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상 우려...세계 증시에 특급 한파
주요 중앙은행들 지난 2008년 이후 유동성 과잉공급 축소 움직임도 한 몫
2018-02-10 최종걸 기자
미국의 고용지표와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조짐 등 각종 경기지표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게 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증시에 특급 한파를 몰고 왔다.
돈 값인 금리를 올리면 돈 값이 높은 곳으로 투자 자산이 이동할 뿐만아니라 안전자산으로 달러화를 선호하려는 금융시장의 머니게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이후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달러화를 풀어오다 경기가 호전 조짐을 보이자 2015년 12월부터 제로 포인트 금리를 간헐적으로 인상해 왔고, 지난 2017년에는 3차례에 걸려 금리를 인상해 제로 포인트 금리 시대를 마감한 바 있다. 여기에다 지난 3일 새로 취임한 FRB 신임 의장인 제롬 파월도 전임 제닛 옐런에 이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다드 앤 푸어스(S&P500지수) 등이 하루 낙폭이 역사상 사상 최대치로 폭락했다.
미국 스탠다드 앤 푸어스 500 지수 지난 1년간 변동 추이. (자료 제공: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중국 상하이지수 지난 4개월간 변동 추이. (자료 제공: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전병서)
한국 코스피 지수 지난 4개월 변동추이. (자료 제공: 네이버 금융 화면 캡처)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인 주간 실업보험청구자수가 감소하는 등 고용시장이 호전된데다 영국 중앙은행도 향후 세계 경기 호조에 따른 물가 부담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일찍 올릴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2018년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에서 이제는 경기호전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푼 돈을 거둬들이려는 금리 인상 조치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미국의 실업률이 4%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등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힘을 실었다. 카플란은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행사 후 "이미 거의 완전고용에 있고, 실업률이 올해 4%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경기 부양적 정책을 점진적이지만 신중하게 거둬들이는 것이 옳은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다는 증거가 보이지만 여전히 물가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리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같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발언으로 2015년 12월부터 통화 긴축(기준금리 인상)을 개시한 미국이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에 대응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우려가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같은 우려로 미국 국채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과 함께 지난 2일(현지시간) 2.5% 급락한 미국 다우지수는 3~4일 주말 휴장 뒤인 5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무려 1175.21포인트(4.6%) 급락해 미국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불과 2거래일 만에 1841포인트가 추락, 연초 상승분을 다 토해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다우지수 하락률은 2011월 8월 이후 최대치이고 포인트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하락폭이다.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마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높일 경우 주식, 채권, 부동산 값에 낀 거품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제닛 옐런은 지난 3일 퇴임사에서 미국의 주식과 업무용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높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같은 우려와 미국의 경기지표 호전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시장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치솟자 세계 주요 금융시장의 주가도 동반 폭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은 때아닌 한파를 겪고 있다.
미국 시카고 옵션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스탠다드 앤 푸어스 500 변동성지수.(자료 제공: 중국경제금융연구소(소장 전병서)
외신들은 변동성지수(VIX)가 한때 37까지 치솟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11월 이후로 처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