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의 개방형 협업 시스템 구축 증가

매해 2월 말 전 세계 ICT 업계는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들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에 집결한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개최하는 이동통신 업계 최대의 행사인 ‘MWC(Mobile World Congress)’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MWC 행사는 지난 2010년대 초 LTE 상용화 이후 또다시 ‘5G’라는 대규모 이동통신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9년부터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할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통신 장비 및 단말업체, 이동통신사, 그리고 수 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각 업체들이 자신들만의 기술력과 서비스 추진현황을 밝히면서 비단 이동통신 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를 예고 했다.

장비 업체들, 5G 준비 완료 선언…중국 화웨이가 가장 돋보여

GSM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 이동통신 회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술은 3G나 4G(LTE)가 아닌 2G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4G 회선 수가 2G와 3G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G는 2025년이 되어도 전체 회선에서 53%의 비중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이동통신 기술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비 업체들은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비업체들에게 5G는 향후 10여년 이상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이되기 때문이다. 물론, 2019년이 되어도 5G 상용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본격적인 확산은 2020년 이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 수 이통사들은 상용화 준비에 나섰으며 여러 업체의 장비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특히 장비 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이통사에게 5G 장비를 공급할 경우 해당 이통사가 향후 다른 업체의 장비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시장 선점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또한 올해 6월 5G SA(Stand-Alone) 표준 기술이 책정될 예정인데, 이로 인해 자사의 기술을 표준안에 더 많이 반영시키기 위한 기술 개발과 협력 이통사 확보를 위한 행보가 이번 MWC에서 가시화된 것이다.

MWC 2018에서는 화웨이, ZTE와 같은 중국 업체들뿐 아니라 노키아, 에릭슨, 삼성전자 등 통신 장비 업체들이 완성 단계에 이른 각각의 5G 장비와 솔루션들을 공개했으며, 단순히 네트워크 기술의 공개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IoT 및 스마트 시티 등 5G의 유스 케이스(use case)를 보여주었다.

특히 화웨이는 가장 돋보인 업체였다. 동 사는 LTE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상용 5G 칩셋인 ‘발롱(Balong) 5G01’과 CPE(고객댁내장치, Customer Premises Equipment)를 공개했다. 5G와 관련해 이통사를 위한 솔루션뿐 아니라 단말업체들을 위한 칩셋에 이르는 모든 부문에서 통합적으로 제공이 가능함을 과시한 것이다. 화웨이는 현재 전 세계 30개 이상의 이통사들과 예비 상용화(pre-commercial) 단계의 5G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통신 장비와 단말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는 점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최대 이통사인 AT&T와 버라이즌(Verizon)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도입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시대에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버라이즌에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화웨이가 통신 장비 시장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상당히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화웨이의 5G CPE (출처: ATLAS)
화웨이의 5G CPE (출처: ATLAS)

올해 말부터 5G 스마트폰 등장 본격화

2019년 이후 5G가 상용화될 경우 어떤 단말이 먼저 판매되기 시작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이다. 현재 퀄컴과 인텔, 삼성전자, 화웨이와 같은 통신 칩셋 업체들은 모두 5G 모뎀 칩을 개발했으며, 이미 단말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시제품을 제작 중이다. 중저가 단말에 통신칩을 공급하는 중국의 미디어텍도 이번 MWC에서 자체 5G 모뎀 칩을 기반으로 전 세계 이통사들과 테스트에 나서고 2019년부터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등장할 5G 단말은 가정 또는 사무실에 설치해서 유선 초고속 인터넷처럼 5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정형 무선(Fixed Wireless) 단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화웨이를 비롯한 몇몇 업체들이 CPE를 공개했으며, 미국의 AT&T와 버라이즌은 올해 말부터 5G 기반의 고정형 무선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휴대형 와이파이 핫스팟과 노트북, 태블릿 역시 5G가 적용될 유력한 단말이다. 인텔은 이번 MWC 기간을 앞두고 전 세계 노트북 시장의 50% 이상을 점하고 있는 HP, 델, 레노버와 5G 노트북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퀄컴도 5G 통신이 가능한 노트북 사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몇몇 제조사들과 협력 중이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진행된 KT의 5G 시범 서비스에서는 삼성전자의 5G 태블릿이 활용되었는데, 이 단말은 최대 속도 3.5Gbps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5G 스마트폰’에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은 다른 단말과 달리 크기가 더 작으며, 5G뿐 아니라 4G와 3G 등 기존의 네트워크 기술도 지원해야 하기에 안테나 배열과 배터리 수명 등 개발에 있어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5G 스마트폰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보였는데, 이번 MWC에서는 ZTE와 소니 등이 5G 스마트폰을 공개했으며 화웨이는 자사의 상용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연내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5G는 국내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LTE 시대에 접어들 때는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국내 업체들이 빠르게 LTE폰을 공급해서 큰 시차적 이익을 얻었는데, 5G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업체들도 이미 공급할 준비을 끝내고 있으며, 국내 업체보다 먼저 출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화웨이와 ZTE가 글로벌 이통사들에게 5G 통신 장비와 솔루션, 스마트폰 등의 단말을 패키지로 저렴하게 공급할 경우 관련 국내 업체들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019년 5G 모뎀칩 양산을 추진 중인 중국 미디어텍 (출처: ATLAS)
2019년 5G 모뎀칩 양산을 추진 중인 중국 미디어텍 (출처: ATLAS)

상용화 일정 공개하는 이통사들…개방형 혁신 강조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 이통 3사를 비롯한 많은 해외 이통사가 5G 테스트를 시작하였으며, 일부 이통사는 MWC 2018 행사에서 보다 구체적인 로드 맵을 공개했다. 미국 AT&T와 티모바일(T-Mobile)은 2018년까지 각각 12개, 30개 도시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며, 스프린트(Sprint)도 4월 중 6개 도시에서 5G 시험 서비스를 시작하고 내년부터 미국 전역으로 확대한다. 중국 차이나모바일은 올해 필드테스트를 거쳐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일본 최대 이통사인 도코모 역시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추어 5G 사업을 강화한다.
국내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이 내년 3월부터 5G를 상용화한다고 밝힌 가운데, 이통사들도 이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안요구서(RFP)를 준비하거나 발송한 상황이다. 이번 MWC에서는 SK텔레콤이 ‘퍼펙트 5G’를 주제로 단독 전시관을 열고 다양한 5G 기술과 응용서비스들을 선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던 KT 역시 ‘세계 최초 5G, KT를 경험하라’를 주제로 커넥티드 카와 에너지 통합 관제 플랫폼, 가상현실(VR) 등의 서비스를 공개했다.
특히 이통사들은 5G를 IoT(사물인터넷) 사업을 더욱 확대시킬 계기로 보고 있다. 물론, LTE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5G에 조기 투자를 해야 하는지, 5G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 될 지에 대해서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5G가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면서 핵심적인 통신 인프라 역할을 할 것이기에 컨슈머 영역에 집중되었던 수익원을 보다 다양화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는 이통사 단독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다양한 산업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5G 시대를 위해 10개 사업 분야의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서울에 ‘오픈 콜라보 하우스(가칭)’를 개관할 예정이라고 밝힌 SK텔레콤 이외에도 미국 버라이즌과 일본 도코모, 독일 DT, 중국 차이나모바일 및 차이나텔레콤 등의 이통사들이 개방형 혁신을 위한 연구소 개설이나 유관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은 ‘퍼펙트 5G’를 주제로 MWC에서 단독관을 운영했다. (출처:SK텔레콤)
SK텔레콤은 ‘퍼펙트 5G’를 주제로 MWC에서 단독관을 운영했다. (출처:SK텔레콤)

4차산업혁명을 위한 핵심 인프라…스타트업들에게도 기회 제공

5G는 단순한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이 아닌, 사회 전체에 걸쳐 개인의 삶과 기업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인프라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5G를 위한 주파수 조기 경매와 응용 서비스 발굴을 위한 업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 FCC의 아짓 파이(Ajit Pai) 의장은 5G를 위해 28GHz 대역의 경매를 올해 11월에 진행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으며, 영국도 주파수 경매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중반 5G 주파수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5G는 초고속, 초저지연성 그리고 대규모 단말 수용 능력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스마트 시티는 물론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로봇,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다양한 영역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즉, 5G는 4차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발판이 되며,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것이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5G의 더 빠른 보급과 활용을 위한 응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데, 5G 전략추진위원회에서 자율주행, 로봇, AI, 재난·재해 서비스, AR/VR, 스마트시티 등 6대 5G 융합 서비스 시나리오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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