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구 칼럼] 전통시장 배달 앱 성공 전략 5계명
배민·쿠팡이츠 뛰어넘으려면
문제점과 개선방안
필자는 지난달 강북구에 있는 전통시장인 수유시장을 지인과 함께 방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으로 비대면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현장을 보고자 했던 것이다.
현재 전국에 1,700여 개의 전통시장에 약 24만 개의 점포가 있다고 한다. 전통시장의 특징은 현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 즐기면서 값싸고 신선한 제품을 사는 것인데 초유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상인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점포에 방문하는 고객은 줄고 임대료는 계속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나 대체로 영세한 가게들이라 자체적으로 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포함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각 시도에서는 지역화폐 또는 각종 할인상품권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에게 혜택을 주면서 상점의 매출 증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는 전통시장의 식자재를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연계해 고객이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신선한 야채, 과일, 쌀, 고기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통시장의 사례 몇 군데를 살펴보면서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떤 개선방안이 있는지 알아보자.
시도별 경쟁 나선 배달 앱 시장
일반 음식 배달의 경우 대형 민간 배달업체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인 ㈜위주가 ’놀러와요 시장(일명 놀장)’이라는 브랜드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배달 앱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수유시장, 광명시장 등 10여 개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모바일 앱을 통해 식품이나 상품을 주문하면, 점포에 통보되지만 라이더에게도 동시에 문자가 전달돼 식재료를 모아 한꺼번에 고객에게 배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보통 음식 배달과 달리 고객이 주문한 여러 아이템을 수거인이 여러 가게를 돌면서 모아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시에서도 부산지역화폐 ‘동백전’과 연계한 전통시장 배달 앱 구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최근 배달 앱을 구축하고 운영할 업체를 선정해 조만간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조달청에 올라온 입찰공고문을 보면 부산의 경우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음식점 음식 배달과 함께 지역상품 거래 쇼핑몰까지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도에서 전통시장 또는 음식 배달만 하는 것과 달리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축하고 쇼핑몰까지 운영하는 종합배달앱 시스템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종합시스템은 다소 무겁고 복잡한 형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사용하기에 편리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원스톱 서비스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군산시에서는 ‘배달의 명수’라는 이름으로 음식배달 앱을 운영하고 있고, 인천시에서는 지역화폐 ‘e음카드’ 기반의 캐시백 운영으로 시장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도 공공배달 앱 구축 업체를 선정해 준비 중이며 조만간 론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정책을 펴고 있다. 전통시장에 집중하는 경우, 음식 배달 활성화를 꾀하는 경우, 캐시백 제도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경우, 그리고 전통시장·음식 배달·쇼핑몰 종합시스템을 추진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
이는 지자체의 지원 전략, 예산지원 가능 범위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해 추진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면 성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효과적인 운영 전략
전통시장의 효과적인 배달 앱 운영 전략을 다섯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민간 배달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민간 배달업체는 전통시장 식품보다는 식당 음식 배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이 언제 전통시장 영역에 진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편이성 제공과 함께 각종 혜택 및 할인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 확보와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일반 음식 배달과 달리 전통시장 배달 앱의 경우 아직 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온·오프라인에서 그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배달시스템이 구축돼 있다고 하더라도 활성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전통시장 상인들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기에 도움을 받아 각 상점의 식품·상품을 모바일 앱 시스템에 올려놓았다 하더라도 수시로 변하는 가격 반영, 새로운 식품이나 상품의 등록 등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지원하는 체계를 잘 구비해야 할 것이다. 즉,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에게도 편리하고 친숙한 운영이 돼야 한다.
넷째, 라이더 운영을 포함한 배달 시스템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상품의 배달 수요 급증으로 라이더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배달료도 급등하고 있다.
배달 시간을 잘 지켜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배달료도 안정적으로 책정돼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라이더의 안전한 운행 및 안정적인 일자리도 유지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의 지역화폐와 연계한 각종 사업은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긴급상황하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팬데믹이 끝나고 난 후 각종 혜택이 사라지는 상황이 되더라고 사업이 영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전략을 지금부터 고민하고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