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과정 입소 때 바뀌는 인생관

(사)대우세계경영연구회 박창욱 전무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대우세계경영연구회 박창욱 전무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세계경영의 철학을 실현하고자 만든 프로그램이 Global Young Business Manager(GYBM,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사업)이다. 국내에서 아웅다웅 경쟁을 벌이기보다 시야를 넓혀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자는 취지는 어떻게 보면 역발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동일한 프로그램이 8년간 운영되면서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면 거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본호에서는 GYBM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지난2월 구정에 연수생들 특강을 마치고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지난2월 구정에 연수생들 특강을 마치고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대한민국 청년... 글로벌기준으로 우수한가?

‘한국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을 해소하고, 글로벌 사업가의 꿈을 주자’고 김우중 회장께서 주창하시고 전직 대우임직원이 모두 한마음으로 시작한 지가 8년을 넘어간다. 초기에 김 회장께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우수성과 해외경험’으로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언급하실 때 드는 의문이 있었다.

“현재 한국 대학생이 수능시험 기준으로 보아 50% 정도 수준인 학생이 전세계의 같은 또래 학생들과 경쟁하면 어느 수준일까?”, “너무 넓다고 생각되면, 선진국 클럽이라고 하는 OECD 36개국과는 어떨까? 20-30%내로 들까? 아니면 60-70%로 떨어질까? 미국, 유럽, 일본, 이스라엘 등의 대학생들과 경쟁한다면?” 쉽지 않은 질문이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해외에 나가 선진국 또래들과 경쟁했을 때 이길 가능성은 높아질까? 뒤쳐질까? 이길 가능성이 높다면 나가서 한판 해볼 만한 것이고, 반대라면 나가라고 하는 것이 무리이지 않겠는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I.Q. 기준으로 2004년도 모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민 평균 기준으로 1위가 홍콩(107), 대한민국이 106으로 2위였다. 국가기준으로는 우리가 1위라는 통계를 보았다.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왜 청년들은 위축이 되어 있을까? 국내만 쳐다보며, 헬조선, 금수저, 7포9포, 스펙에 주눅이 들어서?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보았다. 우리 대우는 60, 70년대부터 비즈니스활동이 해외에서 주로 이루어졌던 터라 수많은 현장에서 세계적 플레이어들을 만났던 경험이 있다. 이름도 쟁쟁한 다국적기업(스즈끼, 캐리어, BBC, GE 등)과 전략적 제휴를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경쟁(GM, 백텔, 톰슨 등)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겁낼 상대는 아니다. 한 번 해볼 만하다’라는 것이었다.

비록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해체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김우중 회장께서는 다양한 전략과 통찰력으로 이 가능성을 후배들에게 이식(移植)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우가 신입사원을 뽑으면 가르쳤던 내용들을 주종(主宗)으로 하여 1년간의 남다른 합숙교육 프로그램을 디자인해 나갔다.

 

지난9월말 베트남 국내수료식에서 멘토,연수생들과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지난9월말 베트남 국내수료식에서 멘토,연수생들과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대우 세계경영의 인재양성 MODEL을 기반으로..

이 과정을 구성하는 교육연수는 외국어능력, 글로벌역량, 리더십역량, 직무역량으로 크게 나뉜다. 연간 1,900여 시간으로 진행되며, 교육생 전원 합숙으로 집중과 경쟁의 구조로 양성이 이루어진다.

현지어를 가르치는 현지 강사들의 판단으로는 다른 나라의 연수생 대비 대체적으로 3배 정도 빠르다는 것이 4개국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전국의 대학교에서 100%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인원으로 그만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청년들의 우수성에 대한 방증(傍證)이기도 한 것이다.

교육은 취업하는 기업에서 현지인들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일을 위한 현지어(베트남어, 미얀마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를 기본으로 한다. 1년만에 우리 외국어대학의 4학년 수준이 목표이다. 그리고 영어의 수준 향상도 중요한 목표가 된다. 물론 선발할 때 인성과 끈기, 체력에 더하여 영어 수준을 반드시 점검한다. 활동하는 영역이 미주, 유럽 등의 바이어에게서 제품 오더를 받기에 영어가 주를 이루고, 현지인들에게 작업지시를 하고 생산관리, 높은 수준의 품질관리를 해야 하기에 현지어가 주를 이룬다. 특히, 취업하고 1년 이내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1년간의 연수기간 동안, 합숙과 경쟁의 방식으로 지도하다 보면 자신감을 키우는 것에도 연결이 된다. 연수생들의 인성과 태도에서 도전정신과 공동체 정신 등으로 삶의 방식과 틀이 바뀌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국종 교수의 직업정신 특강 모습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이국종 교수의 직업정신 특강 모습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남다르게 추구하는 가치와 과정

연수 후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중견중소기업에 취업 매칭(Matching)을 한다. 현지에서 취업을하게 되면 한국의 기업같이 위계(Hierarchy) 조직의 말단사원이 아니라 바로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누구 하나 물어보고 배우고 할 여유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감당하는 업무의 깊이와 넓이가 국내의 신입사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 전개된다.

그런 의미에서 몇 가지 특징적인 면모가 있다.

첫째, 본인 성장의 VISION과 커리어패스(Career Path)다.

취업한 회사에서 중역(임원)이나 향후 스스로 독립해서 창업(創業)하는 것을 VISION으로 설정해 두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10년 정도를 열심히 그리고 끈기 있게 일할 명분을 갖도록 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직장생활이라는 것은 언제나 힘든 시기 그리고 관두고 싶은 유혹이 수시로 생긴다. 그러나 미래비전이 확고하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부득이 적응을 못하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 현지에서 새로운 회사로 전직(轉職)하도록 연계관리를 하고 있다. 10년의 약속으로 말이다.

글로벌 차원의 큰 사업가 한 명 나오기가 그냥 쉽게 되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본인 스스로가 성공에 대한 확신과 노력, 그리고 우리 같은 조직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더하면 분명히 가능하다는 믿음이 기초가 된다.

둘째, 글로벌 경영의 이해와 글로벌 관점의 세계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취업이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워 나가는 것이다. 일상적인 취업으로 경제적인 문제도 해결하며 일을 통해 배워나가는(on the job training) 것이다. 국내의 직장생활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직무차원에서 다양하고, Sourcing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비즈니스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취업하는 회사의 일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세계 유수 글로벌기업의 오더를 받아 OEM방식으로 최고의 명품을 제조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인 부하들을 가르치며 일정 수준의 제품을 생산해내는 일은 국내의 직장인에 비해 적지 않게 힘은 들 것이나 일정 단계를 넘어서게 될 때의 뿌듯함은 큰 자산으로 축적이 되어 갈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지리, 문화, 역사 그리고 국제금융이슈를 통해 크고 작은 정치, 군사, 경제적인 사건들과 지리적인 특징 등을 동시에 배우게 된다. 경영자원의 글로벌 차원의 소싱(Globalization)과 현지에서 최고의 생산성을 위한 현지화(Localization)를 배우고, 대우의 다양한 과거 사례로 단기간에 이해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몇 가지 시스템적인 특징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전 과정을 기숙사 합숙생활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타인과 같이 생활함에 대한 불편함을 극복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 습관을 갖추게 된다. 더불어 매월 방배치를 바꿔 파트너도 바꾸게 된다.

연수기간 내내 연수팀장 겸 사감(舍監)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한다. 40-50대의 인사부장급 직무 경험자가 그 역할을 맡아 과정운영에서 연수생들에게 수시, 주기적인 상담과 교육지도를 한다. 특히 취업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시켜 나가게 된다. 그리고, 주기적인 테스트와 과제 등도 챙기므로 과정 중간에 피우고 싶은 게으름도 극복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태도와 인성 교육이 병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힘들고 애매할 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평생 멘토제도는 또 다른 한 축에서 조력자가 된다. 국내와 해외에서 자리잡은 대우의 선배들, 사회의 선배들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난7월 멘토들과 함께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지난7월 멘토들과 함께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GYBM 프로그램 중 팀활동 모습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GYBM 프로그램 중 팀활동 모습 (출처: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한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기회요소

이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로서는 상상이 잘 안되는 대목이다.

첫째는 세계 최고의 명품 경공업제품들을 생산하는 일을 해본다는 것이다. 구입하기도 쉽지 않은 제품들의 OEM이기에 디자인부터 자재, 포장 등의 디테일을 챙기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품질 테스트를 받는다. 돈 주고도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손이 많이 가는 제품들인 가방, 신발, 의류, 부품, 원자재, 부자재, 포장재 등이 그것이다. 그렇게 다져진 실력으로 창업의 실마리를 찾으며, 이후에는 어떤 산업에서 일하더라도 기본원리를 공부한 효과를 보게 된다.

둘째는 그들만의 네트워크이다. 다양한 직업과 진로로 나뉘어지는 출신학교 동기동문들과는 비교가 안된다. 동거동숙(同居同宿)한 세월 1년에 형성된 동기, 그리고 본 프로그램 동문들의 네트워크는 세계를 움직이는 힘으로 성장할 것이다. 본 프로그램의 4개국 과정을 해를 거듭하며 순차적으로 개설하다 보니 국가별로 유대관계 형성만 되었지만 작년부터는 4개국 전부를 동시에 모아 국가 간에도 친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숙식을 운용하고 있다. 적어도 5년 이내, 10년 이내에 서로 자재나 제품을 사주고, 팔아주게 될 것이다. 상호출자를 통해 창업하고 교류하는 날도 올 것이라 확신한다. 공동출자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도 개척할 것이다.

최근에는 인근 나라로 출장을 가면 서로 만나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필자는 연수원 입소 초기에 강의를 자주 들어간다. 처음으로 가르치는 사회적 원리. “50명이 모이면 IQ 130인 사람도 스스로를 60으로 낮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하겠지!’라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법은 이제부터 교수, 강사님과 1대 1 상황이라 생각하라. 여러분을 지도하는 팀장님과, 그리고 자치회 지도부와 1:1 이라 생각하라.”

1-2개월이 지나면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으로 생기가 돈다. 1년간의 쉽지 않은 과정을 그렇게 통과해 간다. 그리고 전원이 현지 기업에 취업을 한다. 남부럽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미래의 꿈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태까지 취업이 어려웠고, 직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행운이다”라는 말에 수긍을 하는 모습을 본다. 희망을 보는 것이다.

 

박창욱 전무

Global YBM을 진행하는 (사)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사무와 교육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우무역에서 인사, 경영기획업무를 15년 동안 했다. 이후 중소기업의 전문경영인을 거쳐, 기업과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하다가 지난 2009년 본 연구회 창립부터 실무를 챙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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