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으로 美 정부, 모든 예금주 완전 보호할 방안 승인
“韓 벤처∙스타트업업계, 자금 시장 경색으로 어려움 겪을 가능성↑”
“SVB 특수한 영업구조,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韓과 달라
금융당국,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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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지난 40년간 실리콘 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Silicon Valley Bank)가 파산했다. 이에 따라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 우려가 나왔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관측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SVB 파산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더는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각) SVB가 뱅크런(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Bankrun)으로 36시간 만에 파산했다고 보도했다. SVB는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에 해외 지사를 둔 민간은행이다. 실리콘 밸리 지역의 스타트업에 투∙융자와 펀드 수탁, 예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WSJ>에 따르면 SVB 예금주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420억 원 달러(약 55조 6,000억 원)의 예금 인출을 시도했다. 이 같은 대규모 뱅크런이 SVB 파산에 속도를 붙였다는 분석이다. 

이후 12일 재무부(Department of the Treasury)를 비롯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Boar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미국 정부는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해법을 승인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SVB 리스크에 대한 국내·외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SVB 파산, 韓 벤처∙스타트업업계에 미칠 영향은? 

실리콘 밸리 뱅크 전경(사진=트레이드마크 비주얼)
실리콘 밸리 뱅크 전경(사진=트레이드마크 비주얼)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여파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SVB 파산으로 투자 심리 경색에 우려를 표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글로벌화 된 국내 스타트업은 외국 소재 벤처캐피털로(VC)부터 자금 유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한동안 벤처∙스타트업업계 자금 시장이 경색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벤처기업협회 측도 “금리 인상으로 투자 시장이 경색된 것이 SVB 파산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하며 “국내 투자 시장에서도 심리적 위축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 스타트업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작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다만, 미국 벤처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까지 확산 되지 않도록 만반이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사태 자체 만으로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유사한 금융기관에 연속적으로 번지면서 세계 경제 흐름의 악화로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국내 VC의 해외 벤처투자 시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거래은행 분산 요청 등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자펀드 투자기업의 피해 사항을 확인 후 부처와 적극 대응해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尹 “국내 금융시장∙실물경제 미치는 영향 면밀히 점검하라” 지시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사진=중소벤처기업부

SVB 파산 사태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부처가 나섰다. 앞서 윤석렬 대통령은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SVB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SVB 파산의 요인, 사태 진행추이, 미국의 대처,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영, 이하 중기부)는 지난 16일 조주현 차관 주재로 ‘SVB 파산 대응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정책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자금조달 경색과 심리위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업계와 VC업계 유관 협∙단체 참석자는 이번 SVB 사태에 따른 업계의 위기를 언급하며 정부 모태펀드 확대, 정책금융 지원 강화 등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차관은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기부와 유관 공공기관에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위기가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지 않도록 향후 미국 정부의 대응, 국내 벤처∙스타트업업계에 미칠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주재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주재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이보다 앞선 14일에는 기획재정부(장관 추경호, 이하 기재부)가 앞으로의 시장 상황 변화에 예의주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현 시점에서는 SVB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미국의 대응조치 이후 외국인자금 유입 등으로 코스피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이 다수인 코스닥도 소폭 반등했다. 국채시장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글로벌 긴축 전망이 약화되면서 국채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추 부총리는 “아직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앞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시장 안정 유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韓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 점검∙∙∙“규제개선 발굴∙추진 계획” 

금융감독원 여의도 본사 전경(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여의도 본사 전경(사진=금융감독원)

한편 금융당국도 지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뱅크런 발생 시 금융회사의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제도적 근거와 시행 절차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원장 이복현, 이하 금감원)은 지난 13일 업권별 감독부서, 뉴욕사무소 합동으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SVB 사태가 국내 금융회사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SVB는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 조달하고 총자산의 56.7%를 장기유가증권에 투자한다. 그러면서 금감원 측은 “금리상승으로 예금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채권 평가손실 발생하면서 예금인출이 증가하자 유동성 문제 봉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가 금융상황을 점검한 결과, 은행∙비은행 금융회사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달랐다. 게다가 양호한 자본비율 및 유동성비율과 견조한 수익성 등 근본적 차이를 고려할 때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았다. 

금감원 측은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의 소통, 협력 채널을 최대한 가동하도록 조치했다”며 “국내 가상자산 또는 핀테크 업계 등이 이번 사태로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개선 필요사항을 적극 발굴∙추진하도록 업무 권역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투데이=김석진 기자] sjk@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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