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기술과 공연예술계의 ‘만남’∙∙∙VR 등으로 시각적 효과↑
전통예술에 최첨단 기술 연결∙∙∙한국만의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선보여
“예술적인 기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서도 부드럽게 스며드는 힘 될 것”

인스피어 송해인 대표(사진=인스피어)
인스피어 송해인 대표(사진=인스피어)

[스타트업투데이] 4차 산업기술이 타 산업과의 융복합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는 가운데 공연예술계도 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에 나서는 모습이다. 

뮤지컬이나 연극과 같은 공연에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을 적용하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실제 무대 세트보다 편리하다는 효용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360도 회전이 가능한 풀HD 공연영상으로 VR을 제작한다면 직접 공연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관객이 공연을 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과 디지털의 결합은 주로 시각적인 것에 집중된 데다 서양의 기술과 효과를 따라가다 보니 한국적인 정서와 기법까지 담아내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인스피어는 공연예술, 그중에서도 전통예술에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연결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정서를 담아 한국만의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게 목표다. 

송해인 대표는 “전통예술과 미래의 에너지가 조화롭게 만날 때야말로 가장 멋진 시너지가 나타난다”며 “전통예술을 지키는 게 중요한 만큼, 오늘날의 문화와 소통하도록 제대로 배우고 창작하는 것 역시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4차 산업기술을 결합한 공연 제작으로 한국적이면서도 정서적이고, 따뜻함을 담아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송해인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지털 기술 활용,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

XR을 결합한 공연 장면 중 일부(사진=인스피어)
XR을 결합한 공연 장면 중 일부(사진=인스피어)

‘인스피어’(Insphere)는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미디어파사드(Media Façad), 인터랙티브(Interactive)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혼합현실(XR) 공연 등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기술을 연결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송해인 대표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한국무용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창작을 전공한 전통공연전문가다. 영국 브루넬대학교(Brunel University)에서는 디지털 공연 연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송해인 대표는 “박사논문을 통해 ‘굿’이라는 한국 예술의 원형과 디지털 예술을 접목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내적 세계를 ‘만질 수 없지만 보이는’ 디지털 빛으로 표현한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였다”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전통예술과 디지털 연출의 융합 시도를 위해 인스피어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예술과 기술, 전문성이 필요한 양쪽의 영역에서 빠른 소통과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스피어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본인을 포함한 인스피어의 모든 구성원을 ‘예술’과 ‘기술’이라는 두 기둥의 세계를 아우르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송 대표는 “학계에 머무르는 것보다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예술분야에 적용하고 싶었다”며 “‘예술적인 기술’이 앞으로는 경탄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서도 부드럽게 스며드는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전통-현대, 사람-공간 잇는 경험 보여주고 싶다”

미여지뱅뒤 일부 장면(사진=인스피어)
미여지뱅뒤 일부 장면(사진=인스피어)

인스피어는 국내 예술 기관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공연예술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지난 2019년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 청년(재)창업지원사업을 시작으로 이듬해 제주문화콘텐츠 청년창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되면서 전통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초 제주 대표 전통예술단체 (사)마로와 MOU를 맺었고, 오는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활동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공연 프로젝트 <메타버스 미여지뱅뒤>를 준비 중이다. 

‘미여지뱅뒤’는 이승에서의 죽음 후 영혼이 저승으로 가기 전 지나치는 곳으로 인스피어와 마로는 미여지뱅뒤를 메타버스 공간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앞으로 인스피어는 제주도에 상설전시나 공연을 위한 랩(Lab)을 만들어 실험 및 연구와 교육을 함께하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인스피어에서 일하는 팀원이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환경과 일자리를 조성하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어떻게 영감과 위로, 즐거움을 줄 수 있는지, 사람의 존재가 공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연구하고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VR과 AR, XR 등과 같은 기술을 통해 보다 감각이 확장되고 현실과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등 많은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며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순수예술 또는 전통예술에 기술을 접목해 예술과 기술, 전통과 현대, 사람과 공간을 잇는 ‘신선한 경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스피어 송해인 대표(사진=인스피어)
인스피어 송해인 대표(사진=인스피어)

한편 송 대표는 국내 예술 교육이 ‘즐기는 수업’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어린이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연극을 통해 배우고 발표하는 등 자연스럽게 순수연극 문화에 관심을 두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이것은 곧 관람문화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예술 교육은 기술이나 기법을 익히는 수업으로 마무리된다는 게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문화의 힘을 키우기 위해 순수예술을 배우고 창작을 즐기는 활동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의 예술교육은 예술과 기술이 함께하는, 예술을 즐기는 수업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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