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장간’으로 용산을 바꾸는 액셀러레이터 N15

중국 정부는 1980년대부터 혁신 클러스터를 설립해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결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중관촌, 하드웨어 중심의 심천을 만들어냈다. 심천은 개방형 제조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을 용이하게 제작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 혁신 제조업 창업의 허브로 성장했다. 


N15(엔피프틴)은 활력을 잃은 용산을 중국의 심천처럼 국내 제조업 창업의 중심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나진(Najin) 15동 지하1층 도깨비상가에서 창업해 이름이 N15다. 애초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 및 육성, 투자에 집중하다가 R&D 및 양산 인프라, 교육 등 전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에서 플랫폼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공동 창업자인 허제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지털대장간에서 시제품을 만들며 상의하는 모습
디지털대장간에서 시제품을 만들며 상의하는 모습

N15은 원스톱 하드웨어 특화 플랫폼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N15은 저(허제 대표)와 류선종 대표가 공동으로 2015년에 설립했습니다. 처음엔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로 시작했습니다. 첫 해에는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 및 육성, 투자에 중점을 뒀고, 2016년에는 하드웨어 개발을 위한 R&D 및 양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습니다. 2017년에 하드웨어 관련 교육 사업을 런칭했습니다. 

N15은 글로벌액셀러레이팅팀, Proto X팀, 하드웨어스페이스팀, 교육팀 등 총 4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글로벌액셀러레이팅팀은 드래곤 레볼루션(Dragon Revolu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협력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네트워크 확장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스페이스팀은 국내외 메이커 스페이스의 기획 및 설계, 구축,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용산전자상가에서 ‘디지털대장간’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 중입니다. ‘디지털대장간’은 서울시와 N15, 나진산업이 다자 업무협약을 맺은 최초의 민관협력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오픈한 지 1년 6개월여 됐는데 회원수가 3,000여 명에 이르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팀은 성인대상 테크(Tech) 교육 전문인 ‘카멜레온 아카데미’, 전 연령층 대상의 메이커 교육인 ‘메이커스 칼리지’, 초등/중학교 대상 코딩 전문 교육인 ‘바나나코딩’ 등 3개 브랜드로 나눠져 있습니다. 

Proto X팀은 아이디어부터 양산까지 하드웨어 제작의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하드웨어 제작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국내외 주요 대기업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50개 이상의 하드웨어를 성공적으로 개발했습니다. 

‘바나나코딩’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중학생들과 바나나코딩 교구 세트
‘바나나코딩’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중학생들과 바나나코딩 교구 세트

N15이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나라는 삼성, 현대, SK, LG 등의 대기업은 물론, 수많은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역량을 기반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나라입니다. 그 역량과 노하우, 인프라가 아직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여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최근 창업의 트렌드가 소프트웨어 위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하드웨어로 집중하게 했습니다. 

저는 과거 ‘3D프린팅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출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는데, 이때의 경험 또한 하드웨어 분야로 집중하게 된 계기입니다. 중국 심천의 최대 전자상가 허창베이에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가 입주해서 시너지를 만들어 내듯이, 용산전자상가에 터를 잡은 N15도 그런 효과를 일부 누릴 수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내 완벽한 시제품 출시

N15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가지는 차별성은 어떤 것입니까? 

N15은 전 세계 150개 이상의 하드웨어 특화 창업지원 파트너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수십여 차례의 해외 벤치마킹 출장을 다녀오며 저희만의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노력했고, 가장 큰 차별성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프로그램 기간 내 완벽한 시제품이 출시된다는 것과, 프로그램 기간 내에 대기업 협력 사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 두 번째입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제품을 실제로 구현하기 전에는 고객, 투자자 등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때문에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됩니다. 우리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 무엇보다 제품화 과정에 집중합니다. 이와 관련된 다수의 내부전문가들의 역량으로 강도 높은 미팅을 통해 산출물을 만들어 냅니다. 

제품 또는 서비스 완성도가 높은 스타트업은 투자자 연결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을 유지시켜 줄 매출을 만들어 내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N15은 그 힘을 대기업과의 협업에서 답을 찾고 있으며, 이것이 N15이 추구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형태입니다. 대기업들도 사내의 제한적인 창의력을 보완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매우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유도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2017년 11월 30일에 있었던 ‘2017 N15 PARTNERS DAY’에서 국내외 스타트업과 파트너들의 기념사진 촬영
2017년 11월 30일에 있었던 ‘2017 N15 PARTNERS DAY’에서 국내외 스타트업과 파트너들의 기념사진 촬영

한국에서 하드웨어 기반의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만든다고 할 때, 디자인, 기구설계, 회로설계, 펌웨어, 소프트웨어 개발 등 폭넓은 역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몇 안 되는 인력으로는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설령 뛰어난 멤버들로 시제품 개발을 완료해도, 양산이라는 어려움을 마주합니다.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자금조달에 성공해 제품을 론칭한 후에는 고객에 대한 사후관리라는 이슈에 직면합니다. 수백,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치고 시장에 나와도 예상치 못한 오류들이 발생합니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빠른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스타트업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너지는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매우 많습니다. 그만큼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어렵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의 매력도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성공 제품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한동안 가져갈 수 있습니다.

또한 해외진출에 있어서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훨씬 더 빠르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려운 만큼 성공했을 때 그 과실은 더욱 달콤합니다.

N15의 주요 글로벌 파트너들
N15의 주요 글로벌 파트너들

세계 150여 개의 파트너와 네트워크 구축

N15의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 경쟁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글로벌 진출은 이제는 필수라고 봐야 합니다. 해외와 국내의 크라우드 펀딩 금액만 비교해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국내는 초기 스타트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해 줄 고객층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N15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파트너 발굴에 나섰고, 지금까지 150여 개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대기업, 벤처캐피털리스트, 액셀러레이터, 제조사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 네트워크들은 N15와 함께하는 스타트업들은 물론 국내 비즈니스 파트너들과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전용 플랫폼도 곧 오픈할 예정입니다. 

 

N15가 스타트업을 발굴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초기 기업들에게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역량을 발견하거나 이를 유추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창업자를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본인이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를 이뤄 낼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검증하는 시간을 오래 갖습니다. 창업자의 과거 이력과 비전 등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소통하며, 함께했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의논합니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진 아이템이나 산업분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의 역량이라 확신합니다. 어떤 팀원들로 구성되어 있든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든지 훌륭한 창업자라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함께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N15가 용산전자상가에 자리를 잡은 뒤 용산의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저희가 창업하기 전까진 용팔이라는 오명과 함께 용산전자상가의 부정적인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N15이 창업한 이후 저희는 용산전자상가의 상징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다양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모일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로 다수의 창업지원기관, 대학교 캠퍼스 등이 들어섰고, 아직 부족하지만 점점 더 많은 부분들이 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7년 N15가 발굴한 스타트업 중 주목할 성과를 거둔 스타트업이 있습니까?

3D 프린팅이 대중에게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은 혁신적입니다만, 소재 부문에 있어온 한계가 늘 아쉬웠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3D 프린팅 소재 기업 2곳에 투자를 했습니다. 2016년에 3D 프린터용 메탈 파우더 소재를 만드는 3D컨트롤즈(대표 이상규)에, 2017년에 레진 기반의 세라믹, 메탈 소재를 만드는 MOP에 투자했습니다. 3D컨트롤즈는 후속 투자유치를 진행했고, MOP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N15이 스타트업, 중견중소 및 대기업들에게 제공하는 제품개발 및 양산 서비스에도 두 회사의 소재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N15의 2018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자체 유통 플랫폼 구축이 올해의 최대 미션입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상반기 중에 오픈할 계획입니다. 

또한 한국의 우수한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N15의 제조 R&D 및 양산 서비스 플랫폼을 고도화시키고 샌프란시스코 거점에 진출해 해외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수주할 계획입니다. 지금도 이미 중동에서 수주한 제품 R&D를 진행하고 있어 전혀 불가능한 부분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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