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트렌드’에서 하나의 ‘일상’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저성장과 함께, 모바일 기술의 발전,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공유경제 확산을 이끌고 있다. 2017년 전 세계 공유경제의 시장규모는 186억 달러(약 21조 1천억 원)에 달한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다양한 자원을 개별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과 어떻게 연결하는가, 접근하는가에 있다. 모바일 기술 발전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 형태 공유경제 서비스의 등장은 사람들 간의 연결을 급속히 확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플랫폼에 참여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는 공유경제의 방식을 통해 각자의 수요를 충족하며 이득을 얻고 있다. 에어비앤비(숙박), 쏘카(자동차), 쏘시오(물건), 스페이스클라우드(공간), 위즈돔(지식), 8퍼센트(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3년공실 오피스를 셰어하우스로 용도전환한 쉐어원오렌지 (제공: 쉐어원)
3년공실 오피스를 셰어하우스로 용도전환한 쉐어원오렌지 (제공: 쉐어원)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초래된 공유경제

공유경제 서비스의 주요 사용자는 10-40대 젊은 계층이며, 1980년대부터 2000년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핵심이다. 특히, 경제환경 변화 속에서 자산을 소유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 등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한정된 이 세대는 자산을 소유하기보다는 접근(access) 기회를 늘리고 경험하는 것을 중시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적인 가치 추구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한편, 취향 중심의 커뮤니티를 형성을 지향한다. 삶은 독립적이지만 특정 가치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함께 즐긴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공유경제의 확산은 도시문화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공간공유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주거방식과 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한편,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청년들을 중심으로 지불 가능한 주거 및 업무 공간 마련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간공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새로운 트렌드’에서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인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적 공간과 다양한 기능 제공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공유공간이 공존하는 ‘코워킹(co-working) 공간’과 ‘코리빙(co-living) 공간’이 대표적이다. 


Co-working Space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원격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면서 프리랜서, 리모트워커 등 혼자 일하는 사람도 많아져, 코워킹 공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과 프리랜서가 증가하면서 종로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중심업무지구)와 강남권을 중심으로 코워킹 공간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무실 관리비용이 저렴한 코워킹 공간을 기존 사무실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늘면서 시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코워킹 공간 전문 리서치그룹 ‘데스크매그(deskmag.com)’에 따르면, 전 세계 코워킹 공간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13,800여 개로, 전년도에 비해 22% 성장했다. 코워킹 공간 이용자 수는 약 120만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500여 개의 크고 작은 코워킹 공간이 공급, 운영되고 있다.

전 세계 코워킹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위워크(WeWork)’는 2016년 8월 강남역을 시작으로 을지로, 삼성역, 역삼역, 광화문, 서울역, 여의도, 선릉역 등으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멤버십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위워크는 현재 기업가치가 약 22조 원에 달하며, 전 세계 50개 이상 도시에서 20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한다. 현재 멤버십에 가입된 이용자 수는 약 10만 명을 넘는다. 위워크가 전세계적인 코워킹 공간 산업을 이끄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 코워킹 공간을 앞다퉈 공급하고 있다. 2015년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에서 코워킹 공간 공급을 시작한 ‘패스트파이브(FastFive)’는 최근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급을 늘리고 있다. 역삼동, 삼성동, 홍대입구 등 오피스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1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도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밖에도 네덜란드 기업 ‘스페이시스(Spaces)’는 2017년 10월 한국 진출과 함께 고급화된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StudioBlack)’, ‘드림플러스(Dreamplus)’(한화생명), 스파크플러스(SparkPlus)’(아주호텔앤드리조트) 등 국내 대기업의 코워킹 공간 공급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코워킹 공간은 전통적인 업무지역인 종로 CBD, 강남업무지구, 여의도 등에 위치한 대규모 오피스 빌딩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공간 임대를 넘어 프리랜서부터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다양한 규모, 다양한 산업군의 사용자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폭넓은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반해 외국인, 의류생산자, 미디어, 디자인, 문화 등 타깃을 세분화하고 사용자들의 특성에 맞춘 중소규모의 코워킹 공간 공급도 늘고 있다. ‘로컬스티치(local stitch)’와 ‘창신아지트’가 대표적이다. 로컬스티치는 글로벌 디지털노마드와 미디어 산업 종사자, 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프리랜서들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업무공간이자, 지역문화를 즐기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소이다. 지역 패션봉제산업의 특성을 살린 쉐어팩토리 창신아지트는 동대문시장 인근에 위치하여 의류제작자와 디자이너들이 협업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이들 코워킹 공간은 힙스터, 창작자 등의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문화와 도시의 다양성을 만들고 있다. 또한 공실이 급격히 늘고 있는 지역 중소형 오피스 혹은 근린생활 빌딩의 활용모델이 되고 있다. 

WeWork 내부 사진
WeWork 내부 사진

Co-living Space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셰어하우스와 같은 코리빙 공간도 청년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서울 청년 1인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소득대비 높은 주거비는 코리빙 공간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주거 질을 높이면서도 지불 가능한 수준으로 주거공간을 공급하는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여럿이 한집에서 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각자 따로 사용하지만, 주방ㆍ거실ㆍ화장실ㆍ욕실 등은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하는 주택 유형이다. 셰어하우스 입주자는 기존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주거환경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누리는 반면, 공급자는 다세대 원룸이나 고시원 등과 같은 주택상품을 대체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셰어하우스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공급도 늘고 있다. 2016년 가을, ‘쉐어원(ShareOne)’에서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서울에는 60여개의 크고 작은 운영사에 의해 203개 주택이 셰어하우스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 거주 가능한 인원이 약 1,600명에 달한다. 기존 주택유형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재 시장규모는 셰어하우스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2013년에 비해 10배 성장했다. 일본의 경우, 2015년까지 약 2만 2천실 정도의 셰어하우스가 도쿄도를 중심으로 공급되었다. 현재 일본 셰어하우스는 연 5%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한 1999년 대비 20배에 달하는 셰어하우스 공급자가 활동하며, 단순한 양적 성장만이 아닌 거주자의 수요에 맞춰 주거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셰어하우스의 85% 이상은 단독/다가구주택, 대형 아파트와 같은 기존 주택을 새롭게 인테리어 한 형태이다. 우리나라에서 셰어하우스를 처음 시작한 ‘우주(woozoo)’를 비롯하여 ‘플랜A’, ‘바다’, ‘에이블하우스’, ‘보더리스하우스’, ‘커먼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신축개발이나 오피스를 용도 전환하는 등 셰어하우스에 최적화된 공간을 개발하고,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청년세대 라이프스타일을 충족하는 개발 방식이 늘고 있다. 

코워킹&코리빙 공간, 로컬스티치 (제공: 로컬스티치)
코워킹&코리빙 공간, 로컬스티치 (제공: 로컬스티치)

대표적으로 쉐어원은 국내 최초로 강남구 역삼동에 신축 셰어하우스를 선보였다. 건물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셰어하우스를 기획하여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확실히 구분하고, 욕실과 화장실 등의 기능들을 분리해 함께 사는 불편을 최소화하였다. 또한 3년 이상 공실이 발생하고 있던 역삼동 소재 꼬마빌딩 2개층을 쉐어하우스로 전면 개조하였다. 이를 통해 수요자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면서도 5-6% 대의 운영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오래된 여관이나 고시원 등을 셰어하우스 용도로 전환하여 청년들을 위한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공급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주거공간 공유는 룸셰어(room share), 셰어하우스(share house), 코리빙(co-living) 공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비용절감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지향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입주자들간 소통을 활발히 하고, 함께 거주함으로써 창출될 수 있는 삶의 만족에 초점을 맞춰 장소와 사람을 공유한다.  또한 생활경험 극대화를 위해 주거공간과 함께 업무공간, 상점, 쇼룸, 문화공간을 접목하여 복합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영국 ‘더 콜렉티브(The Collective)’의 코리빙 공간 ‘올드오크(old oak)’, 네덜란드의 ‘조쿠(Zoku) 등은 공유공간을 극대화하여 레스토랑, 바, 도서관, 게임방, 세탁실 등을 제공한다. 이 공간을 통해 피트니스, 공연, 식음 등의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한 공간 임대사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화소비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와 패션봉제산업 종사자 협업공간, 창신아지트
디자이너와 패션봉제산업 종사자 협업공간, 창신아지트

공유경제의 확산과 공간공유시장의 확장은 지속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현재 공유 기반 부동산시장은 주거공간, 업무공간, 상업공간, 문화공간, 주차장, 창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잘 사용되지 않던 지하공간, 옥탑 및 옥상 공간이 이제 파티, 연습실, 워크숍, 공연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공유된다. 대형 오피스빌딩의 로비는 팝업스토어로 꾸며져 상업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주말이나 저녁시간에 비는 도심 오피스빌딩 주차장은 쇼핑이나 문화 여가 활동을 원하는 도심 방문자들에게 제공된다. 현재 공유기반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공간 임대가 아닌, 공간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기반을 둔 서비스와 콘텐츠 기반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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