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전략적 투자, M&A 등 밸류체인 확장 등 기회”
투자업계 환영의 목소리, “스타트업 생태계 자본 흐름 마중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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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올해부터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지난해 12월 성장잠재력이 큰 소규모 기업 인수에 따른 시장 경쟁 제한을 감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자금을 벤처투자로 끌어들여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히 바 있다. ▲벤처투자 확대 ▲벤처 생태계의 질적 제고 ▲벤처 기업 및 대기업 협력 에너지를 통한 동반 성장 촉진 등이 목표다. 

이번 개정안으로 그동안 계열사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던 국내 대기업이 자회사 형태로 VC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자금흐름이 원활해져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벤처기업 또는 스타트업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나 인수합병(M&A), 밸류체인 확장 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자본 흐름을 가져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세일즈포스 등 CVC 통한 투자 활발

사진=구글
사진=구글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는 비금융권 기업이 재무적∙전략적 목적으로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금융회사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금산분리(金産分離)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신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일반지주회사는 CVC를 100% 자회사로만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부채 비율은 200%, CVC가 조성한 펀드에 투입되는 외부자금의 상한은 40%로 제한됐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방안이 대기업이 CVC를 악용할 수 있는 부분을 어느 정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주성진 L&S벤처캐피탈 대표파트너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를 받거나 대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은 기업 외부로부터 신규 사업과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기 위해 CVC를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CVC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연간 글로벌 CVC 투자액은 2015년 322억 달러(약 38조 원)에서 2019년 571억 달러(약 68조 원)로 5년간 2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구글(Google)이 2015년 알파벳(Alphabet) 산하의 지주회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구글벤처스(GV) 등 투자 조직을 주축으로 유망 벤처 기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GV는 200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슬랙(Slack), 블루보틀(Blue Bottle), 제트닷컴(Jet) 등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400여 개에 투자했다. 모기업의 주력분야인 모바일과 인터넷부터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대체육류, 리테일 등까지 투자 범위를 확장시켰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구글벤처스의 투자 포트폴리오로 본 구글의 투자 전략’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구글은 연간 평균 36억 8,000만 달러(약 4조 3,700만 원)를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5년간 총투자액은 184억 3,000만 달러(약 22조 원)로 나타났다. 삼정KPMG는 김기범 선임연구원은 “여기에 공개되지 않은 투자까지 종합할 경우 실제 GV의 투자 규모는 이보다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이외에도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2009년 세일즈포스벤처스(Salesforce Ventures)를 통해 22개국, 365개 이상의 회사에, 인텔(Intel)의 인텔캐피탈(Intel Capital)은 전 세계 1,500개 벤처기업에 125억 달러(한화 약 13조 6,55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GS, GS벤처스 설립∙∙∙LG∙효성 등 대기업도 검토 중

GS그룹
GS그룹

개정안 이전 한국의 경우 계열사 또는 해외법인을 통해 CVC를 운영했다. 롯데는 롯데벤처스, CJ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은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신세계는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등 계열사 형태로 CVC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삼성벤처투자, 삼성넥스트, 삼성카탈리스트펀드 등 3개의 CVC는 미국, 이스라엘, 독일 등에 거점을 두고 있으며 현대차그룹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현대크래들을 출범시켰다. 

넥센타이어 역시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회사 넥스트 센트리 벤처스(Next Century Ventures)를 설립했고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미국 도심항공교통(UAM) 업계로 진출했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 가장 먼저 CVC 설립에 나서는 곳은 GS그룹이다. (주)GS는 지난 7일 자본금 100억 원을 출자해 GS벤처스를 설립하고 계열사로부터 유치한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후변화대응, 자원순환, 유통, 신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후에는 (주)GS와 각 계열사가 협력해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허준녕 GS CVC팀장이 GS벤처스 초대 대표로 선임됐다. 허 대표는 미래에셋증권 글로벌투자자문, 투자은행 UBS 뉴욕 본사 한국∙동남아 인수합병(M&A) 대표 등을 거쳤다. 

앞서 GS 허태수 회장은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지난해 국내∙외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등 60여 건에 이르는 전략적 투자활동을 통해 바이오와 뉴에너지, 퀵커머스와 같이 디지털과 친환경이 접목된 신사업 방향을 구체화했다”며 “어느 때보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LG그룹, 효성그룹 등도 유망 스타트업 발굴∙투자에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범식 (주)LG 경영전략팀장은 직접 국내 벤처캐피탈(VC) 관계자와 만나는 등 CVC 설립 준비에 돌입했다. 투자심사역 등 전문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효성그룹은 지주사 산하에 CVC 설립을 위한 내부 인력을 충원하고 외부 전분가 영입 등을 검토 중으로 전해진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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