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플랫폼은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성장의 열쇠

(출처: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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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현재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한민국의 산업전반이 정체되어 간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선진기업들은 개별기업간의 경쟁이 아닌 생태계간, 플랫폼 간 경쟁을 통해 핵심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의 장애가 되는 요인들은 과감히 버려가며 성장을 거듭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사업을 성장시키면서 제조업 강국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들은 보다 열린 연결과 협업을 통한 산업생태계 강화를 통해 제조업의 융합화, 서비스화를 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권력화, 플랫폼 시장 장악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 및 기술과 자생력을 확보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성장 시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동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왜 개방형 플랫폼인가? 

2000년대 초 필자가 SK텔레콤 플랫폼연구원장 재임시절, SK 텔레콤은 빠른 속도로 무선인터넷 서비스 관련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있어서 세계적인 통신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이 2007년에 아이폰을 출시하고 이듬해 앱스토어를 시작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통신사 간의 제한된 경쟁구도에서 만들어지던 혁신의 동력은 아이디어가 있고 열정이 있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기업들에게로 넘어갔다. 

SK텔레콤의 티맵은 2002년에 세계 최초로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한 빠른 길 안내서비스로 태어났다. 하지만 성격적으로 한국의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스라엘의 Waze라는 기업은 사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면서 지도 정보와 교통 정보를 사용자로부터 제공받아 사업의 확장성을 가진 플랫폼 성격의 네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10여 개 나라에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던 Waze는 창업 7년만인 2013년 구글에 약 10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또한 훨씬 큰 가치를 호가하는 우버도 통신사만의 경쟁구도에서는 성장하기 힘든 사업이며, 이러한 스타트업이 통신사의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독립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과감하게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개방형 플랫폼 시장이 있다. 

 

글로벌 산업변혁 – 생태계간 경쟁, 플랫폼간 경쟁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의 사업 분야가 전통적인 제조 유통분야에서 기술기반의 신산업분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기술기반의 사업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의 사업영역은 서로 다르지만,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성공시킨 플랫폼 모델을 자동차, 헬스케어 등 유관산업 영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시도와 함께 해당 산업 내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을 인수제휴하거나 자신의 플랫폼에 참여시키는 형태로 시장을 창출하며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가고 있다. 

디지털 융합이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시장 독점 가속화가 진행되는 변화 가운데 특정 기술 자체만을 이용한 새로운 가치창출은 미래시장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연관된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예로 Forrester Research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Insights-driven 비즈니스의 성장률은 연간 2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한 제조업과 우수한 IT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은 산업구조의 대변혁 과정에서 산업혁신의 핵심 자원인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플랫폼화를 통해 산업생태계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필요성 

플랫폼화는 기술과 더불어 공공산업데이터를 활용하여 기존의 기술혁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혁신과 시장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 플랫폼은 다수의 유저 또는 제품/기술을 바탕으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한 외부 효과로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며 플랫폼 참여자에게 참여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플랫폼 내 자원의 개방과 공유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국내 기업은 플랫폼 사업화 추진 시 단기간의 개발을 통해 수익창출과 투자회수를 달성하려는 목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또한 내부자원의 개방과 협력에 대한 폐쇄적인 대응으로 외부의 자원 도입이 어려운 점등이 플랫폼 사업화를 전개하기 어려운 제약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 내에서 취득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와 활용범위가 제한적이다. 관련 제품서비스 유통 방식의 제한 등 플랫폼 주체의 지배성향이 강해 중소중견기업이 파트너로서 플랫폼의 자원을 보다 자유롭게 가공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나, 우리나라 특성상 대기업 중심의 플랫폼 생태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기술적 역량 한계 등 이미 구축된 플랫폼의 활용 능력과 다양한 애로사항으로 자생적으로 비즈니스를 추진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민간기업의 주도적인 참여 유도, 플랫폼 및 산업생태계 기반 조성 등 국내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으로 기 구축된 공공정보 및 산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플랫폼 개발 및 활성화를 통해 대기업 중심의 고착화된 시장구조를 탈피하고, 스스로 성장, 확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산업플랫폼은 단일 시장이 아닌 산업 수준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분야로 개별 기업 혹은 기업군의 주도적인 추진과 더불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효과적이라 판단되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산업플랫폼 구축 노력은 우리나라 플랫폼 산업 발전 외에도 공유경제에 대한 기업의 폐쇄적 문화 개선, 건정성이 담보된 산업생태계 정착을 통한 고용 안정화에도 기여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플랫폼 사업화 진단 

통신 사업자들은 IOT기반의 스마트홈 솔루션 개발, 생활편의 서비스 개발 플랫폼에 집중하면서 각 통신사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들을 개방형 플랫폼 개념으로 제공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예를 들면 SK텔레콤에서는 API 포털을 통해서 개발자나 개발 회사가 필요한 기술을 유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각사의 유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클라우드, 금융 결제, 운송 등 일반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 ARTIK, 전자부품연구원 MOBIUS, 달리웍스 Thing+ 등 제조 산업 부문에도 활용할 수 있는 IOT 플랫폼은 시장의 미성숙, 공유개방성 미미, 제도적 지원 등이 부족하여 활성화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공유되는 기존 데이터가 국내 데이터에 국한되어 해외 대비 공유데이터의 범위와 질적 수준이 낮아 실제 산업부문에서의 활용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홈 플랫폼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스피커인 SKT의 누구, 네이버의 클로버, 카카오의 미니 등도 국내시장에서는 활성화되고 있으나, 개방성이나 활용가치, 생태계 확장성 부분에 있어서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홈 등 글로벌 회사들의 플랫폼과 비교해 얼마나 경쟁력 가질지는 미지수다. 

이들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규제 개혁이 문제이다. ‘Negative’ 규제는 법령에 명시된 불법의 사항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할 수 있는 규제방식으로 선진국형 제도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판매된 가전의 이용데이터, 산업부문에 납품된 기기의 데이터 등을 자유롭게 수집공유할 수 없으며, 기본적으로 이를 타인에게 공유할 수 있는 규제적, 문화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기업의 플랫폼 서비스 개발 및 확장을 위해서는 산업영역별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플랫폼 사업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의 공유 및 이용의 범위를 넓히고 상대적으로 해외 대비 열악한 산업데이터의 규모와 품질 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플랫폼 구축방안 

정부는 지난 5년간 정부주도의 연구시설 장비의 자원공유, 네트워킹 서비스 제공, 공통기술개발 등의 플랫폼 개발구축 등 자원공유를 통한 비용절감 및 시설장비 활용성 증진, 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반 마련 등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플랫폼 정책, 사업 과제에서 쓰이는 플랫폼의 개념이 핵심기술, 중개플랫폼, 인프라 등 다양한 개념의 용어로 혼용되고 있고, 일반 R&D와 차별화 되지 않은 과제추진과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부재로 인해 플랫폼의 민간 활성화와 자립화에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하였다. 따라서 민간의 자유도를 높이는 플랫폼 개념의 정립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플랫폼의 확대활용을 위해서 산업간 데이터 연계 사용을 위한 정부의 공유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민간 기업은 상대적으로 데이터 확보가 용이한 모바일 기반의 생활편의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제조업 분야에 대한 도전은 미온적이다. 제조업 분야에서의 데이터 확보 및 공유시스템의 부재, 상대적으로 짧은 사업기간, 핵심기계 및 인프라의 해외 의존 등 국내 산업의 특성과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의 자발적인 데이터 확보 노력과 플랫폼 비즈니스 시도를 위해서는 임계치를 넘는 규모의 데이터 축적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정 산업분야에서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을 통해 기존분야 내에서 부가기능부가가치를 추가하는 형태의 산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플랫폼 산업에서는 산업생태계 내 기업 형성이 시장기술 단일 영역으로 한정되며 데이터 및 기술의 축적 또한 해당 범위 내로 국한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산업플랫폼의 지향점은 이종 분야기술간 연계융합을 통해 분야에 제약이 없는 제품서비스 개발과 기술혁신이 시도되면서 새로운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형태의 산업 활동이 이루어는 것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산업플랫폼의 성장 시나리오를 위해 정부는 초기 산업데이터 표준화분석 관련 R&D를 지원하고 민간 참여를 유도하여 핵심자원 공유체계를 정립하고 플랫폼 참여자간의 비즈 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자립적인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산업플랫폼의 형성단계에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플랫폼 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중견 기업들이 산업 데이터 관련 플랫폼 구축에 있어 정부의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성장단계에서는 보조금 및 금융지원 연계를 통해 산업 플랫폼 창출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산업 플랫폼의 확장을 위해서는 산업플랫폼 창출기업과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팜 등 구축사업과의 연계 지원을 통해 자립화될 수 있는 성장사다리의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 수요, 산업 데이터의 확보 용이성, 제조업 기반의 산업특성을 고려할 때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에너지신산업, 첨단 신소재의 4대 분야에서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산업이 창출되 는 플랫폼의 성공사례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병원마다 상이한 전자의무기록(EMR)을 공통데이터 모델로 통일하고 수요자 혹은 수요기업에게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형태의 ‘분산형 바이오헬스 플랫폼’ 구축을 통해 데이터기반으로 신 약개발, 임상시험, 건강관리 등을 고도화하여 신산업 창출 및 사회적 의료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개인 및 택시, 버스, 렌터카, 택배 등의 사업자와 보험사, 차량 및 부품제조사가 차량성능, 고장 운행 및 위치정보 등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자동차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 및 부품의 성능개선 등으로 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맞춤형 보험, 차량관제 등 새로운 서비스 창출 및 신사업 모델이 개발되고 교통사고 감소 및 에너지 절약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산업시설, 건물, 수송 분야에서 에너지 생산 소비 데이터를 수집하여 표준화하고 분석가공공유하는 ‘데이터 연계형 에너지 플랫폼’은 에너지공급량 예보, 건물에너지관리, 스마트홈 서비스, 전력 연동망 서비스 등 에너지 신산업 창출 및 에너지 수급 안정에 효과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산학연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소재물성 및 공정 DB등 제조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공통기반기술을 공유하는 ‘개발지원형 첨단신소재 플랫폼’구축을 통하여 세라믹, 경량금속, 고기능성 고분자, 탄소섬유 등 첨단 신소재 제품 및 핵심공정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간의 획기적 단축이 가능할 것이다. 

산업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모아서 활용하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자동차부문에서 안전과 관련된 이슈나 헬스케어 영역에서 전염성 질병과 관련된 데이터와 같이 공공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된 데이터는 우선적으로 수집하여 공유하는 방식으로 산업플랫폼의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성장의 열쇠 - 산업플랫폼 

국내 기업의 플랫폼 사업화 추진을 위한 데이터 확보 지원, 공유체계 구축, 규제제도 정비, 인프라 구축 등 상호 연계된 촉진 정책을 통해 민간기업의 플랫폼 사업화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중소중견기업이 포함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및 상호이익구조 형성 시 조세지원 등 후속지원을 통해 민간기업의 상생협력 유도와 지속적인 플랫폼 사업화 추진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맥킨지 보고서는 2030년까지 자동차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 매출이 4,50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데이터가 바로 자산이고, 이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진입장벽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본과 노동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도 산업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 

또한, 산업플랫폼 구축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권력화, 플랫폼 시장 장악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 및 기술과 자생력 확보로 국가 산업 생태를 보호하고 세계적인 플랫폼 경쟁에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산업플랫폼은 기업 간 상생협력의 원천으로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가 창출 될 것이며 개방형 혁신 문화 확산을 통해 저성장 시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한국은 산업데이터 플랫폼 선점을 위한 R&D투자와 선제적 규제개선을 통해 신산업 창출 글로벌 허브로서 혁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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