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플라스틱 모아 새생명 불어넣는 리퍼포징 스튜디오
현대미술 작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거쳐 오브제, 가구로

로우리트콜렉티브의 최재식 대표.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로우리트콜렉티브의 최재식 대표.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로우리트콜렉티브.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로우리트콜렉티브.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재활용 선별장에서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은 플라스틱은 그냥 버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시 쓸수 있는 자원인데도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소형 플라스틱을 귀엽게 '티끌 플라스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로우리트(low-lit)는 그런 '티끌'들을 모아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 내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조도, 저조명이란 로우리트의 의미 그대로 잘 보이지 않는 것,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티끌 플라스틱'에서 의미와 쓰임새를 찾아내려 노력하는 중이죠"

최재식 대표는 '로우리트 콜렉티브(로우리트)'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로우리트'를 리퍼포징 스튜디오라 정의했다. "디자인 스튜디오기도 하면서 자원을 재탄생 시키는 리버스 스테이션이 되려고 해요. 하지만 업사이클링 제품이기 때문에 저희 제품을 좋아해 주시는 걸 바라지 않아요. 이전에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분들도 저희 브랜드와 제품이 좋아서 구매하기를 바라고, 저희를 통해서 그 분들이 업사이클링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중간 접점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라고 덧붙였다.

물건이 내포한 의미 또한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쓸모있기를 바라는 최 대표의 마음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로우리트가 내놓은 물건들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착한 소비'를 위해서 선택받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로우리트는 지난 6개월간 1톤 이상의 재활용 플라스틱을 기증받았다. 쓸모없게만 느껴지던 75만 개의 병뚜껑이 현대미술 작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의 손을 거쳐 오브제로 가구로 재탄생한 것. 다음엔 로우리트를 거쳐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까. 이들의 행보에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다.

ANCIENT BOWL.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ANCIENT BOWL.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 현대미술 작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가 모인 리퍼포징 스튜디오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 이전에 태양광 압축쓰레기통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습니다. 폐기물 산업에대한 이해도 있었고 플로깅을 하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환경에 관심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었어요. 재료에 대한 흥미가 더 깊었습니다. 플라스틱은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꿀 수 있고, 특히 업사이클링 플라스틱은 다양한 패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선한 재료라고 느꼈어요. 활용가능성도 많고, 흥미로운 제품 기획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또 창립을 준비할 때만 해도 업사이클링 플라스틱은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활용되는 재료가 아니었어요. 새로운 영역을 탐구해 보고 싶더라구요.

오래된 건물을 업사이클링 해서 술집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손님이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도 했어요. 빈티지나 앤티크, 오래된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좋아해요. 그런 것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함이 있잖아요. 이미 각각의 역사가 만들어진 재활용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는 것에도 흥미를 느꼈어요. 같은 모양을 대량 생산하는 것보다는 오리지널리티와 개성이 더 매력적이잖아요.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 역시 오리지널리티티에 이끌리고, 이전에 없던 것,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함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업사이클링 제작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만드는 방법도 문제였지만 사용된 플라스틱을 다시 수집해서 그대로 다른 플라스틱 제품에 재활용 할 수 있는 구조가 없어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수집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로우리트콜렉티브는 디자인 스튜디오이기도 하면서 자원을 재탄생 시키는 ’리버스(Rebirth) 스테이션‘이 되려고 해요.

 

▲ 현재 어떤 분들과 협업하고 계신가요?

- 2020년 8월에 처음 창립한 이후로 주로 기업과의 협업을 해왔습니다. 지난 2021 DDP 디자인페어에서는 가구 작가 분과도 협업했고요.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 재활용되지 않는 티끌 플라스틱을 새활용한다고요. 티끌 플라스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릴게요.

- 재활용 플라스틱이 왜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활용되지 않을까, 그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봤어요.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그냥 소각 및 매립되는 플라스틱이 많은 현실이잖아요. 재활용 선별장에서 선별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은 플라스틱은 그냥 버리는 모습을 보고, 이 작은 플라스틱들에 집중하게 됐어요. 저는 그 소형 플라스틱을 귀엽게 ’티끌 플라스틱‘, ’플라스티끌‘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 작은 플라스틱들은 쓰레기가 아니고, 모으면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물건이라는 의미예요. 로우리트 콜렉티브 창립 초기에는 어렴풋이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가졌다면, 생각이 구체화 됨에 따라 로우리트는 ’도심 속 티끌 플라스틱 문제‘에 보다 정확히 집중하게 됐어요. 도시에서 생기는 티끌 플라스틱이 선별장에 가지 않고 도시 안에서 다시 물건으로 태어날 수 있는 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 티끌 플라스틱은 어떻게 제공받고 있나요? 

- ’티끌 플라스틱‘은 저희 파트너인 ’로우리트 로컬 앰배서더‘ 분들께 기증받고 있습니다. 로우리트 로컬 앰배서더는 지역에서 사업장이나 소모임, 공공기관 등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에요 그 분들은 저희보다 각각 위치해 있는 지역에 보다 가깝고, 더 영향력이 있죠. 그 공간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플라스틱 기증받아 저희에게 전달해 주시거나, 공간 자체에서 모은 플라스틱을 기증해 주시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기증 뿐 아니라, 로컬 앰배서더가 그 지역에 플라스틱 자원순환 문화를 퍼뜨리는 활동도 하고 계십니다.

 

▲ 플라스틱을 가공해 새제품을 만들게 되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부탁드려요.

- 기증 받은 플라스틱은 로우리트의 분류 스테이션으로 갑니다. 앰배서더 분들께서 1차로 선별하고 색깔 분류해 주신 플라스틱 기증품을 여기서 2차로 선별하고 분류합니다. 이 일은 손이 워낙 많이 가기 때문에 외부 인력이 필요합니다. 너무 단순 작업이라 장시간 지속하기가 어렵기도 해서, 지역 시니어클럽과 연계해 단시간 근무를 원하는 시니어 근로자 분들과 작업하고 있습니다.

선별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것들을 빼내는 작업인데요, 플라스틱 병뚜껑 안에 들어있는 고무링이나 펠트지 같은 것들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혼합 플라스틱 재질의 물건은 제외시킵니다. 색상 분류는 디자인에 어울리는 색깔 조합을 하기 위해 미리 해주신 색상보다 더욱 세분화하여 재분류를 거칩니다.

이렇게 선별과 분류를 마치면, 재활용 플라스틱을 분쇄물로 만듭니다. 이렇게 분쇄까지 하면 티끌 플라스틱이 원재료로 완성된 것입니다. 이 원료를 가지고 미리 준비한 디자인에 맞는 몰드에 넣어 열과 압력을 가하면 새로운 제품이 됩니다.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하도 시리즈.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 이런 과정을 거쳐 로우리트콜렉티브가 내놓은 대표 제품들을 소개해주세요.

- 최근에 제주 구좌읍 하도리 로컬브랜딩과 업사이클링, 오브제 디자인을 한 곳에 담은 ’HADO 시리즈‘가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됐습니다. 일상에 둘 수 있는 소품 시리즈예요.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는 멸종위기종의 희귀한 새들도 관찰할 수 있어 탐조인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곳이에요. 하도리에서 보이는 다양한 풍경을 김동호 작가의 스케치와 오브제를 통해 제품에 담았습니다.

또 ’티끌줍게‘라는 플로깅 집게가 곧 발표될 예정이에요. 요즘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많이 하시는데, 이때 거창하게 커다란 집게를 챙겨 나거나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아 불편한 걸 발견했어요. 계획하지 않고도 즉흥적으로 플로깅 할 수 있도록 휴대성이 좋은 집게를 제작했습니다.

로우리트 앰배서더가 기증해 주신 ’티끌 플라스틱‘으로 제작했고요. 로우리트 콜렉티브의 티끌줍게는 사용 중에는 쓰레기를 줍기에 무리없는 길이, 사용하지 않을 때는 휴대하기 좋은 사이즈로 만들기 위해 고심한 제품입니다.

로우리트 콜렉티브 모든 부품은 전부 분해 가능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 버려진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재료수급비용이나 가공비용면에서 이점이 있나요?

-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재료를 구매할 필요는 없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선별과 색 분류 작업이 필요합니다. 수급을 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다 보니 현장 인력은 물론 홍보와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인력도 필요하니까요. 펠렛으로 만들지 않은 분쇄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공도 더 까다로운 편입니다. 비용은 돈으로 즉각 환산이 되기 때문에 저희 역시도 통상적인 플라스틱 공정과 단가를 비교하며 아쉬울 때가 있지만, 돈으로 즉각 환산되지 않는 사회적·환경적 가치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티끌 플라스틱 수거함에 모인 병뚜껑들.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티끌 플라스틱 수거함에 모인 병뚜껑들.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 로컬 브랜딩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도 궁금해요.

- 로우리트 콜렉티브가 추구하는 일들은 저희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원순환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일입니다. 로우리트 앰배서더를 모집해 그분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이유도 마찬가지이고요. 로컬 브랜딩은 커뮤니티 소상공인이나 기업, 기관 등과 상생하는 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조명된 지역 곳곳의 역사와 개성을 저희가 재조명해서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UNDERNOSE STOOL.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UNDERNOSE STOOL.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TIKKLE PICKER.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TIKKLE PICKER. (사진=로우리트콜렉티브 제공)

▲ 로우리트가 준비중인 프로젝트는 뭔가요.

- 아직 기획 단계이지만, ’티끌 플라스틱‘을 기증하시는 과정과 저희가 그 기증품을 전달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일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운영하거나, 재활용 플라스틱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의 일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난 달, 2021 DDP 디자인페어에서 전시부스를 운영하며 관람객 분들게 자원 순환의 이야기와 저희 작업, 연구의 과정을 소개할 수 있었어요. 12월에는 2021 홈데코페어에서는 신진 크리에이터로서 인사를 드리게 되는데, 여기서는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한 면모들을 잘 소개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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