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엔츠 박광빈 대표, 탄소회계 SaaS 플랫폼 ‘엔스코프’로 탄소중립 실천

지구온난화 따른 이상기후 현상↑∙∙∙교토의정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체결 엔스코프, 탄소중립+회계 결합한 서비스∙∙∙탄소배출 측정∙감축 도움 실제 감축 솔루션과 연결∙∙∙탄소배출권 거래 통한 배출량 상쇄도 가능 “탄소중립 실천에 선제 대응 방안 필요”∙∙∙스코프3 배출량 산정 엔진 고도화 목표

2023-07-18     염현주 기자
엔츠 박광빈 대표(사진=엔츠)

[스타트업투데이] 지구온난화로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제사회는 지난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를,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Climate Change Accord)을 채택하며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Carbon Border Tax)를 도입해 강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설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12월 비전을 선포하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중견기업이 스스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이행하는 데 도움되고자 ‘중소기업용 탄소배출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탄소배출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데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가장 많이 배출되는 항목은 어디인지, 그리고 필요한 탄소배출권이 얼마큼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엔츠는 탄소중립과 회계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쉽게 파악∙관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박광빈 대표는 환경보호를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이 우리가 돈을 절약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가계부를 보면 본인이 한 달 또는 한 주에 얼마나 어디에 돈을 썼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듯이  탄소배출량 역시 GHG 프로토콜(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기준)에 따라 어느 영역에서 주로 탄소가 배출되는지 측정하고 감축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박광빈 대표가 제시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로에너지 빌딩→탄소배출 관리∙∙∙탄소중립 밸류체인 전반 제공 

사진=엔츠

‘엔츠’(AENTS)는 ‘기업의 탄소를 측정하고 감소시키자’를 비전으로 삼고 기업의 탄소중립을 데이터로 측정∙관리하는 스타트업이다. 박광빈 대표와 정종수 이사가 2021년 6월 공동으로 창립했다. 

엔츠의 시작은 제로에너지 빌딩 관리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박광빈 대표는 해당 시스템에 대한 실수요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고 기업을 위한 탄소회계 SaaS로 피보팅(Pivoting)했다. 언젠가는 개인이나 기업, 건물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탄소배출량을 측정∙분석해 줄이는 시스템을 당연하게 여길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엔츠가 개발한 ‘엔스코프’(Aentscope)는 기업이 소유한 모든 사업장과 공급망, 소비자가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분석하는 탄소회계 SaaS 플랫폼이다. 국내∙외로 요구되는 표준화된 탄소 정보를 보고하도록 돕는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기업으로 맞춤화된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 감축 솔루션과 연결해 탄소를 줄이고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배출량을 상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진=엔츠

박광빈 대표는 “엔스코프의 목표는 기업의 탄소중립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엔츠가 국내에서 제일 먼저 기업용 탄소회계 SaaS를 상용화한 만큼, 단순히 측정∙관리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 공유∙분석부터 감축∙거래까지 기업에 필요한 탄소중립 밸류체인(value-chain) 전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출시된지 1년이 채 안 된 엔스코프가 다수의 유료 기업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탄소배출시장에서의 수요를 입증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기업이 산정방법 수립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던 스코프3(기업의 밸류체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배출량, Scope3) 배출량 산정 기능과 여기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자동화 기능 등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탄소배출량 측정 위한 비용적∙제도적 지원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투자업계도 엔츠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엔츠는 지난 3월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완료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됐다. 

탄소중립 밸류체인 전반을 제공하기 위한 파트너십 구축도 탄탄하다. 엔츠는 지난 3월 SK에코플랜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탄소배출 관리 및 감축 솔루션 연결 기능 고도화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한살림생활협동조합, JYP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규모와 산업군의 기업이 엔츠의 고객사로 있다. 

한편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 인식과 규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애플(Apple)과 네슬레(Nestlé) 등 글로벌 기업은 자사의 공급망 내에서 탄소배출량을 과다하게 배출하는 기업이 있다면 퇴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블랙록(BlackRock) 등 일부 글로벌 투자사 또한 탄소배출량 과다기업을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도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때다. 2025년부터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시작으로 2030년 모든 코스피 상장사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의무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함께 탄소배출량 측정에 대한 기업의 수요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기업이 탄소를 줄이지 않고서는 물건을 팔지도, 투자를 받지도 못하는 시대”라며 탄소중립 실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첫 단계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서비스를 기업이 더 쉽게 도입하도록 비용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엔츠는 회계 데이터와 구매기록 데이터 등에 기반을 두고 자동으로 기업의 스코프3 배출량을 산정해주는 엔진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스코프3 배출량은 산정 방법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스코프3 배출량 측정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이 많다”며 “개인과 기업 모두가 함께 풀어야만 하는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엔츠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