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임윤택, 배우 윤여정 젊은 시절 등 가상인간으로 복원
루이, 할많하마, 아일라 등 제작∙∙∙파트너사화 협력으로 가상인간 제작 중
‘2023 Emerging AI+X Top 100‘ 기업으로 선정∙∙∙앞으로의 계획은?

디오비스튜디오 오제욱 대표(사진=디오비스튜디오)
디오비스튜디오 오제욱 대표(사진=디오비스튜디오)

[스타트업투데이] <슈퍼스타K 시즌3> 우승팀이었던 울랄라세션의 리더 고(故) 임윤택이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난 지 9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당시 임윤택은 울랄라세션의 세 멤버, 가수 이승철과 함께 <서쪽하늘>을 불렀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지 1년이 넘은 지금, 유튜브 조회 수 744만 회를 기록했고 4,6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 1월 공식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은 배우 윤여정과 그의 젊은 시절을 똑 닮은 배우를 광고모델로 내세웠다. 젊은 배우는 윤여정의 외모는 물론 목소리와 미세한 행동까지 유사하게 연기하며 광고와 방송계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전이 숨어있다. 고 임윤택은 실제로 살아서 돌아온 게 아니었으며 윤여정을 닮은 젊은 배우 역시 실제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실존 인물이 아닌 디오비스튜디오가 소프트웨어로 만든 ‘가상인간’, 즉,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다. 

디오비스튜디오는 최근 고인과 유명인의 젊은 시절 등을 가상인간으로 복원하며 주목받았다. 고인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에게는 그가 곁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했으며 유명인의 젊은 시절을 통해서는 광고나 드라마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에 극적인 효과를 줬다는 평가다. 

오제욱 대표는 “그래픽과 오디오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인을 그리워하는 유가족과 팬에게는 가상인간만으로도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유사한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광고 대행사와 방송 제작사로부터 문의가 지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제욱 대표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오비월드의 가상인간은 ‘누구?’ 

디오비스튜디오가 제작한 가상인간(사진=디오비스튜디오)
디오비스튜디오가 제작한 가상인간(사진=디오비스튜디오)

가상인간은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3차원(3D) 인물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자연어 처리 등의 기술을 3D 인간 형상에 입혀 실제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제작된다. 

‘디오비스튜디오’(DOB Studio)는 가상인간 프로젝트 전문기업으로 ▲맞춤형 페르소나 및 콘텐츠 기획 ▲섀도액터(버추얼 휴먼으로 활동할 인물, Shadow Actor) 선정∙계약 ▲고객이 원하는 가상 얼굴 기획∙생성 ▲콘텐츠 연출 및 촬영 제작 등 고객이 버추얼 휴먼 운영 전반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 6월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서른 건이 넘는 가상인간을 제작했다. 

디오비스튜디오의 가상인간은 디오비스튜디오가 제작한 메타버스 세계 ‘디오비월드’(DOB World)에서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을 펼치고 있다. 

 

루이(사진=디오비스튜디오)
루이(사진=디오비스튜디오)

먼저 디오비월드의 장녀인 ‘루이’(Rui Li)는 팝(POP)과 케이팝(KPOP) 신곡을 커버하는 음악 크리에이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대사이자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RuiCovery)>를 운영하고 있다. 

디오비월드의 두 번째 가상인간인 ‘할많하마’(Hama Halman)는 청년을 위한 멘토로 활동하는 가상인간으로서 오제욱 대표의 버추얼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희망조약돌의 희망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후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국내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아일라(사진=디오비스튜디오)
아일라(사진=디오비스튜디오)

디오비월드에서 가장 활기차고 바쁜 가상인간인 ‘아일라’(Aila)는 인간이 아닌 육지로 올라오는 게 소원이었던 인어다. 전설이나 동화 속에서 만날 수 있던 가상의 소재를 디오비스튜디오가 현실세계로 구현했다. 

또 스캐터랩과 탄생시킨 ‘강다온’(Daon)은 늘 상대방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다정하고 세심한 인간 리트리버로 꼽히며 네스트이엔티와 제작한 ‘민지오’(Zio)는 배우 지망생으로서 늘 영화 같은 삶을 꿈꾼다. 이들 외에도 디오비스튜디오는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해 가상인간을 제작하고 있다. 

 

가상인간 프로젝트 ‘VH100’ 본격 추진  

KB라이프 광고 영상 화면 갈무리. 디오비스튜디오가 AI로 구현한 젊은 시절의 배우 윤여정(사진=디오비스튜디오)
KB라이프 광고 영상 화면 갈무리. 디오비스튜디오가 AI로 구현한 젊은 시절의 배우 윤여정(사진=디오비스튜디오)

현재 디오비스튜디오는 KT와 LG전자 등 다수 대기업과 버추얼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거나 기술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몇몇 기업의 가상 인플루언서를 기획부터 콘텐츠 제작, SNS 운영까지 대신 수행하고 있다. 

디오비스튜디오의 가상인간인 루이는 유튜브 구독자 12만 명을 돌파했고 아일라는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 동영상 조회수 100만 회를 상회하며 인플루언서로 자리잡고 있다. 강다온은 지난 2월 선보인 이후 한 달 반 만에 SNS에서 1만 5,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모았다. 

이처럼 산업 현장에서 탄탄한 응용력을 갖춘 결과, 투자유치 성과도 이뤘다는 게 오제욱 대표의 설명이다. 디오비스튜디오는 지난 2021년 기준 7억 원, 이듬해 16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1년간 20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지난 2021년에는 프리A(Pre-A) 라운드를 통해 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디오비스튜디오만의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지능성보산업협회로부터 ‘2023 Emerging AI+X Top 100‘ 기업으로 선정됐고 고 임윤택의 얼굴을 복원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는 권위 있는 방송 콘텐츠 관련 어워드에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디오비스튜디오는 올해 가상인간 제작 프로젝트 ‘VH100’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채로운 매력의 가상인간을 100명까지 늘려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콘텐츠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해외진출 계획도 세웠다. 오제욱 대표는 “동남아를 주요 시장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영국,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관심을 보인다”며 “디오비스튜디오의 기술력와 가상인간 세계관을 선보일 수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이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류 스스로 존재 의미∙가치에 고찰 필요” 

사진=디오비스튜디오
사진=디오비스튜디오

한편 오 대표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했을 때 머지않아 인간의 모든 요소를 디지털로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았다. 그는 “인류의 노동에 관한 패러다임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며 “전체 산업의 구조와 생산과 분배의 패러다임 전체가 극단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가상인간으로 산업계 전반에서 노동과 생산, 분배에 관한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큰 혼란도 발생할 것이라는 게 오 대표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인간을 닮은 인간이 아닌 존재의 인권과 연관된 무수히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하고 진정한 ‘인간성’과 ‘인간됨’, ‘인권’에 관한 깊은 고찰이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가상인간은 누군가에게는 인간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간이 아니다”라며 “’인간다움’에 대한 성숙하고 도덕적이면서도 인류를 이롭게 하는 적절한 답변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가상인간의 활성화와 동시에 인간 전체에 대한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AI, 가상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는 우리 모두가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사고력이 필요하다”며 “인류가 스스로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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