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경제적 풍요기 때 대학을 다니다 IMF가 터지고 벤처창업 열풍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자에게는 창업이란 단어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었다. 언젠가 해 볼만 한 일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시작하자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어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시장도 있다고 백 번 외쳐봤자 그것이 시장에서 실증되기 전 까지는 공허한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창업 한지 1년반이 조금 넘었고 제품도 이제 막 시장에서의 실증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윤 ㈜제이앤엘 대표의 창업은 취업 대신 창업, 또는 대박을 향해 젊음을 불 사르는 도전 정신에 의한 창업이라기 보다는 40대 나이에 더 늙기 전에 뭔가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벌려 보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늦은 나이의 창업은 열정 넘치는 20대나 30대가 아니기 때문에 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한창 잘 나가는 친구들에게 회사에서 나와 인생을 함께 하자는 도전 정신 충만한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파트 타임으로 일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작게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크지 않다. 큰 이익도 없었지만 큰 손해도 보지 않고 그럭저럭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기술 기반의 창업은 기술이 무르익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나 타인의 평가에 대해 너무 예민한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 누구 판단이 옳은지는 결국 시장이 결정한다는 얘기다.

㈜제이앤엘은 3D프린팅 같은 신기술기반의 창업회사이다. 현재 한 정형외과의 도움으로 발(足)의 3D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형 인솔(Insole, 깔창)과 3차원 프린팅을 이용한 분할조립형 깁스의 1차 구현물에 대해서 임상테스트를 하고 있다. ㈜제이앤엘의 핵심가치는 3D Scanning 기초기술과 함께 자동3D Modeling기술을 보유하여 기존 3D Printing 제품에 비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인체전용 3D Scanning system을 한방병원과 공동 개발하여 신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제이앤엘
정 대표는 창업자가 아직 창업소재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대전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단 대학교를 끼고 있는 산학협력단이 많아 인력 확보가 쉽고 타지에 비해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주변에 신기술에 대한 용역 등을 의뢰 받을 수 있는 국책연구소 등이 많이 있어 IT기반 회사의 경우는 창업 초기에 용역개발 등으로 자체 솔루션 개발에 대한 재원을 쉽게 조달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창업 초기에 자금 확보를 위한 정부과제 관련 공청회가 대부분 대전에서 열려 정보 취득에 상당히 유리하다. 제이앤엘이 속한 KAIST 산학협력단의 경우 다른 공공 조직에 비해 상당히 일 처리가 신속하고 각종 지원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어서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창업 초기기업은 세무나 회계 등의 행정 처리에 미숙한데 산학협력단이 주선하는 유/무료 교육 등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 대표는 “ 창업 초기에 산학협력단에서 어떤 유료 교육을 꼭 들으라고 하길래 바빠 죽겠는데 솔직히 너무 간섭하는게 아닌가 생각 했었는데 교육내용도 훌륭했고 이 교육에서 알게 된 회사 대표를 통해 첫 매출이 발생하는 행운을 잡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 인연이 이어져 1년 반 동안 준비했던 아이템의 초도 판매 계약까지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화려한 창업에 너무 주눅들지 말고 시작은 미약하지만 한걸음 한 걸음 나만의 길을 가다 보면 꼭 기회가 찾아옵니다. 저 뿐 아니라 수 많은 선배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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