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Life를 빚어내는 마법! 파도처럼 푸른 꿈을 그려가는 도예작가 이은미
이은미 도예작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 위 흙덩이에 손을 대는 순간, 사발이 되고, 화병이 되고, 접시가 된다. 뽀얀 도자바탕에 푸른 파도를 만들고 꽃을 피우는 도예가의 손은 신통방통하다. 청화처럼 푸른 꿈을 그려가고 있는 작가 이은미. 그녀의 작업이자 직업인 도예가의 삶은 어떨까? 도예가, 대학 강사, 사업가로서 1인 3역을 하고 있는 분주한 삶을 만나보자.
하얀 바탕의 작은 접시위에 유독 푸른 파도가 넘실대며 흰 바탕이 점점 푸른색으로 채워지고 있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도예가이자 사업가인 이은미의 손끝에서는 마법이 일어난다. 우리의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Beautiful Life를 빚어내는 마법이다. 공예는 실생활에 쓰인다는 큰 특징을 갖고 있어서일까? 그녀의 작업은 자연스레 직업이 되었고, 창업으로 연결되었다. 30대에 도예작가이자 사업가, 대학 강사 까지 1인 3역의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그녀의 팔자는 이렇게 만들어 졌다.
어떻게 도예를 전공하게 되었냐는 물음에 “공예과로 입학해서 3가지 공예분야인 섬유, 금속, 도자를 모두 배웠는데 그 중 도자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공예가 다른 예술과는 조금 다르게 재료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당시의 저는 도자 재료가 가지는 특성이나 다루는 방법과 기법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도자전공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요.”라며 크게 웃었다.
이은미의 작품은 주로 몰드를 이용한 슬립캐스팅 작업들로 만들어지는데, 보통 공장에서처럼 몰드를 이용해서 작업한다. 몰드 생산은 간단하게 틀에 찍어내는 쉽고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 작업의 본격적 공정은 이 이후에 시작된다. 몰드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수작업으로 깎고 다듬고 마무리하는데 더 오랜 시간을 들여 대량생산과는 차별되는 손이 많이 가는 디자인과 높은 완성도로 뽑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상들에 청화로 그림을 그리는데, 이 과정을 통해 뽀얀 도자기바탕에 푸른 꽃이 만개하고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이은미 도자를 특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그녀만의 손맛과 푸른 청화에 주목하며 환호하고 반응한다.
도예를 직업으로 살아가는데 가장 행복한 것과 가장 힘든 점을 각각 한 가지씩 꼽는다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도예작가로 살아가는 건 정말 힘든 직업입니다. 다른 직업도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도자기’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1,250도의 높은 온도로 소성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하기 때문에 고된 노동의 연속이죠. 흙을 치대는 작업부터 소성까지 정말 고된 과정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컵이라든지 사소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물건이 판매상품이 되었을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힘든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작업하는 환경을‘행복’한 상태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쁘고 성능이 좋은 작업도구를 구비한다던지, 맛있는 간식과 커피를 곁에 두고 작업을 한다든지, 제가 행복할 요소로 채우는 거지요.(웃음)”
그녀는 작업을 통해 생산되는 결과물을 효율적으로 유통하기 위해 ‘이엠 스튜디오’를 만들어 실제적 유통의 기반을 구축했다. 그녀가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다 보니 작품을 구입하거나 위탁판매를 원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정식 판매루트로 올해 초부터 이엠 스튜디오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녀에게 창업은 이처럼 자연스레 이루어졌고, 이렇게 시작된 창업활동은 창작과 현실의 밸런스를 이루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작품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템 개발을 통해 나름대로 수익화 구조를 갖추었다. 2014년부터 ‘슬로우센트’라는 단아한 형태의 팔각 합에 향초를 만들어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아 곳곳의 아트샵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대표 아이템이다. 그 외에 ‘일인식기모듈’, ‘오발시리즈’등의 식기라인과 청화그림을 그린 미니접시가 최근 새로 늘려가는 아이템이다. 착실히 수익 모델을 만들고 확장해가며 준비하는 이 젊은 작가의 준비성은 모범답안처럼 보일 정도이다.
최근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되는데, ‘세라믹 업사이클(upcycle)’ 프로젝트다. 도자기는 파손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유행과 쓰임에 따라 방치된 도자기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 이은미는 이같은 도자기 자원낭비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이미 생산된 도자기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도 작업의 좋은 모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행운은 이렇게 찾아오는 걸까? 흔치 않은 세라믹 업사이클링 작업에 대한 그녀의 프로젝트에 서울시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 올 9월에 개관하는 서울시 ‘새활용플라자’의 입주스튜디오 작가로 선정되어 프레자일(fragile)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계획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물음에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어렸을 적 마음이 아직 있지만, 도자기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재료적인 한계와 체력적 한계가 있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강익중’ 이라는 작가가 있는데, 작은 3인치 캔버스 그림을 무한대로 늘려 큰 작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저도 작은 것들을 무한대로 늘려 벽면 전체를 감싸는 큰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라며 당찬 계획을 말했다.
붓놀림에 따라 넘실대는 푸른 파도처럼 도예작가 이은미의 푸른 꿈이 모두 아름답게 그려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