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기, 밀폐용기 문제점에 주목
26가지 조합 가능한 푸들 플레이트 개발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 제공∙ ∙ ∙수거부터 세척까지 진행

[스타트업투데이] 배달음식 시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기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 연간 약 31만 톤의 폐플라스틱이 발생하고, 1억 개의 일회용기가 버려지고 있다. 그 중 89%는 재활용되지 않고 폐기된다. 

푸들(Foodle)은 홍익대 출신 디자이너 3인이 설립한 소셜 벤처다. 윤채영∙강종현 대표, 김인재 공동창업자는 전부 1인 가구로,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했다. 이들은 한 번의 주문에도 발생하는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보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음식물을 따로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도 경험했다.

이들은 일회용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고민했다. 그 결과 다회용기 ‘푸들 플레이트’(Foodle Plate)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를 기획했다. 푸들은 식음료(F&B) 시장에서의 일회용기를 대체할 새로운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래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까지 제공

다회용기 푸들 플레이트(사진=푸들)
다회용기 푸들 플레이트(사진=푸들)

“저희는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야 할 디자인이 오히려 과소비를 이끌고 쓰레기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식사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환경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친환경 일회용기’를 디자인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학부 교수님께서 또 다른 ‘예쁜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3인의 공동창업자는 일회용기 자체를 쓰지 않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해답으로 배달 그릇을 반납하던 2000년대를 떠올렸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푸들을 기획했다. 이용자와 환경 모두를 위한 다회용기 푸들 플레이트와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일회용기에 담긴 음식은 메뉴의 특색을 잃게 되고, 음식의 보존성도 떨어져 식사 경험을 저하합니다. 환경을 위해 밀폐용기를 이용기도 하지만, 밀폐용기는 음식을 보관하는 용도로 설계돼 식사 상황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푸들 플레이트는 다회용기 문화에 가장 적합한 형태입니다.”

 

푸들 플레이트는 일회용기와 밀폐용기보다 높은 식사경험과 공유 적합성을 가졌다(사진=푸들)
푸들 플레이트는 일회용기와 밀폐용기보다 높은 식사경험과 공유 적합성을 가졌다(사진=푸들)

푸들 플레이트는 한 세트에 여러 메뉴를 담을 수 있으며, 담아낸 모든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도시락이나 밀폐용기와 다르게 각진 부분 없이 원형으로 설계돼 세척이 쉽다. 또한, 벽면에 기울기가 있어 서로 겹쳐서 부피를 최소화해 보관할 수 있다.

푸들 플레이트는 육각형 메인 용기 안에 크기가 다른 원∙일자∙마름모형의 3가지 내부 용기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총 26가지 조합이 가능해 음식 메뉴와 구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용기 바닥에는 원형 범프가 있어 내부 용기를 넣은 후 뚜껑을 덮고 흔들어도 위치가 고정돼 운반 과정에서 섞이지 않는다.

푸들 플레이트의 소재는 SK케미칼이 개발한 바이오 신소재 ‘에코젠 T110’이다. 냄새와 이염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높은 내열성을 가져 고온에서도 환경 호르몬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다.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는 푸들이 수거, 세척, 제공의 운영 프로세스 전반에 관여하는 서비스다. 푸들이 푸들 플레이트를 파트너사에 제공하면 파트너사는 식사를 담아 배송한다. 이후 고객이 식사 후 별도의 뒷정리 없이 용기를 반납하면 푸들이 일괄 수거해 세척하고, 다시 파트너사에 제공하게 된다.

제품 범용성∙보관 용이성을 바탕으로 사업 전개

푸들은 올해 1월 5,000만 원의 프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푸들은 구내식당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단체 도시락을 제공하는 기업대상(B2B) 서비스에 먼저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제품의 우수성으로 플랫폼 기업, 음식 제조사, 고객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운영 체제를 바꾸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 없이도 매끄럽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푸들 플레이트는 다양한 메뉴를 수용할 수 있는 범용성과 보관의 용이성을 갖고 있어 이를 충족했고, 음식 제조사 설득이 유리했습니다. 기업은 직원 복지 향상 효과가 있어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들은 창업 초 서울디자인재단 운영시설인 ‘서울디자인창업센터’에 2기 입주 기업으로 선정됐던 것이 푸들 성장의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사무∙회의 공간,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포토 스튜디오, 휴식 공간 등을 지원받았다. 특히 개발과정 중 필요한 샘플을 제작해 테스트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

 

(왼쪽부터) 윤채영 공동대표, 김인재 공동창업자, 강종현 공동대표(사진=푸들)
(왼쪽부터) 윤채영 공동대표, 김인재 공동창업자, 강종현 공동대표(사진=푸들)

이들은 모두 디자인 전공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재무, 회계, 생산, 영업, 마케팅, 지식재산(IP) 등 공부해야 할 분야가 많았고, 경험이 적어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러 분야의 멘토, 선배, 전문가의 조언과 자문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첫 창업이라 실수가 잦았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불확실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과 함께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공부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은 고생을 이길 정도의 행복과 에너지를 줬습니다.”

이들은 예비 창업자에게 사무실에 앉아서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일단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창업 과정 속 수많은 변수와 위기가 생기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빠르게 방향을 수정하고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품 라인업 확장 및 신규 고객 유치 계획

푸들은 앞으로 ‘다회용기 라인업 확장’과 ‘서비스 고객사 유치’라는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들은 수많은 음식을 담기 위해서는 육각형 외에 다른 크기와 형태의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모듈러 구조를 확장 적용할 수 있는 다른 크기의 제품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미 푸들과 함께 새로운 다회용기 개발을 문의하는 기업∙기관이 많습니다. 앞으로 여러 다회용 제품을 개발해 모든 일회용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공유 서비스를 위한 다회용컵 개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카페에서도 푸들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현재의 육각형 구조를 확장할 계획이다(사진=푸들)
현재의 육각형 구조를 확장할 계획이다(사진=푸들)

푸들은 확장된 다회용기 제품군을 바탕으로 신규 고객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기업 단체 도시락 시장을 넘어 일회용기를 대체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들은 최근 다회용기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어 여러 식당∙카페와 기업으로부터 제품 렌탈∙서비스 이용 문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순서대로 확장하면서 다회용기 문화의 중심에 서는 것이 푸들의 가장 큰 목표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친환경을 강요하는 대신 고객 중심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식사 경험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회용기나 밀폐용기 대신 푸들 플레이트에 식사를 제공하고, 뒷정리까지 전담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남깁니다. 고객은 자연스럽게 환경에 기여하고, 편리함을 통해 지속해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자리매김하려면 환경개선에 적극적인 소수뿐만 아니라 다수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트렌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들 플레이트와 서비스를 통해 친환경이 재미없고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고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신서경 기자] sk@startuptoday.kr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