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개척하며 외로이 걷는 길이다. 창업은 도전의 연속이다. 해서 제대로 응전하는 자만이 성공의 열매를 맛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위에선 홀로 외로이 이 길을 선택하고 걷는 이가 있다. 그리고 험난한 이 길을 가려고 결심하며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창업자의 도전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처럼 이 길을 걷는 자에게 위안을 주고 힘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 창업자의 도전記를 싣는다. 이 시대의 모든 창업자들에게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버치 바이크 (출처: 컨시더씨)
버치 바이크 (출처: 컨시더씨)

 

생각은 행동을 낳는다
컨시더씨 법인을 등록한 날짜는 2013년 6월 12일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하고도 3개월이 넘는 세월을 컨시더씨라는 회사에 매달린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필자가 창업을 결심한 것은 2008년 여름이었다. 잘 다니던 대기업 때려치우고 나와서 물리학과 대학원을 한 학기를 마친 뒤였다. 2005년 물리학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 계열사인 IT서비스 기업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IT 능력을 키워나갔다. 졸업 전에 독일 유학의 꿈을 꾸고 독일어를 공부하기도 했는데, 여러 여건 상 일단 진학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여운이 많이 남아서 대기업을 그만두고 다시 물리학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3년간 쌓았던 기술을 살려 전산을 도구로 사용하는 이론 생물물리학 전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생각만큼 잘 따라가지 못해서 여러 고민을 하다가 창업의 꿈을 키웠다.
 
자금을 구하고 아이템을 찾을 시간이 필요해서 다시 시스템통합업체에 취업을 했다. 그리고 창업을 위해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온라인 유통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잘 나가고 있는 아웃도어전문 온라인 쇼핑몰에 SW개발이 아닌, MD 신입으로 입사지원을 했다. 나의 열정이 통했는지 2008년 겨울, 입사에 성공했다. 입사 후 MD로 일하면서 데이터에 의한 자동 사입 시스템 등을 제안해서 신임을 얻었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인사총무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인사총무팀을 초기 세팅하여 근로기준법에 맞춰 회사를 정비하고, 인사총무 시스템 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또한 IT서비스 경력을 살려 회사의 콜센터 시스템 구축 PM을 하고, ERP 도입을 검토하는 등 정말 중소기업에서 필요한 업무를 많이 경험하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사한지 2년이 지났을 무렵, 이 회사에 쏟는 열정을 나의 창업에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기술창업을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2011년 컴퓨터공학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데이터베이스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게 되었고, 당시에는 아직 생소한 빅데이터 관련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당시에 창업관련 네트워크 행사에 많이 다녔고, 창업아카데미도 다녔다. 그리고 중간 중간 고민한 아이템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POS 시스템을 개선하여 개인자영업자들에게 프랜차이즈와 같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디어를 이 분야의 대가였던 권도균 대표에게 메일을 보내 자문을 구했는데,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포기했다. 지금도 살짝 아쉬움이 남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리고 창업 네트워크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로 창업 중인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그 때 창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었다. 실제로 청년창업사관학교 3기에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나의 취미였던 철인3종경기, 운동과 관련된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현재 창업활동 중인 버치바이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 올리고, 이 아이디어를 다듬어서 청년창업사관학교 3기에 지원하였다. 다행히 선정되었고 8,500만원의 지원금과 1,400만원의 자부담금을 더해 9,900만원의 창업비용으로 2013년 6월에 창업하였다. 창업을 꿈꾼 지 5년 만에 실제로 창업을 실행한 것이다.

 

신재현 컨시더씨 대표 (출처: 컨시더씨)
신재현 컨시더씨 대표 (출처: 컨시더씨)

 

좋은 출발은 잠시, 출시까지 험난한 가시밭 길 이어져  
당시 아이디어의 명칭은 “가상현실 실내 자전거”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접목된 융복합 아이템이었다. 이것은 실내에서도 야외와 같은 운동느낌과 운동효과를 제공하기 위한 장비와 서비스이다. 평범할 수 있는 실내 자전거를 온라인으로 만들어서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IoT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IoT가 핵심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IT대기업 재직 당시부터 컴퓨터공학 대학원까지 나의 주 관심사였던 데이터베이스를 제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우리의 실내 자전거에서는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힘과 속도, 그리고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고, 이 데이터를 통해서 사용자에게 운동을 코칭해주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아이디어였다. 당시에 가지고 있던 문제 의식은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과 또 그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가정에 실내 자전거가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기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로 인식했다. 

시작은 좋았다. 초기에 합류한 멤버들도 좋았다. 13년차 개발자와 국제통상을 전공한 마케터, 그리고 10년의 디자이너 경력을 가지고 당시에 서비스디자인 대학원을 다니고 있던 디자이너까지 합류했다. 이대로라면, 1년 반쯤 뒤에는 제품을 출시해서 창업 후 3년 안에 안정기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심각한 착각이었다.

일단 우리 중에는 하드웨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창업자가 물리학을 전공한 덕분에 전자기나 전기쪽은 대화도 통하고,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었지만, 기구물은 도저히 답이 없었다. 첫 번째 시제품은 자전거를 만들 줄 아는 금속공예 전문가와 작업을 했다. 금속공예 전문가에게는 엔지니어링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걸 몰랐다. 말도 안 되는 첫 번째 시제품을 가지고 전시회도 나가고 많은 의견을 들었다. 우리의 타깃도 다시 설정해야 했다. 제품의 타깃으로는 피트니스 분야의 일반인들로 설정하고, 대만으로 넘어가서 시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만 공장은 독일 전시회에서 만난 대만 사람과 인연이 되어 넘어가게 되었다.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디자인까지 해서 시제품 제작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시제품은 멋있었지만, 많은 문제가 있었다. 

첫 번째 문제는 이 제품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인 ‘전자기 브레이크’였다. 가상현실스럽게 도로의 경사도를 재현하고, 운동 강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만든 시제품에 사용했던 브레이크는 너무 민감해서 제어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브레이크 부품을 찾게 되었다. 두 번째 문제는 금형이었다. 너무 많은 파트 때문에 금형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새로운 브레이크를 적용하고, 금형비가 적게 들면서 빠르게 양산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새롭게 시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제 다시 한국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국내업체를 소개받았다. 지금 버치바이크를 생산하고 있는 웰니스트랙을 2015년 9월에 만났다. 그리고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준비했다. 그러나 갖은 우여곡절 끝에 2017년 2월에서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다루다 보니 하드웨어 제작비와 소프트웨어 인건비를 충당하면서 매출 없이 거의 4년 만에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투자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받은 것이다! 

 

철인3종경기 중 마라톤을 뛰고 있는 신재현 대표 (출처: 컨시더씨)
철인3종경기 중 마라톤을 뛰고 있는 신재현 대표 (출처: 컨시더씨)

 

정부의 창업 지원정책으로 지금까지 버텨
앞에서 얘기했듯이 창업자금으로 무려 9,900만원이 있었다. 하지만 1년 안에 다 써야 하는 것이라 불필요하게 사용한 부분도 있었다. 이 자금 때문에 쓸데없는 시제품을 만들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1년 안에 제품은 나오지 못했고, 자금은 바닥이 났다.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창업자금을 준비해야 했다. 일단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주관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창업전용자금이라는 대출상품을 통해 7,000만원, 벤처기업 인증을 위해 기술보증기금에서 9,000만원의 보증을 받아서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 전에 1억 6,000만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관학교 졸업 이후에 나는 정부지원 사업의 공지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몇 몇 공공기관 사이트를 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R&D를 포함한 정부의 지원사업을 대부분 다 받아 봤다고 해도 거짓말이 아닐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원칙은 있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아이템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만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융복합 아이템을 진행하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공공기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 디바이스랩 등이 바로 이제껏 지원을 받은 기관들이다. 이 지원사업을 통해서 인건비, 시제품 제작비, 외주용역비 등을 충당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3차례의 디자인 변경과 시제품 제작이 가능했다. 

이후에 신용보증기금에서 2억 원의 보증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추가로 3,000만원을 대출받아 한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아파트 전세금도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금을 투입해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제품을 다 팔고, 재고가 없는 상황임에도 충분한 이익금을 남겨두지 못해 제품생산에 차질을 빚고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도 아직까지 살아 남았다. 그리고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창업을 준비하는데 5년이 걸렸고, 이제 창업한지 5년이 지났다. 지금부터는 성공을 위한 5년을 맞이할 거라 굳게 믿고 있다. 

나는 철인3종 풀코스를 완주한 바 있는 철인이다. 철인3종 풀코스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17시간 만에 완주해야하는 경기이다. 그리고 각 종목에는 컷오프 타임이 있다. 수영에서 2시간 20분 안에 못 들어오면, 사이클 탈 기회를 주지 않고, 사이클도 8시간 10분 안에 못 들어오면, 마라톤을 뛸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말 길고 긴장해야 하는 운동이다. 창업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매 단계 단계마다 컷오프가 있고, 그걸 못 넘기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굉장히 길고, 어렵고, 자신과의 싸움을 지속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신력이 분명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제 나의 창업은 사이클 컷오프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마라톤만 완주하면, 조금은 멋진 완주메달을 받고 달콤한 휴식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른 모든 창업자들에게 힘을 전해주고 싶다.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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