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난 1년간 ‘CVC 운영현황 실태조사’ 긍정적 평가
지주회사 CVC 도입 허용 이후 대기업 9곳 CVC 보유
GS그룹, CVC 설립에 가장 적극적∙∙∙“스타트업 투자, 미래성장 위한 핵심전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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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제도가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를 발표했고 이듬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 통과했다. 이로써 국내 대기업은 자회사 형태로 벤처캐피탈(VC)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지난달 26일 ‘CVC 운영현황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CVC 도입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주회사는 CVC를 설립하거나 기존 투자 계열사를 CVC로 전환한 이후 투자조합 설립, 출자 등을 통해 1,1511억 원의 자금을 조성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하는 이유는 신산업분야 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의 확보, 계열사 영위사업과의 연관성을 통한 시너지 창출, 투자차익 가능성, 세제 혜택 등 때문”이라며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및 사회기여 역시 이유”라고 언급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주회사 CVC 도입이 허용된 이후 ▲동원그룹 ▲GS그룹 ▲F&F ▲평화그룹 ▲효성그룹 ▲에코프로 ▲빗썸 ▲포스코 ▲CJ그룹 등 9곳이 지주회사 내 CVC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9곳의 CVC 도입 현황은 어떨까. 

 

동원그룹 본사 전경(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 본사 전경(사진=동원그룹)

 

동원기술투자, 국내 첫 지주회사 CVC∙∙∙기존 사업 밸류체인↑ 

국내 첫 번째 지주회사 CVC는 지난 3월 탄생했다. 동원그룹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일반지주회사 CVC 등록을 완료하며 동원기술투자를 설립했다. 동원기술투자 지분은 100억 원을 출자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100% 소유하고 있다. 

동원기술투자 측은 “동원그룹이 영위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미래 사업 육성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GS건설은 지난 5월 자본금 130억 원을 들여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XPLOR INVESTMENT)를 설립했고 100%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는 GS건설과 건설업 및 유관 산업의 신기술벤처기업뿐만 아니라 비(非)건설 부문의 신성장 혁신 비즈니스를 만드는 신기술기업의 발굴∙투자 및 육성∙지원까지 추진한다. 

그룹사 차원에서 CVC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곳은 GS그룹이다. 앞서 GS그룹은 지난해 1월 자본금 100억 원을 전액 출자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형태로 GS벤처스(GS Ventures)를 세웠다. 국내를 중심으로 바이오, 기후변화대응, 자원순환, 리테일 등 GS그룹이 신성장 분야로 꼽고 있는 영역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다. 시드로부터 시리즈B까지의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하면서 이후 단계에 대한 투자는 (주)GS와 각 계열사와 협력한다는 전략이다. 

GS그룹 허태수 회장은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은 미래성장을 위한 핵심전략”이라고 말했다. 

 

GS건설 사옥(사진=GS건설)
GS건설 사옥(사진=GS건설)

 

F&F홀딩스, 평화, 효성 등 지난해 7월 CVC 설립 

지난해 7월에는 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활발했다. F&F홀딩스는 투자 전문 자회사 F&F파트너스를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하며 본격적인 CVC 도입을 알렸다.

F&F파트너스는 엠엘비(MLB), 디스커버리(Discovery) 등의 패션 브랜드로 유명한 F&F홀딩스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음악 IP 전문 기업 바이포엠(BY4M), 코딩 교육 플랫폼 위즈스쿨, 이커머스 플랫폼 고미코퍼레이션 등 콘텐츠∙플랫폼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평화그룹 투자사 예원파트너스도 설립한 지 5년여 만에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마쳤고 펀드 결성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예원파트너스는 설립 이후 5년여간 외식인, 제핏, 유비엘바이오, 크레이지알파카, 오퍼밀, 파코웨어 등 바이오부터 푸드테크까지 다양한 기업에 꾸준한 투자 활동을 펼쳐왔다.

효성그룹도 같은 달 신기술사업자에 대한 투자와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설립 및 자금 운용∙관리 등을 위해 자본금 100억 원을 들여 효성벤처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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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펀드에 주목한 CVC는? 

에코프로는 지역 펀드에 주목했다. 에코프로 VC인 아이스퀘어벤처스는 2021년 ‘포항 아이스퀘어 그린테크 1호 벤처투자조합’과 ‘강원-아이스퀘어 중소벤처펀드 2호’에 이어 지난달 11월 ‘아이스퀘어 충청 엔젤 징검다리 조합 1호’를 결성했다. 포항과 강원 펀드는 100억 원, 충청 펀드는 105억 원 규모다. 아이스퀘어벤처스는 충청 펀드 중 60%를 충청 지역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아이스퀘어벤처스는 올해 초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이스퀘어벤처스는 그동안 주로 2차전지나 환경기업에 투자했는데 특히 2차전지 리사이클링 환경기업 성일하이텍이 지난 7월 상장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일하이텍이 6개월간 보호예수 기간을 거치면 아이스퀘어벤처스는 이를 기반으로 회수가 가능해진다고 보고 있다. 

한편 CJ그룹은 지난해 8월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부터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지분을 100%를 221억 원에 인수하며 CVC를 도입했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향후 5년간 4,000억 원을 신규 출자해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 등 4대 미래성장엔진 중심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CJ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신규 사업모델과 혁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그룹 CVC를 공식 출범했다”고 배경을 밝히며 “CJ인베스트먼트는 잠재력있는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육성해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탑티어(Top-tier) 벤처캐피털로 도약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빗썸은 BTC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포스코는 포스코기술투자를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포스코기술투자의 경우 지난 2일 ‘신기술금융 우수투자’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으며 CVC 도입 모범사례로 꼽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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