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큐엠아이티 이상기 대표, IT 기술로 선수 관리∙∙∙스포츠 문화 혁신 앞장
스포츠 선수 육성∙관리 문화 변화 모색 플코로 효율적 의사결정 및 훈련 가능 플코짐, 전문 코치진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 제공 “스포츠 기능 식품 개발, 스포츠 과학 교육 사업 등 추진할 것”
[스타트업투데이] 과거 스포츠 문화는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의 권위에 바탕을 둔 수직적 관계가 주를 이뤘다. 선수 관리 방식도 지도자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선수들은 부상에도 근성으로 버티며 훈련과 경기를 소화해야 했고, 부상 없이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기기와 디지털 소프트웨어에 친숙하고, 스포츠 과학에 수용적인 태도를 지닌 젊은 지도자들이 스포츠 현장에 증가하면서 선수 관리 방식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선수와 수평적인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테크 스타트업 큐엠아이티(QMIT)는 기술을 통해 국내 프로 스포츠 선수 육성∙관리 문화의 선진적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현재 데이터 기반 스포츠 선수 관리 온라인 플랫폼 ‘플코’(plco)와 전직 스포츠 선수들이 코치로 참여해 유소년 선수의 역량 향상을 돕는 오프라인 서비스 ‘플코짐’(plcoGYM)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기 대표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데이터 기반 선수 관리 필요성 강조
이 대표는 창업 전 K리그에서 골키퍼 포지션으로 프로 축구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약 8년간 선수로 활동하면서 훈련이나 경기 중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선수를 수없이 많이 봤다. 하지만 선수를 관리하는 방식은 과거의 관습에서 달라지지 않았고, 이 대표는 이에 의문을 가졌다.
그는 “선수 생활 후반기에 2년 동안 있었던 서울 이랜드 FC에서 댄 해리스(Dan Harris) 코치를 만나게 됐다”며 “그가 선수의 컨디션과 통증 부위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뒤 훈련 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선수가 스스로 기록한 상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 계획, 경기 출장 계획 등을 세우면 부상 위험이 낮아지고, 지도자들은 효과적인 전력 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했다. 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2017년 큐엠아이티를 설립했다.
그는 사업 초, 데이터에 기반한 선수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지도자를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스포츠 과학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스포츠 인권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다수의 스포츠 산업 종사자들은 선수의 컨디션이나 기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반면 국내 스포츠 현장 지도자들은 철저히 성적으로 평가받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 아래 선수 생활을 경험했다”며 “스포츠 과학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했고, 선수의 기분이나 컨디션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기반 선수 관리는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선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스포츠 과학을 주제로 한 교육∙세미나를 꾸준히 개최하는 등 시장에 플코 서비스의 필요성을 알렸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데이터 활용해 선수 부상 위험↓역량↑
플코는 선수가 사용하는 앱과 코치∙감독 등 지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구성돼 있다. 선수는 앱을 통해 컨디션, 기분, 수면 시간∙질, 통증 부위∙강도 등의 신체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 지도자는 이를 통해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훈련이 가능하다. 팀∙개인 모니터링 기능으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일정관리 기능으로 훈련, 경기, 휴식 등의 스케줄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34개 종목 282개 스포츠 팀이 플코 서비스를 도입해 선수 관리에 활용 중이다. 축구, 농구, 배구와 같이 부상의 위험도가 높은 고강도 팀 스포츠 종목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플코의 궁극적인 목표는 스포츠 팀 내 구성원들을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내재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플코짐은 유소년∙엘리트 선수들과 공식 훈련 외 추가 트레이닝으로 역량을 향상하고자 하는 프로∙세미프로 축구 선수들을 위한 오프라인 서비스다. 프로 무대 경력을 보유한 코치들이 선수별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제공한다. 현재 서울시 송파구와 경기도 화성에 2개 점을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 시장 내 문제점 발견∙∙∙신사업 형태로 해결책 제시
큐엠아이티는 단계별 정부 과제를 통해 기술 개발 및 인력 채용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창업 초기에는 스마트벤처캠퍼스에 선정돼 플코 프로토타입인 ‘팀 매니저’를 개발했다. 현재는 팁스(TIPS)를 통해 인공지능(AI) 활용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해 부상위험도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 엘캠프(L.CAMP), 삼성 씨랩 아웃사이드(C.Lab Outside) 등 여러 민관 지원사업으로 입주 공간과 사업 수행 필요 자금 등을 지원받았다.
큐엠아이티는 네 차례에 걸쳐 46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사로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롯데액셀러레이터, 네이버 D2SF, 보광창업투자, 빅베이슨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지난 6월 마무리된 시리즈A 라운드 투자금 30억 원은 플코짐 화성점 신규 개소와 플코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개발 인력 영입에 활용됐다. 추후에는 스포츠 과학 데이터 연구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다.
큐엠아이티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확보한 시장 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스포츠 시장 내 문제점을 찾아 신사업의 형태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밸류체인을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스포츠 선수나 생활 체육인을 위한 스포츠 기능 식품 개발, 스포츠 과학 확산을 위한 교육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