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중심 스타트업, ‘골목기술’ 확보해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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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기술은 단연 딥러닝이다. 정확성이 90%가 넘어가면서 어느 산업 분야나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해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자 모색하고 있다. 또한, 연이어 주요 글로벌 기업에서 기업역량을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인공지능을 전공한 인력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국내 기업들의 인공지능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딥러닝 기술의 효용성은 여러 곳에서 입증되고 있으며, 신문기사만 보더라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정보연구본부도 주요 연구분야인 음성인식, 시각 객체 인식, 추론기술, 영상 행동 예측, 시계열 예측 등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기술들을 기업에 이전해 국내 많은 콜센터 녹취를 텍스트로 저장하는 기술로 활용했으며, 국내 주요 기업의 인공지능 스피커에도 적용됐다. 영상인식과 관련해서는 객체를 인식하고 객체의 행동을 인식하는 기술을 확보해 쓰레기 투기와 같은 특정 행동을 탐지해내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집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해봤으면 한 번쯤 경험했겠지만, 인공지능 스피커가 ‘오늘 날씨 어때’나 ‘폴킴 노래 틀어줘’와 같이 사용 가이드에 있는 요구는 아주 잘 인식하고 응답해 주지만, ‘내가 영어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이 분야는 학습되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딥러닝은 인식해야 하는 분야별로 학습해서 모델링을 다시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뿐 아니라 인식하는 대상을 조금만 확장하려고 해도 처음부터 다시 학습해야 한다. 또한, 딥러닝은 언어, 시각, 센서 데이터 등 여러 입력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하고, 동질의 모달리티(Modality)에서만 동작하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가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은 사람이 가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지식을 제로 베이스가 아닌 추가적으로 학습해서 더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여러 개의 모달리티를 통합해 학습할 수 있는 복합지능 연구가 필요하다. 사람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의 오각을 필요에 따라 조합해 인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지속적으로 복합적인 입력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사람의 지능을 모사하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딥러닝 기술은 산업 곳곳에서 활용될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시장을 생각해야 하는 기업은 현재의 기회를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단지, 기술 발전이라는 축에서 그리고 미래산업 경쟁력을 생각하면 다른 관점으로 인공지능을 살펴보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인공지능의 대표선수인 딥러닝은 분명 사람에 비해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많다. 

바둑에서 사람을 이겼고, 장학퀴즈에서 기장원 수재들을 이겼지만, 여전히 사람이 가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상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이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사람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몇몇 유명인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듯이 그 시점에 이르기까지 딥러닝과 같이 전체 산업을 뒤흔들 인공지능 기술들이 몇 개는 더 출현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미국에서 수행 중인 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기계학습·딥러닝 기술의 근본적인 한계를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으며, 평생기계학습, 상식추론 기술들을 연구하면서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을 준비 중이다. 이와 더불어 ‘AI 넥스트 캠페인’을 통해 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을 넘어 파트너로서의 인공지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구 프로그램도 2018년 9월 발족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도 30년을 바라보고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으로 향하는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 복합지능과 자율성장 학습 기술들도 범용인공지능을 준비하는 단계에 있지만, 이외에도 우리는 인지 과학과 접목해 좀 더 근원적인 인간의 사고체계를 들여다봐야 하고, 이를 시스템 체계로 이동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기술의 중요성이 수면 위로 다 올라온 이후에 허겁지겁 뒤따라 가는 개발이 아닌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트리거링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30년을 바라보고 필요한 요소 요소의 기술들을 긴 호흡으로 준비한다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연구기관은 국내 대학교와 기업들의 기술력을 응집시키고, 차세대 인공지능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기술중심 스타트업들은 범용인공지능으로 가기 위한 ‘골목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스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본다.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정보연구본부장

민옥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정보연구본부장

충남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스마트데이터연구그룹 그룹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데이터 분석 SW 연구실장, 국가 인공지능/빅데이터 R&D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차세대 인공지능, 음성·언어 지능, 시각지능, 빅데이터, 자율성장 복합지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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