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의 공존 사회, 로봇윤리에 달려

1월 말, 세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시민권을 받은 인공지능(AI) 로봇인 소피아(Sophia)가 한국을 방문, 모든 이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소피아는 60여 가지의 표정과 대화능력을 갖춘 로봇으로, 국내 로봇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행사에 참여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최근에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반영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반 로보틱스(Robotics)와 관련한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합류한 카카오는 최근 기술개발과 윤리의 관계에 초점을 둔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발표했다.

카카오 알고리즘 윤리 헌장에는 ▲인류 편익과 행복 추구, ▲알고리즘 결과에서 의도적인 사회적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차별에 대한 경계), ▲사회 윤리에 근거한 학습 데이터의 수집·분석·활용(학습 데이터 운영), ▲알고리즘이 자의적으로 훼손 또는 영향 받지 않도록 엄정한 관리(알고리즘의 독립성),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알고리즘에 대해 성실히 설명(알고리즘에 대한 설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국내에서는 이미 2007년에 당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로봇윤리헌장 제정위원회를 결성해 ‘로봇윤리헌장 초안’을 작성한 바 있다. 이 로봇윤리헌장 초안은 인간과 로봇의 상호간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생명 존엄성, 선한 협력 관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후 더 이상의 발전이 없던 상황에서 2017년에 발의된 로봇 기본법은 로봇에게 특정 권리는 물론 의무를 지닌 전자적 인격체로서의 지위를 부여해 윤리규범을 준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로봇에 의해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 부여, 보상 방안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뿐 아니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로봇윤리·정책위원회의 설치, 국가로봇정책연구원 설립 등의 필요성을 담고 있다.

로봇 기본법의 발의는 인공지능 기반의 로보틱스가 발전하면서 이미 일상생활을 포함해 사회 전반에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 로봇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특히 1월 30일 한국을 방문한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Sophia)는 이 법을 발의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로봇 기본법에 대한 좌담을 갖기도 했다. 

소피아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반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으로 총 62가지의 감정을 얼굴로 표현할 수 있고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첨단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다. 이러한 발전된 로보틱스에 힘입어 2017년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미래혁신도시 ‘네옴(NEOM)’을 홍보한다는 취지에서 시민권을 부여받기도 했다. 현재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는 약 7대의 소피아 로봇을 보유하고 있는데, 활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기계학습을 통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2017년 10월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IoT 솔루션 국제회의에서 블록체인 솔루션 포럼의 패널로 나선 지능형 로봇 소피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포스터와 연설 중인 소피아의 모습(자료: 바르셀로나 블록체인솔루션 포럼)
2017년 10월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IoT 솔루션 국제회의에서 블록체인 솔루션 포럼의 패널로 나선
지능형 로봇 소피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포스터와 연설 중인 소피아의 모습
(자료: 바르셀로나 블록체인솔루션 포럼)

가정, 자동차, 서비스까지 확산

지능형 로봇은 일본과 미국이 중심이 되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이미 곳곳에 활용되고 있지만 주로 음성인식 기반의 로봇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인공지능의 기계학습과 로보틱스를 융합한 새로운 로봇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잘 알려진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외에도 히타치 제작소의 대화형 휴머노이드 로봇인 ‘EMIEW3’는 점포나 공공시설에서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고객 곁으로 스스로 다가가 접객이나 안내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로봇이다. 후지 소프트에서 개발한 대화형 로봇 ‘파로(Palro)’는 노인복지 시설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대화를 지속할수록 마치 자신의 감정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팔미(Palmi)도 개발 중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키로보 미니(KIROBO mini)는 2017년 11월 22일부터 자동차 판매 대리점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키로보 미니는 대화하는 사람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얼굴이나 손을 움직이며 대화하는 대화형 로봇이다. 키로보 미니는 스스로 잘 앉지 못하는 아이처럼 뒤뚱거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허점을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밖에 홋카이도 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한 얀마(YANMAR)의 무인주행 로봇 트랙터는 농업 인력의 고령화, 젊은이의 취농률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2대를 혼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무인 주행 시스템을 탑재했다. 로봇 트랙터는 장애물 센서, 작업 상황에 따른 엔진 제어 유닛, GPS 또는 기지국 및 무선통신 기반의 위치 센서 등을 내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의 무인 로봇 트랙터 경쟁은 구보다(Kubota), 이세키(Iseki), 얀마 등이 있으며, 인공지능, 추적 및 안전기술을 기반으로 로봇 트랙터가 인간의 감시·감독에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혼활(경제·구직 활동하듯 결혼을 위한 활동) 사업을 하고 있는 IBJ는 헤드워터스(Headwaters)와 협력해 혼활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IBJ는 대화형 데스크톱 로봇인 소타(Sota)에 헤드워터스의 로봇과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멀티 AI 플랫폼을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타 로봇은 혼활 파티 서비스인 ‘PARTY☆PARTY’ 앱과 연동해 혼활 파티의 접수, 안내, 파티 설명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소타는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접수부터 좌석 안내까지 가능하며, 파티 흐름을 안내할 수 있고 대기시간 동안 파티 참여자와의 대화도 가능하다. 

도요타 자동차에서 개발한 키로보 미니는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려 대화가 가능한 로봇이다. (자료: 도요타 자동차)
도요타 자동차에서 개발한 키로보 미니는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려 대화가 가능한 로봇이다. (자료: 도요타 자동차)

지능형 로봇, 낚시부터 요리까지

한편, 휴머노이드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지능형 로봇도 구현되고 있다. 중국의 스타트업인 파워비전(PowerVision)은 이번 CES 2018에서 지능형 수상로봇인 파워돌핀(PowerDolphin)을 선보였다. 파워돌핀은 수중에서 최대 초당 5m를 이동할 수 있는데, 2시간 지속되는 배터리 용량에 4K 영상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기능도 탑재했다. 파워돌핀의 활용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견인 라인을 설치해 튜브나 구명조끼와 같은 구호 용품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고, 최대 215도까지 촬영할 수 있는 더블 조인트식 자동카메라를 탑재해 수상 스포츠와 해저 경치를 파노라마로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낚시도 가능하며 어군 탐지기와 연동해 수심 40m 내에서 실시간으로 어류를 탐지할 수도 있다. 또한 지능형 수중 음파 탐지기, GPS 웨이 포인트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수중 지형도 작성도 가능하다. 

CES 2018에서 지능형 수중로봇인 파워돌핀을 선보인 파워비전은 수중드론 파워레이를 포함한 공중용 파워아이, 파워에그 등 드론을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스타트업이다. (자료: 파워비전)
CES 2018에서 지능형 수중로봇인 파워돌핀을 선보인 파워비전은 수중드론 파워레이를 포함한 공중용 파워아이, 파워에그 등 드론을 전문적으로 개발해온 스타트업이다. (자료: 파워비전)

파워비전은 파워돌핀을 개발하기에 앞서 낚시를 돕거나 물속을 촬영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수중드론인 파워레이(PowerRay), 드론인 파워아이(PowerEye)와 파워에그(PowerEgg)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및 언론에서는 파워비전이 향후 DJI를 잇는 새로운 드론 업계의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븐 드리머스(Seven Dreamers)에서 개발한 랜드 로이드(Land Roid)는 옷을 개주는 로봇이다. 파나소닉(Panasonic), 다이와하우스공업 등과 공동으로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2005년부터 “세탁기와 건조기는 있는데, 빨래를 개는 기기는 왜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자녀가 많은 가정이나 노인에게 필요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세븐 드리머스는 다양한 옷을 접을 수 있는 로봇 개발에 나섰다. 세븐 드리머스 측은 “연구에 따르면 세탁물에 평균 1만 8,000시간을 사용하고 이 중에서 빨래를 개는 데에는 375일 이상을 사용한다”며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옷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19건의 특허 출원 및 22건의 특허 출원 중인 기술을 보유한 세븐 드리머스의 랜드 로이드에는 인공지능, 이미지 분석, 로봇 등의 기술이 융합되어 있다. 랜드 로이드의 작업 과정은 사용자가 마른 옷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으면 랜드 로이드는 이미지 분석을 통해 의류를 분류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학습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최적의 접는 방법을 찾아 아이템이나 가족별로 옷을 정리, 구분해준다. 물론 처음에는 천차만별인 옷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티셔츠만 접을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지만, 인공지능이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 다양한 옷을 정리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온라인으로 옷장을 관리할 수도 있다. 

2018년에 새롭게 상용화가 추진되는 지능형 로봇 중 눈에 띄는 것은 영국에 위치한 몰리 로보틱스(Moley Robotics)의 요리로봇인 몰리(Moley)다. 올해 소비자 버전으로 발매 예정인 몰리는 약 20개의 모터와 24개의 관절, 129개의 센서가 탑재되어 있는데, 칼질은 기본이고 국자로 냄비를 젓고 생선회까지 요리할 수 있으며 심지어 미슐랭 수준의 음식도 요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가 끝나면 설거지까지 가능해 앞으로 가사노동 중 주방 일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몰리는 인공지능을 탑재함으로써 레시피 라이브러리를 통해 축적한 약 2,000여 개가 넘는 레시피로 사용자가 원하는 요리를 제공할 수 있다. 

국내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2017년 12월 22일에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에서 정한 13대 혁신성장동력에 지능형 로봇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능형 로봇 분야를 위해 각각 1,249억 원, 31억 원 등 총 1,280억 원을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민간 기업 중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지능형 로봇과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 등 스마트 신기술 개발에 4,200억 원 가량을 투입한다. 한편 한글과컴퓨터그룹 계열사인 한컴MDS는 2017년 11월 28일, 지능형 로봇 기업인 코어벨을 인수하고 로봇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한컴MDS는 코어벨 인수를 계기로 지능형 로봇사업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해 2,000여 가지가 넘는 요리가 가능한 몰리는 주방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자료: 몰리 로보틱스 유튜브 캡처)
인공지능을 탑재해 2,000여 가지가 넘는 요리가 가능한 몰리는 주방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자료: 몰리 로보틱스 유튜브 캡처)

RPA 시장 관심도 더불어 증가

이렇게 로봇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는 방식을 포함한 지능형 로봇은 어느덧 당연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기업의 비용절감과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RPA는 데이터 입력 및 확인과 같은 사무직이 맡아온 단순 업무를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은행 여신 업무, 자금회수 지원, 자산 관리 서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다. 리서치 회사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RPA 시장 규모는 2017년 1억 2,520만 달러에서 2024년 8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편 2017년 11월 미쓰이 스미모토 파이낸셜 그룹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RPA로 인해 약 200여 가지의 업무가 자동화되어 40만 시간의 업무량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에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해 업무 처리량의 증대, 오류 감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RPA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 라이나생명, 신한카드 등과 같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동화 효과가 높은 업무에 우선 적용한 후 복잡한 업무로 활용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윤리가이드 확산 일로

로봇의 발전을 언급할 때 ‘과연 특이점(Singularity)이 올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일어난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그로 인한 새로운 기술, 서비스가 기존의 인간, 레거시(Legacy)와의 충돌이 불가피함을 우려해서다. 최근 몇 년 간 로봇과 관련한 윤리헌장 등이 발표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우려와 앞으로 등장할 문제를 사전에 대비해 논의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IBM, 페이스북 등이 인공지능 관련 윤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트너십 온 AI(Partnership on AI)를 결성한 것도, 마이크로소프트가 2017년에 내부적으로 AI 윤리적 디자인 가이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유럽연합(EU) 의회에서 통과된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이나 일본인공지능학회의 AI 윤리지침 역시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느낄 수 있는 불평등이나 격차를 과연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미 지능형 로봇은 인간의 삶 속에 투입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로봇의 발전 방향은 인간이 어떤 기준을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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