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레온, “인강 속 강사가 ‘수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25년 가상인간 시장규모 14조 원 예측 엔터테인먼트, 금융, 교육,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인간 활용 클레온, 딥휴먼 기술 기반 우주∙은하 선보여∙∙∙MBN과 가상 기자 개발 협업

2022-02-17     염현주 기자
클레온 진승혁 대표

[스타트업투데이] 우주는 한국대 전기전자공학과 20학번 학생이다. 보이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를 쏙 닮은 외모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추석에는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걸었으며 청양고추를 잔뜩 넣은 고추전과 깻잎전을 부치기도 했다. 요즘에는 BTS의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즐겨 듣는다. 

그의 여동생 은하는 카멜로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다. 수능시험날 시험장 앞에서 했던 인터뷰가 뉴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우주와 은하는 SNS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MZ세대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하나 숨어 있다. 우주와 은하는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로 탄생한 국내 최초의 ‘가상 남매’라는 것이다. 즉,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인간’(Virtual Influencer)이다. 

사실 가상인간은 우주와 은하뿐만은 아니다. 브라질계 미국인 여성 릴 미켈라(Lil Miquela)는 미국 스타트업 브뤼드(Brud)가 2018년 만든 가상인간으로 직업은 가수다. 실제로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2020년 싸이더스 스튜디오엑스가 가상인간 로지(ROZY)를 소개하면서 가상인간 시대가 열렸다. 가상인간은 비단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금융, 교육,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서비스되고 있다. 

가상인간의 등장으로 앞으로 산업계는 어떤 변화를 맞을까. 클레온 진승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상인간의 활용방법

클레온의 자동 더빙 솔루션 클링(사진=클레온)

가상현실(VR), 메타버스(Metaverse) 기술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가상인간 역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광고모델, 가수, 쇼호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인간이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 <블룸버그>는 최근 가상인간 시장규모가 2021년 2조 4,000억 원에서 2025년 14조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일부 산업계는 가상인간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버추얼 가이드(Virtual Guide)를 통해 차 안에서 관광명소 소개나 숙소 및 맛집 예약 등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밖에도 교육계는 AI 튜터, 미술계는 AI 도슨트 등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디지털 휴먼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점점 다양한 형태와 콘셉트를 가진 가상인간이 등장하면서 관련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가상인간이 특별하거나 획기적이지 않은 데다 ‘거기서 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금까지 알려진 가상인간은 예쁘장한 외모의 20대 여성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이르렀다는 시각도 있다. 

진 대표는 “그동안 가상인간은 여성 중심의 셀럽, 아이돌, 모델 등 소위 ‘인플루언서’라고 칭할 수 있는 직업군과 행동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레드오션(Red Ocean)이 돼버린 가상인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선한 콘셉트와 함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휴먼 기술 기반의 ‘우주’와 ‘은하’

우주는 한국대 전기전자공학과 20학번 학생이다. 보이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를 쏙 빼닮았다(사진=클레온)

클레온은 평범한 남성이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좋은 포지셔닝할 수 있다고 보고 가상인간 ‘우주’를 만들었다. 여기에 우주의 여동생 ‘은하’를 공개해 대한민국 평범한 남매의 일상을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우주와 은하는 진 대표의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됐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약간 지루하게 느껴졌다. ‘인강 속 강사가 수지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사업 아이템으로 가상인간이 떠올랐다고 한다. 

진 대표는 “인강 속 강사의 얼굴과 목소리를 수지로 바꾼다면 마치 수지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공동창업자와 함께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면서 우주와 은하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클레온은 고3이라는 설정에 맞게 은하를 지난해 수능시험날 공개했다(사진=은하 인스타그램)

우주와 은하는 클레온의 딥휴먼(Deep Human)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가상인간이다. 딥휴먼 기술은 단 한 장의 사진과 30초의 음성 데이터만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디지털 휴먼을 생성한다.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바꾸거나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특히 은하는 고3이라는 설정에 맞게 지난해 수능시험날 공개했는데 우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소처럼 잘 보고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의좋은 남매인 듯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에는 <MBN>과의 협업으로 국내 언론사 최초의 AI 가상 기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긴급 속보를 전하거나 인간이 가기 어려운 장소를 취재할 수 있다는 게 진 대표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클레온은 영상 공유 SNS 플랫폼 카멜로(Kamelo)와 AI 버추얼 챗봇 서비스 클론(KLONE), 자동 더빙 솔루션 클링(Klling) 등을 개발했다. 카멜로와 클링은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각각 소프트웨어와 모바일앱 부문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받았다. 

 

클레온의 카멜로와 클링은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각각 소프트웨어와 모바일앱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한편 클레온은 CES 2020 참가를 계기로 테드(TED), TCL, AMD 등 글로벌 기업과 500여 건의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에 지사를 설립해 시리즈 A 투자 유치 계획도 세웠다. 

또 가상인간의 얼굴, 모션 등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NFT와 연동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NFT 거래 플랫폼과 거버넌스 코인도 개발할 예정이다. 진 대표는 “스페인, 독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점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의 구글’이 되기 위해 기술적인 면은 물론 사내 문화와 복지 등에서도 최고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레온 직원들(사진=클레온)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