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정 대표, '화접도' 창업
결혼식 장소부터 음식, 답례품까지 '제로웨이스트' 실천 노력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추구하는 신랑, 신부와 '결혼식 파트너' 역할
군산의 째보선창서 결혼식 기획해 로컬 지역자원 활용 준비 중
"최종 목표는 생태적 꽃 농장 조성...같은 꿈꾸는 이들과 연대하고파"

이희정(가운데) 화접도 대표가 슬로웨딩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사진=화접도 제공)
이희정(가운데) 화접도 대표가 슬로웨딩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사진=화접도 제공)

[스타트업투데이]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이 화두인 요즘, 결혼식에 친환경을 접목한 스타트업이 있다. '슬로웨딩'을 지향하는 스타트업 '화접도'는 결혼식 장소, 음식, 연출 등 모든 영역을 환경친화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슬로웨딩'과 스몰웨딩의 차이점을 묻자 이희정 대표는 "스몰웨딩이 정형적인 웨딩홀이 아닌 곳에서 작은 규모로 맞춤으로 제공되는 결혼식의 한 형태라면, 슬로웨딩은 규모와 상관없이 환경친화적인 접근으로 서비스를 구축해 나가는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신랑, 신부님과 결혼식을 기획해나가는 파트너로서 그 답을 만들어가고 있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결혼식의 공간도 웨딩홀처럼 하루에 몇팀의 결혼식을 치르며 시간에 쫓기듯 결혼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는 신랑, 신부님만의 의미있는 결혼식 위해 적합한 공간을 연계하고, 제철 로컬식재료로 기획한 연회 음식을 선보이며 하객에게 답례품으로 식물들을 드려요. 마지막 순간까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희정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식물의 생장에 대해 이해하는 정보를 쌓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특히 식물의 미적인 구조(색감과 질감 등)에 대해 매력을 크게 느꼈고, 사람과 언어로 직접 소통하지 않는 개체 임에도 접했을 때 주는 효과가 커서 더욱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죠"라고 말했다. 이런 관심은 자연스레 대학까지 이어졌다.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에 진학한 이 대표는 처음엔 연구직종을 염두에 뒀지만 차츰 '디자인'적 관점으로 식물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는 "30대 초반 창업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꽃'을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여주 영춘농원에서 진행한 슬로웨딩 프로젝트. (사진=화접도 제공)
여주 영춘농원에서 진행한 슬로웨딩 프로젝트. (사진=화접도 제공)
여주 영춘농원에서 진행한 슬로웨딩 프로젝트. (사진=화접도 제공)
여주 영춘농원에서 진행한 슬로웨딩 프로젝트. (사진=화접도 제공)

▲ 화접도는 어떤 의미인가요?

- 화접도는 조선시대 후기에 백성들이 행복을 염원하며 그렸던 민화의 화풍 중 하나입니다. 꽃과 나비가 그려져 있어 ‘부부의 화합'이라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2019년 군산에서 청년 창업을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인 로컬라이즈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일본강점기의 역사적 배경이 짙게 남아 있는 군산의 지역성에 영감을 얻어 오히려 한국적인 색의 모습을 현대에서 재해석해 이어낼 수 있는 ‘로컬브랜드'의 명칭으로 화접도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군산의 로컬브랜드로 화접도가 참여자와 함께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구축하고, 메인 서비스 모델인 ‘슬로웨딩'을 구현해내기에 멋진 브랜드명이라 생각했습니다.

 

▲ 창업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요?

- 저는 농업생명과학대학에 속해 있는 원예학과 및 농학과가 합쳐지며 신생으로 설립된 학부인 식물생산과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며 경력을 쌓을 때는 ‘결혼식'이라는 복합문화산업 분야에서 ‘꽃’의 높은 수익 구조와 디자인적인 표현에 매력을 느껴 해당 서비스를 메인 모델로 선보일 수 있는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연출 후 일회성으로 버려지는 꽃들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고, 연출뿐만 아니라 연회 음식 등 기존의 결혼식 서비스의 구조 자체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공간-음식-연출 등의 궁극적인 방향성에 지역자원을 환경친화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의 ‘슬로라이프'를 결혼식 서비스로 설계해 ‘슬로웨딩'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화접도라는 브랜드로 슬로웨딩이 가능한 생태적 꽃 농장 구축을 비즈니스의 최종 모델을 설계해 나가는데에 전공이 아이덴티티가 되고 있습니다.

 

▲ 슬로웨딩의 기획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 2018년에 경기도 공유농업 프로젝트를 통해 여주의 유채농장과 도시민을 연계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채꽃밭의 경관자원을 '결혼식'이라는 수단으로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활용했는데요.

3주라는 기간 동안 예비 신랑·신부의 셀프 웨딩 촬영 장소를 제공했어요. 이 기간 중 하루는 결혼 10주년이 되는 부부의 자녀들이 유채꽃 부케를 만들며 녹비작물의 역할과 촬영 소품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을 진행하고, 진행하는 시간 동안 농장에서 쉼을 얻은 부모와 가족 촬영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주 타겟 외에 두 돌이 된 자녀와 함께 방문한 부부와 30주년 된 부모님을 위해 자녀분들이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주년 된 부부의 실제 리마인드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농촌의 자원을 결혼식이라는 모델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설계하는 좋은 프로젝트의 예시가 됐고, 한 공간에서 ‘슬로웨딩’이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시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주 영춘농원에서 진행한 슬로웨딩 프로젝트. (사진=화접도 제공)
여주 영춘농원에서 진행한 슬로웨딩 프로젝트. (사진=화접도 제공)

▲ 각 부부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결혼식 장소 선정도 중요하잖아요. 하객 수 등을 고려해 적합한 곳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특히 슬로웨딩을 통해서 선보이는 장소의 특징은 하루에 한 건의 결혼식만을 지향하고, 여유 있게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부분에서 ‘숙박'이 가능한 공간을 염두하고 있습니다.

농장임에도 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휴 시설 및 숙박 공간을 갖춘 공간들도 슬로웨딩의 장소로 새롭게 제안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마을의 숙박 네트워크와 농장의 경관 자원들을 연계하는 것도 슬로웨딩 장소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차가 가능한 범위까지 고려해서 결혼식 적정 수용 인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꽃은 계절에 따라 그 변주의 폭이 매우 큰데요. 가장 고려하는 점은 뭔가요?

- 결혼식의 컨셉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꽃을 사용합니다. 구조물의 전체적인 윤곽을 주는 잎 소재를 주된 연출의 소재로 활용해서 그리너리한 분위기의 결혼식을 연출하기도 하고, 꽃 자체가 덩어리 감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연출되기도 합니다.

야외 결혼식에서도 슬로웨딩이 지향하는 부분은 공간의 기본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연출과 소품을 활용해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올해에도 식물로 결혼식의 일부를 연출해 하객 답례품으로 제공하시는 신랑·신부님과 결혼식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야외 결혼식을 진행하며 기후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강풍, 태풍 등 변수가 많은 야외 결혼식에서 제2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한 대비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사진=화접도 제공)
한국적인 미를 위해 여백을 고려한 꽃 연출을 선보인다. (사진=화접도 제공)

▲ 화접도를 '군산에서 새롭게 태어난 가장 한국적인 색을 담은 로컬브랜드'라고 소개했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가장 한국적인 색은 무엇이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요?

- ‘대한민국'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형성되는 부분에 영토의 환경, 그 지역에서 정착하며 살아온 민족의 속성 등이 발현되는 다양한 모습 중, 화접도라는 그림 문화가 한국의 역사 속 한순간에 표현되어 남겨져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의 방식을 ‘브랜딩'을 통한 서비스의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하고, 현대에서 브랜드의 상품을 통해 해석된 매개체들을 제시하는 부분이 한국적인 색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꽃다발 내지 공간에 구현된 꽃의 모습에 여백의 미를 살리면서도 색감이나 오브제와의 배치를 통해 통상적으로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맥락과 현대의 현대적인 공간들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획이 그 결과 중 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사진=화접도 제공)
화접도가 진행하고 연출하는 결혼식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꽃장식이나 식수 행사도 이런 서비스의 일환이다. (사진=화접도 제공)
(사진=화접도 제공)
화접도가 진행하고 연출하는 결혼식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꽃장식이나 식수 행사도 이런 서비스의 일환이다. (사진=화접도 제공)

▲ 결혼식은 리허설이 없는 행사이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을 것 같아요.

- 무엇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합니다. 갑작스러운 태풍 소식에 다른 장소로 변경해 결혼식을 기획하거나, 당일 예식 중간에도 짧은 단위의 시간 동안 소나기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남원에서의 한 결혼식은 당일 태풍으로 농부님의 하우스에서 패브릭 장식을 구현해 연회 장소로 연출했습니다. 비가 멈춘 짧은 시간에 농부님의 장독대에서 기념사진을 남겨 멋진 한 장면을 남길 수 있기도 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의 결혼식을 대안을 찾기 이전에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결혼식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슬로웨딩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장소를 마치 갤러리처럼 꾸며 연출했다. (사진=화접도 제공)
장소를 마치 갤러리처럼 꾸며 연출했다. (사진=화접도 제공)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 당일 결혼식 진행 이전에 신랑·신부님들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농장이나, 공간들에 오셔서 스냅 촬영을 하며 긴 시간 소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혼식 진행 시에 포토갤러리로 전시하는 사진들을 보면 결혼식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담긴 듯해 더욱 뿌듯합니다.

결혼식이 세대를 이어 지속 가능하게 하는 순간이라는 접근으로 양가 부모님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식의 사진들을 함께 전시하기도 하는데요, 옛 사진을 보며 기분 좋게 웃으시던 양가 어르신의 모습도 인상적인 한순간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신랑·신부님과 함께 하객분들에게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식물들을 분갈이하는 체험을 진행했고,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님의 성함이 담긴 식물관리 가이드가 콘텐츠로 제공하기도 해 보람있었습니다.

 

▲ 화접도의 향후 계획은 뭔가요. 또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 현재 군산의 째보선창에 옛 수협창고가 수제맥주 양조장과 판매가 이뤄지는 공간에 결혼식을 유치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 공간에서 결혼식을 하시게 될 신랑·신부님이 슬로웨딩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를 꼭 만들어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해 정착하는 서비스 모델로 각인됐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 군산에서 슬로웨딩을 비롯해 꽃을 매개체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한 생태적 꽃 농장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과정에 함께 해준 고객들과 지지해주는 협력사들의 기억에 고집 있는 브랜드로 남고 싶고, 같은 방향성을 가진 파트너사들과 뜻을 함께해 연대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스타트업투데이=김나영 기자] mmm@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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