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성실히 내면 ‘바보’
국민 85.9% ‘과세 불공평하다’
연말정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스 메뉴 중 하나는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들 대비 근로소득자들의 지갑은 투명지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과세행정의 불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반영된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 전국 만 19~59세 급여소득자 1,000명을 대상 ‘세금’ 및 ‘증세’ 관련 인식 조사)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금을 정직하게 성실히 납부하는 모범 납세자는 ‘바보’라는 인식이 많고, 증세를 한다면 빈부의 차이가 없이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간접세보다는 빈부차이가 반영되는 직접세를 원하며, 증세를 하더라도 그 대상은 서민이 아닌 부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급여소득자 10명 중 7명(71.0%)이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다 내고 사는 사람은 바보취급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 존경 받는다(22.4%)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한 과세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급여소득자가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85.9%가 우리나라는 세금부과가 공평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직장인에 비해 전문직 종사자들은 세금을 잘 내지 않는다는 인식도 강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은 직장인들이라는 데는 대부분(95.4%) 공감했으나,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투명하게 낸다는데 동의하는 의견은 6.1%에 불과했다.
세금 인상에 찬성하는 급여 소득자는 5명 가운데 1명(23.8%) 정도이며, 이들은 그 동안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냈기 때문에(76.1%, 중복응답) 세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내비쳤다. 이런 결과는 과거 조사(14년 57.8%→15년 62.8%→17년 76.1%)보다 높은 것으로서 그만큼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가피하게 증세를 해야 한다면 응답자들은 간접세보다는 ‘직접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주세 등 소비와 유통과정에서 세금이 발생하는 ‘간접세’(16.6%)보다는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세 등 소득과 재산에 기준을 두고 부과하는 ‘직접세’(68.9%)를 인상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우세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증세의 우선대상은 연 소득 5억원 이상의 초고소득자(85.6%, 중복응답)였다. 그 다음으로 법인세(58.0%)와 부동산 보유세(48.1%)의 순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세금 인상시 선행되어야 할 조건으로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탈세방지 대책(69.5%, 중복응답)이 첫 손에 꼽혔다. 이런 결과는 벌어들이는 소득만큼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고소득층이 많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기존 세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한 공개(57.7%)와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들에 대한 엄정한 징세(55.4%), 국가 재정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52.9%)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결국 세금 사용처와 국가 재정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소득에 걸맞은 세금 부과가 공평하게 이뤄지는 것이 증세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로 생각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