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엔지니어링, 개별 기업의 기존 시스템에 대한 면밀한 분석 필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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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리프트 발표 이후 VR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되었으나 디바이스와 PC 가격, 사양, 콘텐츠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소비자 (B2C) 시장은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B2C 시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교육, 제조업, 국방, 항공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VR은 직원 교육 및 훈련, 생산 시스템 효율화 부분에서 주목 받으며 다양한 솔루션 기업들이 등장하고 VR 솔루션을 채택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VR 기반 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와 가상 오브젝트의 1:1 상호작용이 특징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설계나 제품을 3D로 볼 수 있는 시각화 중심의 기존 시스템에 비해 명확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와 항공, 우주 산업에서 VR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산업영역에서 VR 엔지니어링이 필요한 것은 아닌 만큼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 VR 엔지니어링 도입의 명확한 목적, 중소규모 기업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도입 비용,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진 내부 엔지니어 설득과 참여 유도 등 기업의 현재 환경과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도입이 제공하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자칫 기존 시스템과 중복되는 비효율적인 과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VR 시장의 정체와 산업용 VR에 대한 주목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가 정식 출시된 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평면적인 화면중심의 콘텐츠 이용방식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영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으며, 높은 비용을 투자해야 했던 시뮬레이션 관련 산업에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러한 전망은 오큘러스 리프트 외에도 HTC, 삼성 등 수 많은 기업들이 초기 시장선점을 위해 다양한 디바이스를 출시하게 된 배경이 되었으며, 콘텐츠 산업 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제조업, 항공, 군사 등 다양한 산업에서 가상현실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VR 시장의 성장은 초기의 긍정적인 전망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글로벌 투자회사 디지-캐피털 (Digi-Capital)은 2020년 가상현실 시장이 약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상보다 디바이스 보급이 늦어지며 2018년에는 2022년 150억 달러로 전망치를 대폭 낮춰 AR 대비 VR 시장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디지-캐피털 AR/VR 2016년 전망(상)과 2018년 전망(하)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디지-캐피털 AR/VR 2016년 전망(상)과 2018년 전망(하)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디지-캐피털 AR/VR 2016년 전망(상)과 2018년 전망(하)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디지-캐피털 AR/VR 2016년 전망(상)과 2018년 전망(하)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VR 시장의 정체는 소비자(B2C) 시장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당초 게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HMD의 높은 가격, VR 콘텐츠 활용을 위해 필요한 요구사항을 갖춘 PC의 높은 가격, 이용자들의 소비를 촉진 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VR방을 중심으로 소비자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나 콘텐츠의 짧은 지속성과 이용자의 낮은 재방문 비율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B2C VR 시장의 상대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각종 산업영역 중심의 B2B VR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에서 VR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이나 항공, 국방 등 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의 대체재로 VR을 도입하고 있으나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제조업 중심의 엔지니어링 분야로 적극적으로 VR을 도입하며 솔루션에 따라 시간과 비용면에서 높은 효율성을 보이고 있다. 

 

CAD(상)와 CAVE(하)  (출처: Autodesk, VRCricle)
CAD(상)와 CAVE(하) (출처: Autodesk, VRCricle)
CAD(상)와 CAVE(하)  (출처: Autodesk, VRCricle)
CAD(상)와 CAVE(하) (출처: Autodesk, VRCricle)

 

VR 엔지니어링, 1:1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효율성 증가에 기여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평면에 머물러 있는 도면의 시각화와 시뮬레이션은 최근 HMD를 활용한 가상 현실에서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CAD, CAVE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도면, 부품 등에 대한 시각화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며 안전점검, 내구성 측정, 실제 움직임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시행할 수 있었다. 

최근의 가상현실과 이전의 시각화 기술의 가장 큰 차이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각종 오브젝트와 이용자가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자동차와 항공 우주분야에서 가상현실 기반 엔지니어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는 VR 환경을 활용해 기계나 제품의 내부를 보다 정밀하게 확인하고 변경할 수 있으며, 실제 프로토타입 제작 전 나타나는 문제를 수정할 수도 있다. 또한 제품이나 기계의 특정 부분을 세부적으로 이해하고 살펴보기 위해 가상으로 제작된 프로토타입의 분해와 조립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표적으로 엔지니어링 솔루션 기업 ESI Group은 가상현실을 적용해 제품생산과 점검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가상현실 환경과 기존 CAVE를 결합해 자동차 내부와 외부를 시각화하고 개발자가 시각화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 설계 초반에 오류를 발견하고 제거할 수 있게 했다. ESI Group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Ford) 와 파트너십을 통해 물리적으로 생산된 프로토타입 없이 다양한 설계변경과 제품개선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과거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수정하기도 용이한 것으로 평가했다. 

단순 시각화를 넘어 가상의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가상 현실은 위험하거나 복잡한 환경이 수반되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엔지니어의 숙련도 상승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훈련 프로그램의 특성상 현실감 있는 상호작용이 핵심이기 때문에 터치패드, 햅틱(Haptic) 센서 등 기존 HMD용 조이스틱이 아닌 시뮬레이션과 피드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적용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가상현실은 단순 제품생산 뿐만 아니라 전체 공장의 효율성 개선을 위한 시뮬레이션에도 적용되고 있다. 디자인 소 프트웨어 기업 오토데스크는 공장 디자인과 시뮬레이션을 위한 VR 솔루션을 발표한 바 있으며, 영국 VEC(Virtual Engineering Centre)는 Genlab의 공장 전체 레이아웃 변경을 위해 가상현실을 활용하고 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한 결과, 제품 생산시간이 감소해 생산성이 5% 향상되었으며 연간 생산량을 20% 증가시킬 수 있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는 VR 엔지니어링 (출처: ESI Group)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는 VR 엔지니어링 (출처: ESI Group)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는 VR 엔지니어링 (출처: ESI Group)
자동차 산업에 적용되는 VR 엔지니어링 (출처: ESI Group)
오토데스크의 가상현실 공장 시뮬레이션  (출처: Autodesk, NproficNorth)
오토데스크의 가상현실 공장 시뮬레이션 (출처: Autodesk, NproficNorth)
Genlab의 가상현실 공장 시뮬레이션  (출처: Autodesk, NproficNorth)
Genlab의 가상현실 공장 시뮬레이션 (출처: Autodesk, NproficNorth)

 

기업의 기존 시스템과 내부 엔지니어 협력 등 다양한 환경 고려 필요 

엔지니어링 분야에 가상현실 솔루션 도입은 기업 입장에서 효율성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모든 산업과 분야에 가상현실이 항상 최고의 효율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다양한 조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전체 공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도면이나 설계 시각화를 위한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으므로 VR 도입은 기업의 제품생산 과정의 일부를 변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Open GL이나 CAD 그래픽 포맷의 경우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등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와 호환되지 않아 전체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오히려 비효율적인 추가 공정이 될 수 있다.

둘째, VR 솔루션 도입 시 솔루션 도입의 목적을 사전에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제품 디자인 목적의 솔루션이라면 높은 해상도와 그래픽 수준을 지닌 VR 솔루션이 필요하지만 상호작용과 제품 기능 테스트가 주 목적이라면 그래픽 자체보다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 높은 해상도와 그래픽 수준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렌더링 시간 등 자원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CAVE 등 기존 시각화 시스템에 비해 저렴하고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소규모 기업들이 전면 도입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VR 엔지니어링은 단순히 생산 과정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각화 된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것이 아닌 전체 공정 시스템을 고려해야하는 문제이다.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관리가 필요하며 VR 오브젝트와 엔지니어가 1:1로 상호작용을 하는 만큼 최적화 또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VR 엔지니어링 도입을 위한 기업 내부의 설득과정 또한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시각화,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엔지니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개별 엔지니어와 기업을 위한 최적화된 솔루션을 위해 엔지니어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실제 도입 이후에도 활용도를 높여 기존 엔지니어링 체계에 통합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VR 시장이 디바이스, 콘텐츠, 비용 등의 문제로 주춤하는 동안 다양한 산업에서 VR은 효율성 증가, 비용감소, 실질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문제 수정과 같은 다양한 장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시각화 및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비해 VR은 시스템 구축, 소프트웨어에 투입되는 비용이 감소하고 상호작용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제품생산, 공장배치, 시스템 구축 등에 필요한 하나의 도구일 뿐 그 자체로 수익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또한 전체 제품생산 및 엔지니어링 과정, 기업 내부의 기존 시스템 등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수반되어야 비효율적인 단계 추가가 아니라 기업 이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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