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소통플랫폼이 필요하다.

2017-08-16     김인숙

 
이해관계자가 직접 참여하는 워크숍과 소통플랫폼
2017년 3월 스탠포드대학연구소(SRI, Stanford Research Institute)를 방문했다. 이들은 워크숍을 통한 ‘기술사업화(commercializ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기술사업화에 필요한 시장조사, 경쟁력 분석, 법률, 특허권,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영역의 현장 전문가들이 닷새 동안 워크숍에 참여한다. 이미 축적된 특허, 연구개발 제품, 시제품들을 사업화하는 일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워크숍 방식은 사업화 가능성을 협력하고 토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강점을 가진다. 기술사업화, 시제품 상용화, 시장가치 창출에 필요한 다양한 관점들을 한 자리에서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11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독일의 강점인 제조업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것이다. 여기서 산업혁명은 산업에서 출발했지만 경제, 사회, 문화 전체를 혁명적으로 바꾼다는 의미이다. 이 단어는 독일의 엄청난 위기의식과 동시에 도전정신을 표현한다. 그 당시 미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중국의 제조업에 뒤진다는 두려움이 매우 컸던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은 2013년 산업계 협회 주도로 ‘Plattform Industrie 4.0’이라는 소통플랫폼을 만들었다. 그 안에서 표준, 연구, 보안, 법률, 노동이라는 워킹그룹을 운영한다. 소통플랫폼 방식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출발한 4차 산업혁명을 ‘스마트서비스세상’과 연결하고 있다.
 
독일,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한 정책설계와 진화한 소통플랫폼
독일은 1970년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복합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하는 방법으로 이해관계자 참여모형을 적용했다. 국제환경규제에서 기술성, 경제성, 환경성, 사회성을 모두 반영한 환경기준을 설정하려면 단순한 법률제정으로는 부족하다.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다양한 변수를 모두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원재활용 분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소재산업, 재활용산업, 환경단체, 산업계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동물의 배설물을 에너지 혹은 순환자원으로 인정할 것인가? 그 기준치는 무엇인가? 어떠한 절차로 결정할 것인가? 지방정부는 어떠한 권한을 가지는가?
이에 독일은 산업경쟁력도 살리고, 자연환경도 보존하고, 사회적인 수용성도 반영하는 방법론을 모색했다.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그 원칙과 절차를 합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바이오매쓰에 관련된 새로운 기준치를 설정하는 문제가 나타날 경우 관련된 지방자치단체, 산업계, 재활용업체, 시민사회 등이 모여서 그 선정 원칙과 절차에 합의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접근방식은 유럽연합 회원국 지침과 법령에도 그대로 유효하다. 이해갈등이 조정되지 못할 경우 사법부의 판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핵심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을 지속적,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환경부 전자제품재활용 담당관이 말하는 문제해결 절차의 한 사례를 소개한다. (1) 전자제품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약 15명 내외 경제주체들이다. 전자산업 세트메이커, 부품업체, 재활용 수거업체, 해체 및 파쇄업체, 소재업체,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유해화학물질 관련 업체 등이다. (2) 담당공무원은 이들에게 재활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한 달 후 초안을 만들어오면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다. 이때 요약한 내용은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쉽게 작성되어야 한다. (3) 수많은 댓글과 의견들이 국내와 국외에서 쏟아진다. 이 의견들을 반영해서 초안을 수정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법률과 제도의 기본골격이 만들어진다. 결국 담당 공무원은 주요 이해관계자를 선정해서 소집하고, 그 내용을 검토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1차, 2차, 3차에 걸친 토론, 합의, 검토 과정을 통해서 효율적이며 동시에 효과적인 재활용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독일의 에너지, 환경, 자원 등 산업정책에서 적용했던 이해관계자 모형은 4차 산업혁명에서 ‘플랫폼’이라는 용어로 진화한 것이다. 

기술사업화 및 정책설계 소통플랫폼을 운영하는 기본 원칙
연구개발 결과물, 특허와 시제품 혹은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통플랫폼 워크숍을 제안한다. 특히 초기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복합적인 정책을설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소통플랫폼을 운영하는 3가지 기본 원칙을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첫째,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야 한다. 가치사슬을 포함해서 가치네트워크 전반에 연결된 경제주체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가스자동차에 가스연료를 주입하는 호스를 개발한 기업을 사례로 들어보자. 가스자동차 생산자, 부품생산자, 주입 호스 생산업체, 주유소 협회, 주유소 근로자, 가스협회, 유해물질 관련 전문가, 환경단체, 운전자단체, 담당부처, 안전관리기관, 글로벌 플랫폼기업, 수입자동차협회, 자동차부품연구소, 외국 자동차 등이 이해관계자이다.

 

둘째,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총 20여명이 모인 워킹그룹은 표준, 안전, 경제성을 중심으로 3~4개 분과가 구성된다. 분과별 토론이 이루어지고, 분과별 발표에서 다른 분과의 피드백을 수렴한다. 이 과정이 최소한 3~4회 반복된다. 이 때 활발한 의견개진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질문이 문제해결에 핵심이 된다. 따라서 그룹 발표시간이 5분이라면, 토론시간은 최소 10분 이상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서 진행자의 핵심역량은 누구나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셋째, 열린 소통플랫폼에서 다른 업종 혹은 사업모델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 자동차에 가스를 주입하는 호스개발이지만, 다른 사업영역에서 혹은 가스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사업모델로 확대되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기업의 사업모델과의 연결성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충분하게 사업모델의 시장성을 평가했다면, 정부차원에서는 법률과 국제 표준 등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사업화과정에서 적용한 이 방식은 정책설계 과정에서도 그대로 유효하다. 미디어 부문에서는 이미 이러한 소통플랫폼 형식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개그콘서트’가 바로 그 사례이다. 개그소재를 중심으로 그룹이 만들어진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유지되거나 해체될 수 있다. 스타트업 사업모델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보고, 실험해보는 것이다. 그 전제조건으로 소통플랫폼이 제공되어야 한다. 플랫폼시대 정부가 제공할 인프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