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구 칼럼] 암호화폐가 현물화폐를 대체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암호화폐인가, 가상자산인가?

2022-03-31     지석구 대전세종연구원 정책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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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필자는 최근 모 핀테크 회사에서 개최된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금융 분야는 문외한이지만, 금융도 이제는 IT와 융합하여 급변하는 상황에서 회의에 참석하여 몇 가지 코멘트를 하게 되었다. 

창업, 블록체인, 기술개발,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토론된 여러 가지 내용 중 지금 시중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암호화폐를 언급하려면 우선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하여 알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로, 이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변경된 데이터의 결과 값을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2009년 만들어진 비트코인이 도입된 이래 국내외에 수많은 암호화폐가 발행되어 거래되고 있는데, ‘암호화폐’의 정의를 보면 ‘암호화 기술을 이용하여 발행되는 화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가상자산’은 또 무엇인가? 가상자산이란, ‘전자적으로 거래되는 증표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을 말한다.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이 두 용어의 차이는 한마디로 화폐로 인정되느냐 아니냐인데, 탈중앙화로 만들어지는 암호화폐를 중앙정부가 아직 화폐로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가상자산이란 용어로 통용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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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동향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2021년 3월 전기차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비트코인 채굴 시 발생하는 과다한 전기사용에 따른 환경문제를 이유로 두 달 만에 중단하였다가, 금년 1월 또 다른 암호화폐인 ‘도지코인’을 대금지불 수단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신용카드회사인 VISA카드와 마스터카드사도 암호화폐와 연계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기 시작하였다. 

민간부문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 및 공기관에서도 가상자산이 도입되거나 검토되고 있다. 자국 화폐가 없어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중남미의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승인하였고, 금년 초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암호화폐로 세금납부를 허용함으로써 화폐로서의 기능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또 다른 가상자산의 일종인 NFT(대체불가토큰)을 거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금년 3월 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는데 ‘미국의 이익 보호’ ‘세계 금융안정 보호’ ‘불법 이용 방지’ ‘책임 있는 혁신 촉진’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미국의 리더십’ 등 6가지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하였다. 이는 미국 정부도 탈중앙화 형태에서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미래에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65%, 암호화폐 거래량의 90%를 차지하던 중국이 작년에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시켰다. 민간이 주도하는 암호화폐가 자국의 금융 주권을 침식할 수 있다고 보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정부는 화폐발행에 대한 국가의 독점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통제 가능한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였다. 2019년 말부터 선전, 수저우 등 지방정부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발급하기 시작하여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사용하였다. 이것을 보면 중국정부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거래되는 암호화폐는 디지털 자산 자체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지라도 화폐로서의 기능은 중앙에서 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상자산 관련한 뉴스가 간간이 나오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금융감독원이 기존 42개 암호화폐거래소 중 29개를 심사통과 시킴으로써 그동안 혼란하였던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였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에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금융권도 속속 가상자산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국내 은행 및 증권사들은 현재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직접투자는 어렵지만, 수탁관리 업무인 ‘커스터디’ 서비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가상자산사업자 중 하나인 한국디지털에셋(KODA)과, 신한은행은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과 협력하여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하였다. ‘거래’라는 측면에서 가상자산거래소와 경쟁 관계라고 볼 수 있는 증권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증권, SK증권 등이 커스터디 사업을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가상자산, 블록체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자회사 빗썸메타는 SK, LG, CJ 등으로부터 90억 원을 투자받아 메타버스∙NFT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하였다. 

지난 1월 말 통계청은 ‘가상자산을 통계로 포함’한다고 발표하였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에 대하여 과세 예정이다. 대통령 당선인도 ▲가상자산 투자이익에 대한 비과세 확대 ▲국내시장에서 현재는 허용하지 않고 있는 ICO(Initial Coin Offering) 허용 ▲디지털 자산에 대한 기본법 제정 ▲동 산업의 정책을 총괄할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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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망과 대책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량이 2027년에는 현물화폐를 능가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였는데, 실제 이러한 일이 생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시장에서 많은 금융고객이 가상자산에 투자·거래하고 있고,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에서 교환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예측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다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암호화폐 투자가 과열되어 일종의 투기 수단이 되기도 할뿐더러 자금세탁, 탈세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된 암호화폐가 갑자기 사라져 고객이 막대한 손실을 입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기술에 기반하여 탈중앙화의 특성을 가진 가상자산이 현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나 법제도적인 기반이 미비하여 여러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먼저 금융당국은 공정한 거래 질서를 유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하고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기존 정착된 금융체제에 대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비하여 생존과 성장전략을 세워야 한다. 

가상자산거래회사들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금융고객의 자산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금융소비자인 일반 시민도 미래에 예측되는 대 격동에 어떻게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하여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지석구 대전세종연구원 정책협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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