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술계는 ‘도시’와 ‘건축’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성대하게 펼쳐져

2017-11-16     임수빈(윤승 대표)
돈의문박물관마을 입구

 

도시재생마을인 ‘돈의문박물관마을’ 첫 공개

올해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제는 ‘도시’와 ‘건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년 2월 18일까지 계속되는 ‘종이와 콘크리트 : 한국현대건축운동 1987~1997’展은 그 시기에 유행했던 건축운동을 통해 한국 현대건축의 흐름을 살펴보는 전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는 11월 12일까지 열리는 국제건축연맹(UIA) 서울대회기념전 ‘자율진화도시’展은 한국 건축과 도시의 변천 과정을 계획과 진화라는 두 가지 관점을 통해 재조명하여 자율진화의 가능성을 품은 미래 도시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탐색하는 자리다. 국립과 시립으로 대표하는 두 미술관의 전시 내용만 살펴봐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두 화두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행사는 11월 5일까지 돈의문박물관마을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비롯해 서울의 역사 및 산업현장 곳곳에서 일제히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 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다. 심지어 비엔날레의 이름에도 ‘도시’와 ‘건축’이 들어갔다. 뉴욕, 런던, 상해 등 전 세계 50여 도시에서 미국의 MIT, 일본의 게이오 등 40여 대학과 영국 왕립예술학교 등 120여 기관을 비롯해 참여인원만 총 1만 6,200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규모로 열렸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 사랑에게 집을 지어준 스무 살의 건축학도로 열연했던 이제훈 씨가 홍보대사를 맡은 비엔날레. 이번 행사의 주제는 ‘공유도시(Imminent Commons)’이다. 여기에는 총 300여 개의 전시ㆍ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도시가 직면한 도시 환경적, 건축적, 사회문화적 도시문제를 풀어갈 방법론으로 ‘공유도시’를 제안했다. 또한 ‘도시가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관해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9가지 공유에서 39개 프로젝트 ‘주제전’

서울비엔날레는 그동안 유명 작가의 작품 전시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주제와 제안을 통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9가지 공유에서 39개의 프로젝트를 여는 <주제전>과 세계 50개 도시 공공프로젝트인 <도시전>이 그것이다.

첫째,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근대건물 30여 동을 리모델링해 도시재생 방식으로 조성한 ‘돈의문박물관마을’(면적 9,770㎡)을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경복궁과 강북삼성병원 사이에 위치한 ‘돈의문박물관마을’ 내부에는 문화산업의 플랫폼이 될 ‘도시건축센터’와 돈의문지역의 역사와 도시재생 방향을 소개하는 ‘돈의문 전시관’이 건립되고 있다. 이 밖에도 도심 속 농원을 기르는 모듈식 가구인 ‘그로우 모어’와 태양광 전달기술을 사용해 지하공간에 녹지공간을 소개하는 ‘침략적 재생’ 등 서로 다른 ‘아홉 가지 공유(Nine Commons)’라는 내용의 <주제전>에서 기술, 정책, 생활양식, 디자인 방향 등 39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아홉 가지 공유’에는 공기(Air), 물(Water), 불(Fire), 땅(Earth) 등 4개의 공유자원과 ‘만들기’, ‘감지하기’, ‘움직이기’, ‘다시쓰기’, ‘소통하기’ 등 5가지의 공유양식으로 구성됐다.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서울의 대중교통에 센서를 부착해 서울의 미기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증강현실을 보여주는 ‘서울 온 에어: 도시 활동을 위한 증강환경’, 서울 곳곳에서 채집한 다양한 냄새를 구분해 후각적인 관점에서 공간을 파악하는 ‘서울의 냄새지도’ 등이 있다. 또 ‘디지털 생산기술과 컴퓨터 포옹’은 폐기 재료가 건축 재료로서 갖는 가능성과 인간의 성향, 기술을 접목한 리서치 파빌리온이다. 판넬 같은 물질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포옹할 때 물질의 모양이 변형되는 것처럼 가구 제작과정에서 나오는 나무 폐기물로 만든 물질이 각각 다른 강도의 포옹에서 어떤 속성을 갖게 되는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세계 50개 도시 공공프로젝트 ‘도시전’
둘째, 공유를 통해 도시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도시들의 공공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도시전>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뉴욕, 런던, 빈, 샌프란시스코, 상해, 평양 등 50개 도시의 프로젝트가 전시됐다. 대표적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치솟는 임대료와 주거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60~1970년대 히피들이 모여 살았던 주거형태인 코뮨(Commune)을 접목해서 공동주택 양식을 발전시킨 ‘공동거주지도’라는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스페인 마드리드는 2025년까지 탄소제로배출도시를 목표로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는 ‘드림 마드리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대기질과 매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교통시스템을 정비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프로그램은 ‘평양전’이다. 평양의 도시공간과 주거문화의 변화를 주제로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국내 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자문을 받아 약 36㎡ 규모로 평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전시했다. 현관, 거실, 방, 부엌, 화장실 등을 그대로 구성하고 가구, 벽지 등은 평양의 아파트 사례로 주문 제작하였으며, 북한에서 입수한 생활용품으로 채워 실제 평양의 아파트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운상가 창신동 봉제작업장 등 산업현장에서 다양한 실험
현장 프로젝트에는 공유도시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① 생산도시(도심제조업/세운상가, 창신동, 광장시장) ② 식량도시(물, 식량/돈의문박물관마을) ③ 똑똑한 보행도시(보행환경/DDP, 을지로~청계천) 세 가지로 진행됐다.

① 생산도시: 의류, 금속, 인쇄, 기계 등 도심 제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프로젝트로 서울의 구도심인 창신동,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 생산 현장에서 전시와 워크숍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프로젝트 서울 어패럴’(창신동)은 건축가, 패션디자이너 등이 협업해 봉제공장이 밀접한 창신동의 작업장 한 곳의 작업환경을 작업자 중심으로 개선, 동대문 일대 의류 봉제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는 전시다. ‘신제조업 워크숍’(세운상가)은 시민들이 참여해 로봇팔 작동법을 익혀보고 설치물도 제작해보는 프로그램이다.

② 식량도시: 서울비엔날레 기간 중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비엔날레 식당과 비엔날레 카페가 운영됐다. 음식과 음료를 통해 물, 식량 부족, 도시농업, 일회용품 사용과 같은 관련 이슈를 일상에서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비엔날레 식당에서는 행사 기간 동안 공식메뉴인 ‘탈리’(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역의 채식요리)를 판매하고 식량과 물부족 문제를 다룬 다양한 전시도 함께 했다. 탈리는 큰 쟁반에 밥과 반찬이 1인분 한 세트로 담겨져 나와 요즘 증가 중인 사회현상인 혼밥족의 맥락에서도 잘 맞는 음식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제별 디너 프로그램으로 농부, 식물학자, 환경운동가 등이 시민과 함께 식사를 하며 기후변화와 농업, 대안식량, 채식 등을 화두로 소통한다.

③ 똑똑한 보행도시: 동대문부터 세운상가까지 일대 3㎞에 걸친 ‘걷는 도시 서울’의 비전을 제시하는 보행 프로그램이다. 한국과 영국 작곡가들이 DDP, 서울로7017, 세운상가 등 서울의 7개 장소만을 위해 만든 음악을 그 장소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뮤직시티’, 걸으면서 보행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 지수를 뇌파감지를 통해 측정해 걷기 좋은 환경을 찾아보는 ‘뇌파산책’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10협력도시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