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서가 로봇의 ‘두뇌’ 역할 담당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집 안에서 청소와 같은 집안일을 하고 때로는 가족구성원처럼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로봇은 SF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단골 메뉴였다. 이처럼 집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홈로봇은 이미 오래 전부터 누구나 쉽게 상상해온 것이었으나 비교적 최근까지도 현실화되기에는 어려운 상상 속의 일로만 치부되었다. 여러 업체들이 홈로봇을 개발했음에도 기술적인 한계와 소비자들의 인식부족 등으로 시장규모가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홈로봇은 더 이상 상상 속의 기기가 아니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몇몇 한정된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홈로봇이 이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 단말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음성인식 기반의 AI 비서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홈로봇이 집사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

 

홈로봇 시장의 성장…2025년 산업용 로봇 규모 추월 전망 

로봇은 크게 공장과 같은 제조 현장에서 이용되는 제조용 로봇과 비제조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비제조 로봇은 전문 서비스용 로봇과 개인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되고 있다. 가정에서 이용하는 홈로봇은 이 중 개인 서비스용 로봇에 해당된다. 로봇 시장 전체에서 보았을 때 현재까지는 주로 산업용 로봇이 전체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으며, 향후에도 그 비중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서비스 로봇 역시 매우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루프 벤처스 (Loup Ventures)에 따르면 서비스 로봇은 2020년까지 15~20%의 연간성장률을 기록하여 2020년 15억 7천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5년에는 산업용 로봇의 규모를 앞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서비스 로봇 중에서도 홈로봇의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지능형 로봇청소기는 대중화 단계에 접어 들고 있는데, 향후 보다 다양한 형태의 홈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는 현재의 홈로봇은 니치마켓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PC처럼 대중화될 것이며, 2020년에는 미국 가구 중 홈로봇을 소유한 비중이 10% 수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라 홈로봇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고, 구체적인 시장규모 예상치나 성장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이 시장이 향후 큰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홈로봇이 제공하게 될 서비스 영역이 늘어남으로써 이용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새로운 로봇 업체들이 연이어 진입함으로써 이용자와 공급자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홈로봇, 인공지능 기술로 ‘두뇌’도 갖추다 

인공지능 기술은 스마트 스피커를 포함한 다양한 단말 영역에 적용되면서 기존에는 제공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로봇도 예외는 아니다. 기존의 홈로봇에도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와 같은 여러 가지 센서들이 적용되었다. 이 같은 센서들이 로봇 입장에서 ‘눈’ ‘귀’, ‘입’의 역할을 했다면 이제 AI 기술은 이 같은 감각기관(센서)을 통해 취합되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의미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두뇌’의 역할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AI 기술과 결합된 카메라는 로봇이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로봇이 위치한 지역을 파악해서 위치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를 식별하는 것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로봇이 도둑을 방지하는 홈 CCTV의 역할도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마이크와 스피커는 음성인식과 합성 기술, 그리고 자연어처리기술과 결합됨으로써 리모컨이나 터치스크린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로서 로봇과 이용자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AI 기술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인식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 자율주행 기술까지 가능해지고 있는데, 이는 이제 홈로봇이 목표하는 장소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다리’를 갖추게 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AI 기술이 기존의 로봇 기술들과 결합됨으로써 가정 내의 가족구성원을 파악하고 해당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이용 장소와 시간대에 맞는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즉, 홈 로봇이 AI 기술의 도입을 통해 보다 고차원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한다

 

홈로봇 시장에서도 음성인식 AI 비서 플랫폼 경쟁 본격화 

전문적인 기술로 인식되었던 AI 기술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실제 생활에서의 활용도를 높게 만든 것은 바로 아마존의 ‘알렉사(Alexa)’,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애플 ‘시리 (Siri)’,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Cortana)’ 와 같은 음성인식 기반의 AI 비서와 이를 제공하는 스마트 스피커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네이버의 ‘클로바’, 카카오의 ‘카카오아이’ 등이 제공되고 있다. 

이 같은 AI 비서는 현재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앱과 가정 내에서 이용하는 스피커를 통해 이용되고 있지만, 보다 다양한 형태의 단말로도 확대 적용되는 중이다. 이미 아마존의 ‘에코 쇼’나 라인의 ‘클로바 데스크’처럼 자체적인 스크린을 보유한 스마트 디스플레이 단말이 등장했으며, TV수상기와 연동되는 셋톱박스에도 AI 비서가 적용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가전제품에도 AI 비서들이 도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홈로봇에도 AI 비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AI 비서가 홈로봇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음성앱 생태계 경쟁이 로봇 시장으로도 확대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의 AI 비서들은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자연어처리 기술이나 화자인식과 같은 기술 외에도 써드파티들 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의 음성앱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은 각각 ‘알렉사스킬’과 ‘액션’이라 부르는 음성앱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개발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용자들이 음성앱을 보다 쉽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앱스토어까지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홈로봇을 통해 기존의 스마트 스피커에서 이용 할 수 있었던 음성앱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지원하는 홈로봇 사례 (왼쪽부터 유비텍 링스, 에오루스봇, 오메이트 유미, 지한 산봇나노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를 지원하는 홈로봇 사례 (왼쪽부터 유비텍 링스, 에오루스봇, 오메이트 유미, 지한 산봇나노

 

이는 주요 IT업체들이 제공하는 AI 비서들이 홈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이제 지성을 다루는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가 홈로봇의 개성과 지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재 일부 홈로봇 업체들이 스마트 스피커 등에서 이용되는 AI 비서를 도입한 가운데, 향후 자사의 홈로봇에 적용하겠다고 밝힌 업체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AI 비서 시장에서 아마존 알렉사의 경쟁력이 높은 만큼, 타 업체의 AI 비서보다는 알렉사를 도입한 로봇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5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8억2천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C 펀딩에 성공한 중국의 AI 및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비텍(Ubtech)은 지난 해 11월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 ‘링스(Lynx)’를 발표했다. 이 로봇은 요가를 가르치거나 음악을 재생하는 엔터테인먼트 기능 외에도 가슴 부분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를 통해 소리나 움직임이 감지되면 30초 분량의 동영상을 촬영해 전용 앱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중국 오메이트(Omate)와 지한(Qihan)이 각각 ‘유미(Yumi)’와 ‘산봇 나노 (Sanbot Nano)’라는 이름의 알렉사 연동 로봇을 발표했으며, 프랑스의 에오루스 로보틱스(Aeolus Robotics)가 ‘에오루스 봇(Aeolus Bot)’을 발표했다. 

이 같은 독립적인 업체 외에도 아마존이 직접 가정용 홈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루머도 존재한다. 아마존의 연구개발 조직인 랩126(Lab126)이 카메라가 장착되어 컴퓨터비전 기술이 적용된 가정용 로봇으로 개발 코드명 ‘베스타(Vesta)’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해당 로봇은 집안 곳곳을 누비는 ‘이동형 알렉사’ 단말이 될 전망인데, 블룸버그誌에 따르면 아마존은 테스트를 위해 연내에 일부 아마존 직원에게 공급하고 빠르면 내년에 공개될 수 있다. 

아마존의 가정용 로봇 출시는 다른 기업들의 투자도 유발해 시장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아마존과 치열하게 대립중인 구글의 직접적인 시장참여 또는 구글 어시스턴트 협력 제조사를 통한 간접적 진입이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의 테미(Temi)라는 로봇 제조업체는 이미 가정용 홈로봇을 제공하고 있는데, 연내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해서 ‘오케이 구글’이라는 명령어를 통해 음성으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홈로봇을 1,499달러에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미의 홈로봇은 라이다 센서를 탑재해 가정 내에서 장애물을 회피해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테미의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홈로봇
테미의 구글 어시스턴트 탑재 홈로봇

 

스마트홈 시장에서의 새로운 서비스 유통 단말로 자리매김 

스마트홈 산업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홈오토매이션’ 또는 ‘커넥티드홈’이라는 이름으로 건설업체와 통신사업자들이 추진해왔으나 좀처럼 활성화되지 못했다. 스마트홈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각각의 기기 측면에서는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집 안에서 이용하는 모든 가전기기들의 연동이 어려 웠고, 하나의 기기 조작을 위해서는 별도의 리모컨이나 모바일앱을 필요로 하는 등 이용상의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 기기의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표준기술 개발이 추진되었지만, 이 역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마존 알렉사와 이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Echo)’가 등장하면서 스마트홈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렉사 연동을 지원하는 가정용 기기들을 에코에서 음성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00여개 업체의 1만2천개의 스마트홈 단말이 알렉사와 연동된다. 반면, 구글 어시스턴트와 연동되는 단말 수는 이보다는 적은 5천여 개 수준이다. 

그리고 AI 비서를 탑재한 홈로봇은 스마트홈 환경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할 수도 있다. 기존의 AI 비서 탑재 홈단말은 고정된 장소에 두고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 홈로봇은 이동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집안 어느 곳에 있던지 필요로 할 경우 로봇이 찾아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용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동적인 환경이 아닌, 홈로봇이 이용자를 스스로 찾아와 서비스를 제안하는 능동적인 이용환경도 가능해질 수 있다. 홈로봇이 말 그대로 주인의 의도와 취향을 파악해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집사’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AI 비서를 탑재했다는 것은 서비스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출고 시점에 제조사가 미리 탑재한 기능 외에도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음성앱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 즉, 홈로봇은 스마트홈 서비스가 제공되는 또 다른 고객접점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에코는 스마트홈 시장 성장의 촉매제가 되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에코는 스마트홈 시장 성장의 촉매제가 되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에코는 스마트홈 시장 성장의 촉매제가 되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에코는 스마트홈 시장 성장의 촉매제가 되었다.

 

로봇 개발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 중

홈로봇이 업계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로봇 자체의 품질이나 기능, 서비스 확장성이 이용자들의 요구 수준에 이르지 못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홈로봇의 가격이 걸림돌이 되었다. 물론, 홈로봇의 가격은 이미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신 부품들의 도입이 더욱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수준으로 낮추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유통 단말로서 활용될 수 있는 홈로봇은 제조사들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홈로봇 구매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한다. 이제 제조사들이 로봇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서비스 유통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초기 판매가를 낮추고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창출하는 사업모델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월 이용료를 받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사업모델과도 유사하다. 물론, AI 비서를 제공하는 업체들에게 수수료를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범용성을 지닌 AI 비서를 통해 이용자 입장에서 이용가치가 높아짐으로써 판매량이 늘어나고 이용률 증가에 따라 또다시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를 공급해 매출을 높이는 방안이 가능하다. 

이처럼 홈로봇에 AI 비서가 적용됨으로써 잠재이용자들의 구매의향을 높이고, 서비스 측면에서의 선순환을 발생시켜 이용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질 수 있다. SF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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