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성과 창출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농심, CJ, 하이트진로 모범 사례로 꼽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투데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는 대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저성장 시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바라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업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단기적인 성과 창출만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켜보며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꾸준한 지원 필요

이같은 태도로 오랜 기간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며 지원하는 대기업들의 발자취가 스타트업 투자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품·주류 기업인 농심, CJ, 하이트진로가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식품기업 농심은 2018년부터 식품 스타트업 발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농심 테크업플러스'를 개최하며 유망 푸드 스타트업을 찾아내 투자하고 있다. 

농심의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 중인 스낵포 서비스. (사진=스낵포)
농심의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 중인 스낵포 서비스. (사진=스낵포)

이를 통해 ▲간식 큐레이션 서비스 '스낵포' ▲3차원 푸드 프린팅 기술 기반 스타트업 '요리로' ▲인공지능(AI) 기반 상권 분석 솔루션 '오픈업' 등을 지원했다. 특히 2018년 설립된 스낵포는 농심의 투자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 6월 LCK 소속 리그 오브 레전드 팀 농심 레드포스와 협업해 스낵 패키지인 '농심 레드박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2018년 시작된 농심과의 인연이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서 엄청난 성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그보다는 스타트업 성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서 접급해야

오벤터스 참여 스타트업의 CJ 사업 연계 비율. (자료=CJ)
오벤터스 참여 스타트업의 CJ 사업 연계 비율. (자료=CJ)

CJ그룹 역시 스타트업 투자에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식품전략기획실 산하에 뉴 프론티어 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전략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푸드테크, 건강기능식품, 대체단백질을 중심으로 국내외 펀드와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과 손 잡았다. CJ제일제당과 스파크랩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기업당 5천만 원에서 1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후속투자 단계에서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채택해 과감하고 빠른 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식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민첩하게 반응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CJ제일제당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인프라와 풍부한 노하우, 스파크랩의 스타트업 육성 노하우를 결합해 미래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CJ그룹은 스타트업 지원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오벤터스'를 통해서도 스타트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오벤터스에 선발된 스타트업은 CJ그룹 계열사와 함께 공동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투자를 받게 된다. CJ상생혁신팀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경영 노하우를 확보하고 사업 역량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속 투자 검토도...'탄탄한' 기반 지원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스타트업들. (자료=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스타트업들. (자료=하이트진로)

최초의 법인형 엔젤투자자인 하이트진로는 총 7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며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후속 투자를 검토하며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아빠컴퍼니에 첫 투자를 단행한 하이트진로는 아빠컴퍼니의 전국 맛집 음식 배달 서비스 '요리버리'의 서비스의 사업성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는 리빙테크 스타트업 이디연, 세 번째로 스포츠 퀴즈 게임 스타트업 데브헤드에 투자를 진행했다. 

네 번째로는 푸드 유통 플랫폼 식탁이 있는 삶에, 다섯 번재로 수산물 온라인 중개 플랫폼 푸디슨, 여섯 번째로 첨단농업 스타트업 퍼밋, 일곱 번째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스페이스리버에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초기 지분 투자 이후에도 모니터링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후속 투자 노력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액셀러레이터 더벤처스 최웅 이사는 "단기적인 성장에만 몰두하다 보면, 사업의 궁극적 비전과 방향성과 멀어지는 근시안적인 실행에 매몰될 수 있다"며 "사업이 항상 가설 설정과 검증의 연속이라고 한다면, 창업팀의 활동들이 궁극적 가설 검증과 거리가 있지는 않은지 투자자에게도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의 자세가 요구 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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