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김진표. (출처: 김진표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김진표. (출처: 김진표의원실)

창업·벤처의 중요성과 내용을 듣고자 김진표 의원을 만났다. 김 의원은 창업·벤처가 성공하기 위한 정책 방향과 세부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나갔다. 인터뷰 내내 제2벤처 붐 조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토로하는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국회의원은 지난 12월 6일 개최한 벤처 활성화 관련 토론회에서 “유망 기술혁신기업 육성으로 내년에 제2벤처붐이 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키워 성장 엔진으로 만드는 것이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위한 해결책이다. 이는 금융혁신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기업도 있고, 성장 중인 중견기업도 있는데 왜 하필 중소벤처기업인가? 

지금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건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이지 대기업이 아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생산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자금, 기술, 인력 등 생산요소까지 전 세계가 하나로 융합돼 치열한 혁신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다. 

작고 빠른 혁신기업이 덩치가 큰 대기업 공룡을 이길 수 있는 ‘규모의 경쟁’이 아닌 ‘속도의 경쟁’ 시대가 됐다. 앞서 가는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금융이 앞장서서 기술혁신형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해 수익을 높이고 있으며, 이것이 국가 부의 새로운 원천이 되고 있다. 우리도 서둘러 이런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우리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활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지난 25년간 우리 경제는 서울대학교 김세직 교수가 분석한 것처럼 5년마다 1%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5년 단임제에서 역대정권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고, 단기간 내 투자할 능력이 있는 재벌 기업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재벌 기업에 의한 투자는 많이 이루어졌으나, 생산성 향상이나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대규모 유통산업에 치중한 측면이 많았다. 이는 과거 수많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이 참여하던 다양한 유통시장을 대기업 몇 개가 대형 백화점이나 마트, 체인점 형태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흘러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우리 경제가 성장률이 계속 하락하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것은 성장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ICT 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세계 ICT 제품의 테스트베드라는 장점을 살려서 새로운 성장동력인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하는 길이다. 

혁신 벤처의 육성은 중소벤처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대기업에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물론 GM, 인텔 등 오래된 대기업들까지 사내벤처를 통해 회사 내에서 끊임없이 혁신과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 대기업들도 수년 전부터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우수한 사내벤처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C랩이라는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을 도입했고 2015년부터는 우수 C랩 과제들이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SK도 사내벤처 육성프로그램인 ‘하이개러지(HiGarage)’ 1기 멤버들이 곧 창업에 나선다.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가장 중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핵심은 다양한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금융혁신이다. 우리나라 금융은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예컨대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업금융의 비중이 80%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47%까지 하락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98.8%가 융자였다. 

우리나라에서 창업하려면 퇴직금 등 사비를 털거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지 않으면 사는 집을 담보로 융자를 받아야만 했다. 금융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유망한 창업기업을 위한 금융혁신은 ‘창업자의 한정된 개인 자금이 아닌 금융기관이 창업기업의 미래가치를 평가해 선도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투자하면 여유자금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 펀드 등이 안심하고 후속 투자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벤처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선전(Shenzen)을 가보면 자본이 기술을 따라다닌다. 우리나라도 금융혁신을 통해 다양한 모험자본의 적극적인 투자와 적절한 M&A를 통해 창업기업이 스케일업(Scale-up)하고 투자회수(Exit)가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활발하게 창업에 도전하고, 창업 후 3~7년 사이 발생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탈(VC)이 앞장서고 주선하는 M&A를 통해 당연히 실패 후 재도전의 기회도 열려있어야 한다. 

2018년 국가경제자문회의 전체 회의에서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금융혁신이 필요하다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는 올해 경제 운영 계획의 중점 과제 중 하나로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지난 3월 발표했고, 다양한 모험자본 육성을 위한 ‘금융혁신 전략’까지 이어서 발표했다.

출처: CB인사이트
출처: CB인사이트

2020년 제2벤처 붐 조성 가능성은 낙관적인가?  

지난 12월 6일 열린 국가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미 제2벤처붐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자신있게 발언했다. 그만큼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19년벤처투자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18년 최초로 벤처투자가 3조원을 돌파했는데 2019년에는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설법인 수 역시 2019년에 1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중 벤처기업은 2019년 10월 말 기준 3만 7천 개에 이르고 있다. 특히 7년 미만의 창업기업이 52%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제1벤처붐과 같은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상장하기 전 기업 상태에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 수는 지난해 3개에 불과했는데, 2019년에 8개가 추가돼 모두 11개로 급격히 증가해 독일과 함께 전 세계 5위권 수준이다. 

 

K-유니콘 프로젝트를 강조해 왔다. 이는 어떤 내용인가?

K-유니콘 프로젝트는 예비 유니콘 후보 기업을 1,000여 개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그간 정부의 과감한 모험자본 육성 정책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의 양은 많이 늘어났다. 벤처캐피탈 등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도 그렇다. 다만, 그 자본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할 유망 기술혁신기업이 부족하기도 하고 유망 기업을 발굴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바로 K-유니콘 프로젝트다. K-유니콘 프로젝트는 우선 분야별로 성장성이 높은 좋은 기업을 추천 받도록 하는데 추천기관은 각종 산업단체나 벤처캐피탈·투자금융(IB)·자산운용사·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이 10,000여 개 이상 추천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이들 기업의 건전성이나 도덕성을 검증해 2000년대 초 우리가 경험했던 부작용인 사기성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등에서 최소한으로 사전에 검증하도록 한다. 

최종적으로 육성대상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분야별로 국내산업에 정통한 국내전문가 50여 명과 세계 시장과 산업에 전문성을 갖춘 해외 전문가 50여 명 이상으로 100여 명이 집결한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위원회에서 신청기업에 대한 평가와 국내외 시장전망, 성장 가능성 등을 분야별로 심사해 총 1천 개 정도의 예비 유니콘 기업을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하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김진표. (출처: 김진표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김진표. (출처: 김진표의원실)

K-유니콘 프로젝트의 기대효과가 궁금해진다. 

이렇게 선정된 예비 유니콘 기업들은 국내외 투자가들이나 금융기관들에게 주목 받게 된다. 자금조달비용이 훨씬 줄면서 창업기업들의 사기도 크게 오를 것이다. 또한, K-유니콘 프로젝트는 국내외의 유수한 석·박사 등 인재들에게 그들이 연구하고 경험한 특허 등 성과물을 창업을 통해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기업가로도 성장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이와 같은 K-유니콘 프로젝트의 선순환 구조는 언론이 적극 홍보하고 정부와 경제계 등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창업 열풍을 강력하게 만들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K-유니콘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할 경우 2020년에는 20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해 유니콘 기업 숫자 면에서 세계 3·4위인 영국, 인도 등과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패박물관을 세워야 하는 이유도 말해달라. 

실패가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성공에 더 가까이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정부도 지금 재정지원을 통해 실패에 대해 삼세번까지 지원하고 있다. 발명왕으로 유명한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만 번의 도전 끝에 성공했다. 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9,999가지 이유를 파악했고, 만 번째가 돼야 전구에 불이 들어왔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미국의 미시건 주에는 실패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기업들이 과거에 오랜 수요조사와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혁신이라고 내놓았지만, 하나같이 실패한 제품들만을 모아 놓았다. 펩시콜라와 유니클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그 회사들이 이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 

우리의 경우 기업을 운영하다가 실패하면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과 함께 금융이용 제한 등 일상생활에 불리한 차별을 받게 된다. 이제 우리도 한번 실패한 기업가의 경험은 또 다른 모험투자가의 교훈이 된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별로 기업들이 실패한 사례와 원인분석 등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현장에서는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벤처의 핵심은 ‘민간의 창의성’이다. 이를 금융에서 뒷받침해야 사업화가 가능하다. 대통령이 직접 제2벤처 붐을 위한 혁신방향을 제시하고 이끌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움직이고 있다. 민간에서는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모험펀드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올 2020년에는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산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 완화다. 벤처투자, 핀테크 분야에 규제 완화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벤처투자 운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의무투자 비율 이외에는 사후규제로 전환하고 있다. 핀테크 산업 육성도 진행되고 있다. 2018년 말 금융분야 규제샌드박스를 담은 금융혁신지원법이 제정됐다. 금융산업, 금융기업이 사전규제 없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에서 후속조치를 하고 있고,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동참하고 있다. 금융혁신의 핵심을 추진하고 있다.

 

벤처 활성화를 위한 인재 육성의 역할은 고등 교육 기관이 하는 게 적합한가? 

장기적으로 벤처창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는 데 필요한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대적이다. 대학에서 학문과 기술 연구와 더불어 이를 창업 현장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 정부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다행히 대학 내 다양한 창업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창업 강좌 확대, 커리큘럼 다양화,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 창업경진대회 등 프로그램과 기술창업 특화교육이 늘고 있다. 대학이 투자 역할도 적극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예컨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보유기준(20%)을 낮추도록 추진되고 있다. 대학지주회사가 해당한다. 

아울러 초등 중등 교육과정에 반영된 창업, 기업가 정신 등 관련 내용은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금융연수원,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장·단기 연수과정을 만들어 금융기관의 중간간부들에 대한 재교육을 통해 적어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한 우수중소기업을 선별 및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창업·벤처에 대해 제언해달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진 나라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청년들에게 수많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들에게 선진국 수준의 복지혜택을 제공해 세계인이 존경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도 기술혁신형 창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우선 이공계 분야의 최고 엘리트들이 창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창업자금 대부분을 본인이 부담하고 실패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으므로 창업보다는 대기업 간부나 대학 강단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길 바란다. 그리고 국가는 그들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첫째, 창업자금은 기업의 미래가치 평가에 의한 금융기관의 투자를 통해 조달하는 풍토가 확립돼야 한다. 둘째, 실패해도 재도전이 가능한 문화와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셋째, 초기 창업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성공적으로 투자회수(Exit) 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M&A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넷째, 좁은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연기금 등 해외 시장에 정통한 외국펀드와 네트워크를 강화해 해외진출 혁신기업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인재 육성 및 조기 창업 지원을 위한 교육과정을 보완·개편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제2벤처 붐을 만들기 위해 이런 조건들이 정책적, 법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수 인재들이 도전하고 성공신화들이 쏟아지면 다양한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이다.

미래의 우리 경제는 기술혁신형 중소벤처기업의 손에 달려있다. 문재인 정부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나라,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나라, 기술력과 시장가치를 알아보고 금융이 먼저 투자하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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