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C-ITS로 교통사고 비약적 개선

2020년이면 한국 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1월 24일 국토교통 혁신성장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상용화하고 2022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도·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제도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의 실현은 10년을 훌쩍 넘는 먼 미래와 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동차 전문 기업과 ICT 기업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자동차가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실체’가 됨으로써 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분야별 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1월 23일부터 2월 1일까지 플래투닝 시험 운행을 실시했다. (자료: 다임러트럭)
트럭도 자율주행 시대
이미 지난해부터 도심의 관광지나 도로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시험 운행이 시작됐으며 대중교통인 버스, 심지어 트럭도 합류해 자율주행의 실현을 앞당기고 있다. 다임러트럭(Daimler Trucks)의 경우 이미 2016년에 자율주행 트럭을 공개했는데, 다임러의 악트로스(Actros) 자동차가 약 14km의 고속도로를 자율주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7년 9월에는 미국 공공도로에서 상용차 제조회사로는 최초로 트럭 플래투닝(Platooning) 시험을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플래투닝이란 트럭 여러 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선두 트럭의 움직임에 따라 뒤의 트럭 역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주변을 탐지하며 자동으로 주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때 선두 트럭이 핸들링, 가속, 감속, 제동 등 모든 주행 상황을 제어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볼보트럭(Volvo Trucks)도 플래투닝 시험에 오래 전부터 투자를 하고 있다. 2012년, FH트럭을 선두에 세우고 다른 트럭 1대와 승용차 3대가 후미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게 하는 로드 트레인 시스템(Road Train System)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볼보는 스웨덴을 거점으로 삼아 플래투닝 시스템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차량자세 제어장치, 차선이탈 방지, 운전자 경계, 차선변경 보조장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탑재하는 등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왔다.
심지어 볼보트럭은 플래투닝 시스템을 활용해 스웨덴의 볼리덴 광산에서 무인 자율주행 덤프트럭을 운행하기도 했다. FMX 모델 기반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덤프트럭 투입 후 광산의 생산성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인 NXP 반도체는 DAF트럭과 함께 2016년 4월 네덜란드 인프라 및 환경부가 주최한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에 참가해 유럽 일부 도시에서 네덜란드까지 트럭 자율주행 플래투닝을 성공적으로 시연했다.
이어 뮌헨 일렉트로니카 전시회에 앞서 지능형 보안 교통 시스템을 시연했는데, 여기에는 뮌헨 도로에서의 플래투닝 주행, 신호등 및 차량 동기화, 보안 V2X 기술 기반의 교통약자 보호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시연에서 NXP는 DAF 트럭, TNO, 리카르도와 함께 V2X 기술로 연결된 트럭들이 고성능 카메라, 레이더 시스템을 사용해 11m 간격을 두고 시속 80km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NXP를 포함한 4개 기업은 향후 트럭 간 최소거리를 40% 가량(시속 80km 주행 속도에서 7m 간격) 더 줄이기 위해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한편 다임러 측은 향후 10년 안에 자율주행 트럭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테슬라(Tesla)는 2019년에 한번 충전으로 최대 약 800km를 주행할 수 있는 테슬라 세미를 출시할 계획이다. 테슬라 세미에는 플래투닝 주행이 가능하도록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돼 안전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의 한 운송회사인 Bee’ah는 약 50대의 테슬라 세미를 예약했다.

2017년 9월에 출시, V2X를 통한 트럭 플래투닝의 유용성을 확대했다. (자료: NXP)
자율주행과 C-ITS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커넥티드 자동차(Connected Car)와 자율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는 자동차 자체 기술뿐 아니라 관련 인프라가 중요하다. 가빈 스미스(Gavin Smith) 로버트 보쉬(Robert Bosch) 오스트레일리아 사장은 “연결성, 전자화, 자동화로 인해 모든 자동차가 연결되고 자율주행화될 것”이라며 “인구통계학적 변화, 도시화, 에너지 및 기후 위험의 증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IoT 환경 등과 같은 메가 트렌드로 인해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중요성에 힘입어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 System)은 C-ITS(Cooperative ITS)로 발전하면서 도로 인프라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NXP반도체가 참여한 유럽 트럭 플래투닝 챌린지 역시 유럽 전역의 ITS 관련 법규 및 표준 제정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사회기반시설(SOC)인 도로, 철도, 항공, 대중교통과 같은 전통적인 인프라는 최근 통신, 센싱,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결합 된 디지털 인프라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ITS 또는 C-ITS 등을 이야기할 때 주로 등장하는 용어는 V2V, V2I, V2X 등이다. 차량 간 통신(V2V: Vehicle to Vehicle)은 주변의 자동차에 사용자가 탑승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로, 속도 변경 등을 알리고 충돌을 방지하며 도로 사용의 최적화에 도움을 준다. 차량·인프라 간 통신(V2I: Vehicle to Infrastructure)은 교차로 관리와 같은 네트워크 인프라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고, 차량·사물 간 통신(V2X: Vehicle to Everything)은 보행자 및 장치를 탑재한 다른 개체와 연결해 통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교통 시스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사진은 이지마일의 자율주행 버스인 EZ10
C-ITS에 이어 자율협력주행 도로시스템 박차
한국은 이미 26여 년 전부터 ITS를 도입했고, 2014년부터는 V2X 기반의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C-ITS 기술은 위치정보, 주행상태, 도로정보 등을 활용해 돌발 상황을 인지하고 과속 및 신호위반에 대한 경고, 자동차간 통신을 구현한 시스템을 말한다. 국내 C-ITS는 2007~2014년간 스마트하이웨이 연구개발을 통해 위험구간 주행 안내, 군집주행, 긴급차량 접근 경고, 공사구간 위험경고, 교통약자 보호, 비신호교차로 통행우선권 안내, 차량 간 충돌 방지, 돌발사고 보호, 교통정체 안내, 좌회전 위험경고 등을 가능케 했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 자율협력주행 도로시스템 구축사업을 위해 경부선 서울 톨게이트-신갈분기점-영동선 호법JCT 구간과 여주 시험도로 구간에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다. 자율협력 도로시스템은 V2V, V2I 사이의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C-ITS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시스템이다. 자율협력 도로시스템에는 정밀 전자지도 상에 시설물과 각종 물체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지역 동적 지도(LDM: Local Dynamic Map), 도로 인프라에 설치된 기지국을 통해 GPS 오차를 최소화하는 GPS 보정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등의 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도로 운영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대전시는 정부의 2020년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 방침에 따라 자율협력주행 도로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그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자율주행 MOU를 체결하고 자율주행 기술자문단 및 정책포럼 운영 등 상용화를 위한 추진체계 마련에 주력해 왔다.
현재 대전시 관내 및 주변 도로에는 총 87.8km의 C-ITS가 구축되어 있다. 서울시와 제주시도 국토교통부의 C-ITS 시범도시로 선정돼 2020년까지 3년간 총 43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한편,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8년 1월 29일에 도시혁신 및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발표,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맞춤형 기술로 첨단 선도 기술 중 도심형 무인셔틀, C-ITS 등을, 미래 혁신 기술로 V2G(Vehicle to Grid)와 자율주행 등을 포함시켰다. 이날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세종 5-1 생활권과 부산 에코델타시티를 스마트 시티(Smart City) 국가 시범도시로 지정했다. 이 중에서 세종 5-1 생활권은 자율주행 특화도시로 조성되고 C-ITS가 구축된다. 여기에는 자율주행 대중교통, V2G 기반 구축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세계 각국은 ITS 또는 C-ITS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비록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구현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의 자동차 내 지원 및 자동화 시스템은 이미 내비게이션, 위치 정보, 자동차 관리, 도로 주변 인프라, 다른 자동차와의 상호작용, 속도 및 제어 관리 등 많은 요소가 구현되어 있는 상태여서, 자율주행화에 따른 기반 시설의 기술 역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운전자가 운전이라는 미션으로부터 자유로워질수록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차 안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장거리 운전이나 장시간 운전에 대한 부담을 감소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운전시간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즉, 운전자의 운전시간이 증가할수록 한정된 도로 인프라를 고려하면 교통체증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관점에서 C-ITS의 지원을 받는 커넥티드 자동차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존의 자동차와 도로시스템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특히 앞선 사례처럼 플래투닝 시스템은 잠재적으로 복잡성을 야기하는 교차로 관리를 최적화해 연료나 시간을 절약하게 하고 충돌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한편, 미국 교통국(DOT)의 자료에 따르면, V2V 및 V2I가 매년 발생하는 수백만 건의 교통사고를 8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사만사 콕필드(Samantha Cockfield) 오스트레일리아 교통안전위원회 도로안전 매니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수준의 도로안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모든 자동차에 적용된다면 미래에 수천 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