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 어떤 방향으로 세워야 하나? [고동원 교수, 제394회 선명부동산융합포럼]
암호자산,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전자적 증표’ 게임, 금융, 유통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 “암호자산 특성 고려한 새로운 법률 제정이 바람직”
[스타트업투데이]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8일 서울 강남구 카이트타워 14층에서 열린 제394회 선명부동산융합포럼에서 ‘가상자산 거래의 법제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고동원 교수는 암호자산 거래의 확대와 법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그는 “「한국은행법 제47조」에 따르면 ‘화폐의 발행권은 한국은행만이 가진다’고 나와 있다”며 “’암호화폐’나 ‘가상화폐’라는 ‘화폐 용어’는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가상자산’(Virtual Asset)보다 ‘암호자산’(Crypto Asset)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다”며 “유럽연합(EU), 일본,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금융기구와 대부분 외국 문헌은 ‘암호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대신 암호자산∙∙∙특징은?
암호화폐의 핵심 기술로 ‘블록체인’(Blockchain)과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가 꼽힌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비트코인: P2P 전자 현금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을 주제로 발표한 논문을 통해 블록체인에 기반한 암호화폐로 처음 등장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계약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2015년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이더리움(Ethereum)을 발행하면서 소개됐다.
‘암호자산’은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이나 이와 유사한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전될 수 있다. 즉,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전자적 증표’라는 게 고 교수의 설명이다. 「특정금융보고법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적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서 발행인이 사용처와 그 용도를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게임산업에서는 게임 이용을 통한 유∙무형의 결과물로, 전자금융에서는 선불전자지급 수단이나 전자채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외에도 일정한 금액이나 물품∙용역의 수량을 기재해 발행한 상품권, 모바일 기기 상품권 등의 형태로 발행되기도 한다.
암호자산 거래 규제 방향은?
그렇다면 암호자산 거래 규제는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 고 교수는 “현행 금융 관련 법률은 금융시장 질서를 유지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라며 “규제가 강한 만큼, 암호자산 시장과 산업 육성을 위한 탄력적인 내용을 담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자산의 특성을 고려하고 건전한 암호자산 시장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법률 제정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고 교수는 암호자산을 ▲증권형(Security) ▲지급결제형(Payment) ▲이용형(Utility) 암호자산 등 가지로 분류했다.
증권형 암호자산은 투자의 손익에 배분받는 권리가 부여된 것으로 증권의 성격을 가진다. 지급결제형 암호자산은 교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디엠(Diem)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이용형 암호자산은 발행인이 제공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해 전자적으로 접근해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그는 “증권형 암호자산이 증권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증권형 암호자산을 다른 암호자산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규제의 일관성∙명확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모든 유형의 암호자산을 새로운 법률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효율적인 감독 체계 수립 방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금의 금융감독기관이 아닌 새로운 감독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게 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현재 금융감독관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나뉜 비효율적인 체계”라며 “암호자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거나 전문 인력 확보 측면에서 보면 감독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규제,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
고 교수는 전문성과 독립성, 책임성 확보를 위한 공법인(公法人) 형태의 민간기구 ‘암호자산감독원(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암호자산 시장과 산업에 대한 법령 등에 관련된 정책 업무는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이 담당할 것을 요청했다.
또 그는 자율규제기관(SRO)인 암호자산사업자협회를 중심으로 암호자산 시장 감시 체계 구축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암호자산 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된 협회는 자율규제기관으로서 암호자산거래소의 상장 및 공시와 관련된 규정, 규칙 제정권 행사, 암호자산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 등을 수행한다”며 “협회 내에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암호자산시장감시위원회(가칭)를 설치∙운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고 교수는 암호화폐 규제에서 ‘투자자 보호’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개정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하 특금법)으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신고 수리 제도가 도입됐다”며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 목적의 규제에 머물러 암호자산 거래의 완전한 제도화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암호자산 거래 시장에서의 시세 조종 행위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