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수의 창업칼럼] 필요한 만큼만 제때 공급돼야 돈을 번다
[서창수의 창업칼럼] 필요한 만큼만 제때 공급돼야 돈을 번다
창업과 돈의 역설(paradox)
  •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산학협력 부총장
  • 승인 2019.10.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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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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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왜 창업을 했는가?’라는 질문으로 기존 창업가들의 답변을 들었다. ‘취업이 어려워서’,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어서’, ‘창업 관련 꿈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어서’, ‘기존 기업에서는 노력한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해서’, ‘회사에서 해고당하거나 퇴사해서’라는 답변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동기는 대부분 이 중의 한 개 또는 일부일 것이다. 그러나 위의 답변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결국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 취업을 하든 창업을 하든 결국 경제적인 문제 해결이 대전제가 된다.

 

돈은 창업 성공의 가장 큰 잣대 중 하나

창업을 하는 다양한 이유를 해석해 보면 기존 직장생활에서 노력하던 것을 오롯이 내 사업에 투입하면 충분히 그 이상의 대가가 나오리라는 전제가 있다. 더구나 기존 직장은 상사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낭비와 희생이 따르지만, 창업은 내가 노력한 만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회에서 큰일을 하거나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대부분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직장 생활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기 사업은 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준의 부자가 될 수 있으며 결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부나 자선 사업도 할 수 있다.

창업의 이유를 다르게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결국 ‘돈’의 문제가 깔려있다. 겉으로의 명분은 다르게 포장되지만, 이면에는 반드시 돈을 벌고 부자가 되고 큰 사람이 돼 사회나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부정할 수는 없다. 직설적으로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어야 하고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은 의미가 없으며 결국 ‘창업’은 ‘돈’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

최근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이 공동 조사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의 경영상 애로사항에 따르면 ‘경기불황’이 43%로 1위를, ‘운영자금 부족’이 19%로 2위, ‘판로확보’가 16%로 3위를, ‘홍보마케팅 부족’, ‘인력 부족’, ‘세금 문제’, ‘기술력 부족’ 등이 그다음 애로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의 애로 조사를 했을 때 한 번도 자금 부족 문제가 빠진 적이 없다. 항상 고정 애로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자금 부족이다. 

최근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이 조사한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창업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힌 압도적인 1위의 답변은(53%) ‘창업자금 부족’이다. 2위는 ‘실패 재기의 어려움(32%)’이었고 기타는 ‘능력 경험 부족’, ‘적절한 아이템의 부재’ 등이었다. 창업은 해야 하는데 창업을 실행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의 경우도 기업경영이나 창업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의 하나로 자금부족을 호소한다. 미국 창업자들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고객 발굴’이 59%로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고, 다음이 41%로 ‘자금조달’이었다. 

기업경영과 창업에서 가장 근본적인 난제는 결국 ‘돈’이다. 돈을 벌려고 하는 창업과 사업이 돈 때문에 시작을 못 하거나 시작하더라도 성장하다가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가의 정부에서는 기업육성 정책 수단으로 자금지원을 필수 메뉴로 동원한다. 가장 강력한 지원 수단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규모에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한다.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으로 엄청난 국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2019년에 10조 3천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3조 2천억 원이나 증가한 13조 5천억 원을 배정 요청하고 있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지원방식도 외국과는 다르게 융자를 통한 직접 지원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의 딜레마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40~50년간 정부는 중소기업과 창업지원이라는 명분으로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 지원하고 있지만 한 번도 기업으로부터 자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면한 적이 없다. 10조 단위의 지원예산에도, 기업과 창업자들은 자금 부족 현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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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단계에서 돈이 없다는 것의 의미

매년 10조 원 단위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자금 부족현상을 면하기 어렵다면 문제가 있다. 정책수단이 잘못됐든지 아니면 기업의 수요가 잘못됐든지 어쨌든 문제가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왜 창업기업들은 자금 부족을 가장 고질적인 애로사항으로 호소할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모든 것이 균형을 이뤄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방향인데, 창업자가 자금 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어떤 현상에서 나오는 것일까? 창업시장에서 자금 부족현상이 생기는 것은 정부정책의 실패인가, 창업생태계의 한계인가, 창업자들의 준비부족 때문인가?

창업자금을 포함한 시장경제의 모든 흐름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자금이 부족한 것은 창업자의 개인 사정일 수 있지만 크게 창업시장 전체에서 보면 자금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즉 자금이 부족해서 창업활동을 중단하거나, 아니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해서 창업활동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크게 보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창업기업이 초기에 자금 부족으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크게 보면 그 사업에 대한 매력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자금난으로 허덕이던 창업자가 자금조달에 성공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업이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자금 조달 성공 여부와 초기 창업의 지속성 여부는 결국, 시장과 자본가의 판단이 결정한다. 

이 사실을 다르게 말하면 자금이 없어서 창업을 못한다는 것은 고객이나 시장, 사회로부터 그 창업의 매력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흔히 창업자들은 창업 ‘못해먹겠다’고 푸념한다. 정부는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자기 아이템은 아주 우수하고 창업을 꼭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는 것이다. 자금을 가진 자본가들이 자기 아이템을 몰라보고 사업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상대방 탓을 한다. 그러나 이 현상을 투자자나 자본가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 아이템은 매력이 없고 다른 아이템 보다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의미다. 그 아이템의 매력도가 높고 성공 확률이 다른 아이템보다 높으면 당연히 투자자와 자본가는 자금을 제공할 것이다.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것은 내 아이템이 다른 아이템에 비해 매력도가 낮거나 대박 확률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의미다. 그러면 창업자는 자금조달 실패에 대해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을 수정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거나 수익모델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창업 계획을 되돌아보고 수정하고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창업을 시작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고 조달을 추진할 때, 조달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투자자를 탓하거나 정부를 비난하지 않는다. 상대가 융자를 해주지 않거나 투자를 해 주지 않으면 바로 수긍하고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포기한다. ‘시장이나 고객이 내 창업아이템과 계획을 인정하지 않는구나’라고 판단하고 계획을 수정하거나 아예 포기한다. 물론 단기간에 투자자를 설득하지 못해 고생하다가 한참 뒤 자신을 알아보는 투자자를 만나서 창업에 뒤늦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자금조달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창업에서 자금 조달은 단지 필요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이 아니다. 자금을 제공하는 자본가도 사업의 중요 고객이자 이해관계자다. 그 사람들의 의견이 곧 고객의 의견이고 미래 시장의 반응이다. 자본가들이 투자에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결국 고객과 시장을 설득하는 또 다른 과정이다. 자본 조달에 실패하면 고객과 시장 확보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자금조달의 실패가 아니라 고객 확보의 실패, 사업모델의 실패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자금 조달과정에서 생기는 현상들을 시중의 일반적인 의견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즉 ‘창업 초기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창업자는 행운을 거머쥔 것’이라는 다소 의외의 해석이다. 왜냐하면 수익모델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템이라면 초기에 어렵게 자금 조달을 하더라도 오래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초기에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아서 포기하는 것이 나중에 규모가 커진 후 실패해서 실패 파장을 크게 만드는 것보다는 더 낫다는 의미다. 

 

창업단계에서 돈이 많아도 문제

창업하면 떠오르는 것이 자금 부족현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창업단계에서 간간이 회자되는 이슈 중 하나가 창업자금 과잉 문제다. 자금 부족에 비하면 경우의 수가 많이 낮지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이슈다. 

창업에서 자금은 일단 부족하지 않아야 하고 나아가서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창업자에게 자금이 필요 이상으로 주어지면 창업자는 창업 초기의 헝그리정신을 상실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에 자금을 낭비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흔히 창업자의 자동차를 새 것으로 바꾼다거나 임대 사무실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자가 사무실을 매입하는 일을 저지르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창업 초기 창업자들에 대한 투자실행은 절대 큰 금액으로 한꺼번에 이뤄지지 않는다. 큰 금액의 투자를 약속했더라도 적은 금액으로 분할해 투자를 실행한다. 창업자의 초기 기업가정신을 망가뜨리지 않고 쓸데없는 자금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창업은 돈을 위해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돈 때문에 창업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다. 창업 지원하면 자금 지원이고 매년 10조 원 이상을 지원하는데도 창업자들은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고질적인 창업자금의 수요초과 공급부족현상이다. 그러나 창업에서 자금은 많아도 문제가 생긴다. 필요한 만큼만 적절하게 제때 공급돼야 한다. 그래야 돈을 번다. 창업과 돈의 역설(parado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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