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아이디어보다 우선하는 것은 수익 사업모델이다

(출처: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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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9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방한한 지지 왕 UC버클리대학교 ‘기업가 정신 부트캠프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노하우를 참석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하면서 스타트업의 수익구조에 기반한 사업모델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하였다. ”많은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지만, 이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한다. 훌륭한 기술보다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이 더 중요하다. 이익을 위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들과 중년의 사업가들이 창업과 창직에 뛰어든다. 그러나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많은 신생기업들이 사업을 오래 영위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신생기업인 스타트업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하는데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제 스타트업일수록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수익 사업모델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자.

 

청년사업가 수익에 눈뜨다. 수익이 없으면 사업도 없다

2018년 7월 모일간지에 다음과 같은 제호의 기사가 실렸다. “한국에 37세 IT별종 나타났다…토종앱 '아자르'에 2억명 열광” 바로 영상채팅 앱 '아자르'를 개발하여 전 세계를 매료시킨 하이퍼커넥트(Hyperconnect)의 안상일 대표에 관한 기사였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이 게임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가장 경이적이고 센세이셔널한 사례였다.

아자르의 장점은 전 세계 어디서든 휴대폰의 사양이나 속도에 관계없이 영상통화가 연결된다는 점이다. 2013년 말 서비스를 개시한 하이퍼커넥트는 전 세계 2억명 다운로드, 실사용자 1억명, 매일 6,000만 건 이상의 영상채팅이 이루어지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앱으로 성장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아자르는 2017년 구글 앱 마켓에서 비(非)게임 매출 세계 9위, 매출 624억원의 성공 신화를 달성하였다.

이러한 성공신화를 만들어 낸 안상일 대표는 올해 37살이지만 파산 위기까지 딛고 일어선 업력 15년 차 사업가다. 대학 재학 중 창업했던 검색엔진 기술기업(레비서치)은 철저하게 실패하였다. 후에 수 억원의 빛더미에 올라 앉았다. 스타트업 레비서치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국제 특허도 땄고, 언론의 주목도 받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안상일 대표가 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한 점이었다. 수익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사업모델을 가지지 못한 점이 가장 뼈아픈 경험이었다. 다른 여타의 수 많은 스타트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기술,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가지지 못하였다.

안상일 대표는 “레비서치로 크게 실패한 이후 결심한 건 ‘처음부터 돈을 버는 사업을 해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자르는 처음부터 수익을 만드는 사업모델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였다. 아자르 앱을 켜서 영상채팅을 원하는 국가나 언어를 선택하고 싶은 사용자들은 주 9,900원짜리 등의 유료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처음부터 추가 설정 시 유료 결제하도록 사업모델을 짰고 첫 달부터 수익을 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과 타 산업의 수출 추이 (출처: 통계청, Eurostat)
플랜트 엔지니어링산업과 타 산업의 수출 추이 (출처: 통계청, Eurostat)

 

역발상으로 수익구조를 만든 프라이스라인닷컴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프라이스라인닷컴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순수 닷컴 온라인 여행사이다. 프라이스라인은 99년 주가가 주당 974달러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닷컴 버블 붕괴와 9·11 사태로 2002년 7달러까지 추락했다. 절대 절명의 위기에 내 몰렸던 프라이스라인닷컴은 이후 화려하게 부활하였다.

2011년 기준, 미국 S&P 500지수에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낸 5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5년간 투자수익률이 무려 912%로 4위인 애플, 16위인 구글보다 높았다. 2015년 경쟁사인 익스피디아가 또 다른 온라인 여행사인 오르비츠를 인수합병(M&A)해 몸집을 키우기 전까지 전 세계 1위 온라인 여행사였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재기는 수익을 만들어 내는 역발상 사업모델에서 출발하였다. 바로 프라이스라인이 개발하고 도입한 역경매(reverse auction) 방식이다. 소비자가 먼저 가격을 던져 놓으면 공급자가 이 소비자를 잡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경매가는 오히려 내려간다.

특허를 받은 “Name Your Own Price (당신의 가격을 제시하라)”라는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이 호텔 이름을 모른 채로 원하는 위치, 호텔 등급 등의 정보를 선택하고 원하는 가격으로 관련 여행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역경매 모델은 ‘공급자가 경쟁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기 위해 경매를 하면서 가격을 올리는 것과는 반대로 소비자가 가격을 먼저 던져 놓으면 공급자가 이 가격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방식이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은 스스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구조에 기반한 사업모델을 통하여 막대한 수익을 만들어내고 재기하였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면 핵심기술도 종이조각일 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017년 9월 발표한 “국제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기업생태계 현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2015년 기준으로 27%였다. 5개 기업을 설립하여 5년이 지나면 겨우 1개 기업이 살아 남는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5개국 평균 42%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생존율도 영국 92.2%, 프랑스 82.0%, 이탈리아 80.4%, 독일 및 스페인 76.5%보다 현저히 낮은 62.4%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수익을 만드는 사업모델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 많은 스타트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지만 이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 창의적인 발상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일수록 처음부터 수익을 만들어 내는 수익구조와 사업모델을 가지고 게임을 해야 한다.

설령 단기간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정 시점부터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기업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스스로 돈을 벌지 못하면 핵심기술도 종이조각일 뿐, 번쩍이는 아이디어도 그냥 남들이 생각하는 아이디어일 뿐이다. 훌륭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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