인들을 매칭하는 ‘할배달’을 론칭했다.

“‘배달의민족’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때, 배달 시장을 크게 혁신한 ‘배달의민족’이 등장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때, 다른 사람들을 잇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이 등장했죠.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이 아니더라도 그 시장을 혁신하는 존재는 분명히 등장했을 거예요. 노인 일자리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없지만, 향후 노인 일자리 시장을 혁신하는데 가장 가깝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팀이 실버라이닝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 배달원 특화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개발

실버라이닝은 노인 배달원을 활용해 B2B, B2C 배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은 노인 배달원을 활용해 B2B, B2C 배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은 실버 배달원을 활용한 배달 대행 서비스 할배달을 운영한다. 방식은 크게 기업대상(B2B)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나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많은 직장인이 식사를 배달 시켜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배달음식이 주는 편리함과 시간 절약을 위해 꾸준히 회사 단위로 음식을 배달해 먹는 추세다. 그만큼 회사를 대상으로 예약 배송을 진행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 회사들의 배송을 할배달이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 B2B 방식이다.

회사 단위로 음식을 배달해 먹는 추세다. (그래프=실버라이닝 제공)
회사 단위로 음식을 배달해 먹는 추세다. (그래프=실버라이닝 제공)

“운전이 가능하신 분들께서는 차량을 이용하시고, 불가하신 분들께서는 특수 제작한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강남 도심 내의 예약 배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편한 점심시간을 원하는 ‘직장인’과 꾸준한 매출 확보를 원하는 ‘가게 사장님’ 사이를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징검다리처럼 이어주고 있는 거죠. 현재는 강남에서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후 여의도, 종로와 같은 지역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업체에서 전체 주문 리스트를 의뢰받으면, 실버라이닝은 시간과 위치를 고려해 노인 배달원 한 명 한 명을 위한 동선을 설계한다. 배달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중앙 오피스에서 실시간으로 배달 현황과 배달원 위치를 확인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이후 완료된 배달에 대한 데이터를 고객사에 공유하며 배달 프로세스는 마무리된다.

“배달을 진행할 때에는 고려해야 할 정보가 정말 많습니다. 픽업 시간, 완료 시간, 물품, 고객사 요청사항, 주소 등 정보가 많아 업무가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버라이닝에서는 시니어 배달원 특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많은 정보를 최대한 단순하고 정확하게 전달해 일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할배달은 B2B 배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B2C 서비스는 60세 이상 배달원이 동네 자영업자의 배달 주문을 도보로 배달하는 방식으로, 매장 기준 직선거리 750미터(m) 내에서 이뤄진다. 업체에서 실시간으로 실버라이닝이 제작한 포스(POS)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 대행 요청을 하면, 할배달 앱에 주문 정보가 넘어오게 되고 근거리 배달에 실버 배달원을 매칭하게 된다.

“참여하는 배달원분들은 모두 배달원 자격시험 및 교육 과정을 수료한 분들입니다. 또한, 시니어 배달원 특화를 위해 저희가 제작한 SW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주문, 픽업, 배달 완료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이뤄집니다. 자체 실시간 위치 트랙킹 시스템을 기반으로 길을 잘못 찾아가거나 배달원이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을 경우 경계 표시를 보내고 관리자들이 즉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사고나 배달 지연, 오류 등을 관리·대처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할배달의 배달원에 지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배달원은 대면 면접을 통해 건강, 업무학습능력, 일에 대한 자세 등을 평가한 후 교육 과정을 거쳐 최종 선발된다. 현재 할배달의 B2B 서비스는 강남구에서, B2C 서비스는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노인 일자리 시장 혁신하고파"

실버라이닝 팀원들의 모습.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 팀원들의 모습.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은 2021년 6월 개인사업자 등록으로 시작해 11월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법인을 설립했다.

정 대표는 창업 이전 국내외 여러 소셜(Social) 섹터에서 비영리 프로젝트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그는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면서 비영리로 진행 시 종국에는 정체되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방법은 비즈니스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 대표는 소셜 프로젝트 운영 경험과 더불어 중국 상하이 스타트업 벤처캐피탈에서의 인턴 활동, 실리콘밸리 창업 관련 프로그램 이수, 고려대학교 소프트웨어벤처 융합 전공 등의 경험이 있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셜벤처 창업으로 이어졌다. 

“제가 평소 심각하게 느끼던 문제 중 ‘해결돼야 하는데 나서는 사람이 없는 시장’을 고민했습니다. 여러 고민 끝에 ‘노인 일자리 시장’을 선택하게 됐고, 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2019년 서울 연합 SW 개발 동아리에서 현재 공동창업자(Co-founder)들을 만났다. 그는 함께 다양한 SW 개발 해커톤, 경진대회 등에서 수상을 하며 팀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들은 각자가 꿈꾸는 가치와 인생의 목표가 ‘사회적 임팩트를 최대한으로 만드는 것'에 모두 동조했고, 노인 일자리 시장의 혁신의 필요성에 동감했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실버라이닝을 시작하게 됐다. 

실버라이닝 팀원들은 노인 일자리 시장의 혁신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 팀원들은 노인 일자리 시장의 혁신을 위해 함께하고 있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디자인 책임자(CDO) 김은별 팀원은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채팅 기반 소비자 간 상거래(C2C) 플랫폼, 모바일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사용자 경험·환경(UX·UI) 디자이너로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또한, 대기업 주관 취약계층을 위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다.

프론트 개발을 맡고 있는 한재현 팀원은 SW 개발 근무 이력 및 인천대 컴퓨터공학부 연구실 실장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이준구 팀원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 근무 이력을 가진 풀스텍 개발자로 백엔드 개발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그가 팀원 중 근무 경력이 가장 길고 실력도 가장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매니저(PM)를 맡은 홍석범 팀원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과와 소프트웨어벤처를 전공했다. 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과거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나 동아리 등 관련 경험이 풍부하다.

실버라이닝 사무실 전경. (사진=아산나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실버라이닝 사무실 전경. (사진=아산나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정 대표는 할배달 팀원들을 ‘진정성’, ‘긍정’과 ‘집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했다. 

“저희는 유니콘은 못 만들어도 노인 일자리는 정말 많이 만들 거에요. 그걸 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태어난 기업이죠. 누구보다 그분들을 위한 일에 진심이고, 이를 서비스 안에 녹여내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부분은 최대한 아날로그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은 SW 기반으로 굉장히 스마트하게 풀죠. 

저희는 ‘60세 이상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를 평균 26세인 팀이 해결한다’며 시작부터 실버라이닝이 안 될 이유를 최소 100가지는 들은 것 같아요. 하지만 100가지 이유를 듣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100가지 문제를 알고 해결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는 팀이에요. 어떤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말자는 모토로 ‘긍정’적인 팀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각자 맡은 파트와 자신의 능력에 자부심이 있고,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결과물이나 성과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과감하게 피드백하고,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고 서로의 성과에 대해 관용적이지 못해요. 그렇기에 매일 바쁘게 움직이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입주하고 있던 스타트업 센터의 불을 매일 저희가 출근할 때 키고, 퇴근할 때 끄고 갔습니다.”

 

어렵지 않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

실버라이닝은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사진=할배달 홈페이지 갈무리)
실버라이닝은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사진=할배달 홈페이지 갈무리)

정 대표는 취약 계층 문제를 다루거나 소셜 섹터에 있는 기업은 대관 업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버라이닝의 경우 정부 노인 일자리 기관 혹은 구청, 시청, 동 단위 노인 관련 센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마케팅, 지원금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 및 지원 사업이 있었지만, 이런 관과의 협업을 할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노인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그랬다. 그는 이 시장이 혁신되기 위해서는 관과의 협업 기회가 많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될 경우, 노인 관련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저희가 올해 2월에 두 달 정도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었는데, 그 기간만 참여했던 70세 어르신이 마지막 근무 날 눈물을 흘리셨던 기억이 나요. 매일 아침 가야 할 곳이 있고, 남들처럼 출근할 곳이 있고, 사회에서 아직도 자기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하셨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생각하고 만든 서비스가 정확히 그 사람에게 이렇게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일임을 눈앞에서 봤을 때 그 감동은 어떤 형용사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 같아요. 실버라이닝이 만들어진 이유이자, 우리가 이 일을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죠. “

그는 지금도 보완할 게 많지만, 초기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배달원들과 고객들로부터 많은 불만과 불평을 들었다고 전했다. 점주들은 프로그램이 너무 불편하고, 바쁠 때 신경 쓰기 어렵다는 등의 평가를 전달했다. 

“심지어 약간 화를 내시면서 ‘이거는 좀 문제가 있다’고까지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고 계셔요. 이탈하시는 분이 거의 없으시죠. 그만큼 저희가 고객의 문제를 잘 파악했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실버 배달원분들도 여러 불평불만이 쏟아낼 때가 있어요. 그런데도 계속 일을 하시죠. 불만을 말씀하시다가도 결국에는 할배달이 제일 쉽다고 말씀하시며 고마워하십니다.”

노인이 사용하기 쉬운 실버배달원 전용 애플리케이션.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노인이 사용하기 쉬운 실버배달원 전용 애플리케이션.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업체에서 쉽게 주문을 요청할 수 잇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업체에서 쉽게 주문을 요청할 수 잇는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실버라이닝 제공)

실버라이닝은 최근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윤민창의투자재단에서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정 대표는 시드 스테이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팀이라고 느꼈으며, 팀의 강점을 잘 어필한 것이 투자 유치의 비결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보통 시드 스테이지 단계에서 괄목할만한 지표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실패했더라도 그동안 어떻게 실패, 피드백, 가설, 검증 사이클을 반복했는지, 그걸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면 투자 유치가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희는 고용 배달 인력 전담 배치를 통해 정시 배송 전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1년 이상 축적된 시니어 특화 모바일 UX·UI를 적용했고 노인 일자리 전문 수행기관(시니어클럽)과의 연계를 통해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나아가 단조롭고 반복적인 일을 낮은 단가에 만족할 수 있는 실버 세대를 활용해 경쟁사 대비 비용을 약 20% 절감했습니다. 단가 측면에서 봤을 때 실시간 배달이 1시간에 2만 원이라고 치면, 예약이나 정기 배달은 1시간에 8,000~12,000원 사이입니다. 그렇기에 기존 배달원들은 실시간 배달을 더 선호하죠. 하지만 시니어 배달원들은 단가가 낮더라도 본인들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더 선호합니다. 이런 것들이 저희의 차별성이자 강점이 아닐까요?”

정 대표는 고객사와 실버 배달원들을 모았고, 자금도 확보가 됐다고 말한다. 빠른 개발을 할 수 있는 팀도 세팅이 됐고 프로덕트도 나왔으며 확장 기반도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서비스 지역인 강남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 활성화 검증을 3~6개월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6개월 뒤, 프리-에이(Pre-A) 단계 투자 유치를 통해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고 지역을 확대하는 등 스케일업을 위한 검증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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