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용의 '빛과 그림자'

AI 채용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I 채용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I를 이용한 채용이 구인·구직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AI 채용 시스템이란 시각 분석, 생체 분석, 음성 분석, 언어 분석을 통해 AI가 구직자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면접에서도 구직자는 컴퓨터를 보고 면접을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AI 채용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과 구직자들의 개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AI를 이용한 채용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다.

 

AI 채용에 찬반 의견 갈려

지난해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시장 조사기관 두잇서베이와 3천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61.3%는 향후 AI 채용이 업계 전반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직원 채용 시스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긍정적이다’가 50.9%, ‘부정적이다’가 49.1%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부정행위 검증’이 22.6%로 1위에 올랐다. 자기소개서나 면접 단계에서 지원자 표절 혹은 부정행위 여부를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다음으로 ▲수많은 인재를 판별하는 데에 따른 시간 및 비용 절약 가능(19.6%) ▲채용시스템 기록 확인을 통해 기업의 채용비리문제 해결(17.1%)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는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춘 시도(16.8%) ▲구직자들에게 지원의 편의성 제고(12.2%) ▲보다 정교한 인원선발 모델을 통한 기업의 채용만족도 제고(11.2%)가 뒤를 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일부 기업 및 기관의 ‘채용 비리’에 넌덜머리가 난 구직자들의 ‘채용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AI 채용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찬성하는 사람들 못지않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은 사람이 뽑아야(23.7%)’ 한다는 것. AI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상대하면서 인성과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뒤이어 ’다양한 개성을 갖춘 구직자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게 될 우려’도 22.0%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아닌 AI가 구직자를 판단하게 되면, 자칫 한 쪽으로 치우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높은 확률로 전형에 통과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 암암리에 퍼져 채용 시스템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음(13.4%) ▲시스템조작을 통한 채용비리가 기업들 사이에 더욱 만연할 수 있음(13.2%) ▲AI에게 평가받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구직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음(13.1%)이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 외에는 ▲신입 채용 등 적용 가능한 채용과정이 한정적일 것(7.8%) ▲기업에서 보여주기 식의 채용마케팅에 그칠 것(6.6%) 등의 반대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만큼 이미 시작된 AI 채용은 향후 더 많은 분야에서 확산될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AI 채용이 앞으로 업계 전반으로 보다 확산될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61.3%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38.7%에 그쳤다.

“AI 채용 도입으로 인해 예측되는 귀하의 취업 가능성은?”이라는 질문에는 52.7%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AI 채용이 확산된다고 해서 취업의 문이 더 열리거나 좁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채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은 23.6%였으며, ‘작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23.7%로 유사한 비율을 차지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AI 채용이 비록 도입 초기 단계이긴 하나 기업에는 채용 공정성과 업무효율을 높이고, 구직자에게는 지원의 편의성을 증진하는 등 순기능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AI가 구직자를 평가하는 시대가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I가 구직자를 평가하는 시대가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소기업 94.5%, “AI 채용 도입계획 없어”

한편, 인크루트에서 조사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구인 당사자인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인크루트가 기업 29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의 94.5%는 AI 채용 도입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취업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몇몇 대기업에서는 AI 서류검증을 시행했으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실제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의사가 있는 기업은 일부 대기업에만 한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 297곳을 대상으로 “귀사는 현재 AI 채용을 진행하고 있거나, 향후 도입할 계획이 있습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전체 기업의 81.5%는 “도입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이를 기업 규모별로 교차 분석한 결과 ‘이미 도입을 했거나 도입의사가 있는 기업’은 대기업의 경우 33.4%, 중견기업의 경우 17.2%의 비율을 보였지만, 중소기업은 5.5%에 불과했다.

AI 채용을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18.5%의 기업을 대상으로 “어느 채용전형에 도입 혹은 도입 예정이신가요?(복수선택)”라고 질문한 결과, AI가 가장 많이 도입되고 있는 채용전형 1위는 서류전형(39.0%), 2위는 자기소개서(29.2%), 3위는 직무적성검사·인·적성 검사(20.7%), 가장 도입이 적은 전형은 (실무진)면접(11.1%)이었다.

AI 채용 도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는 반대의 비율이 더 높았다. 인사담당자의 27.8%만이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고, 72.2%는 반대의 견해를 보였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다양한 개성을 갖춘 구직자들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33.6%)”가 뽑혔다. AI 채용의 공정함보다는 구직자의 개성 매몰을 우려한 것.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답변으로는 “보여주기 식의 (채용)마케팅에 그칠 것(24.8%)”, “대면을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는 지원자의 분위기나 인성 등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려움(16.8%)” 등이 있었다.

반면, 찬성의견 1위는 자기소개서나 면접 단계에서 지원자 표절 혹은 부정행위 여부를 효과적으로 검증 가능(48.1%)하다는 답변이 차지했다. 2위는 수많은 인재를 판별하는 데에 따른 시간 및 에너지 절약이 가능(34.6%)하다는 답변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한 답변 모두 효율성에 방점을 뒀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채용이 사회적인 이슈로 거듭나고 기술발전을 더해 AI 채용이 등장했고, 이는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편의성 증진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아직은 대규모 채용과 이에 대한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만큼, 구직자는 각기 다른 기업별 채용 프로세스를 파악해 지원 기업에 알맞은 구직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제 구직자들은 컴퓨터로 면접을 보게 될 전망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이제 구직자들은 컴퓨터로 면접을 보게 될 전망이다. (출처: 게티이미지 뱅크)

 

한국정보화진흥원·보건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 AI 채용 전형 선보여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서 AI 전형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보완하기 위해 AI를 기반으로 하는 전형을 새롭게 도입한 것. AI 전형은 지원자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AI 전형에서는 AI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인·적성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지원자의 성과역량, 관계역량, 조직 적합도를 평가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AI 기반 전형의 도입으로 인해 많은 지원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온라인 접속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 전형에 응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원자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역시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 중 처음으로 전형에 AI를 활용한 신입 직원 채용을 시행했다. AI 전형에서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자기소개와 같은 기본 질문과 상황 질문 ▲지원자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질문 제시(탐색 질문) ▲심층·구조화 질문 등이 이어졌다.

한국정보화진흥원과 마찬가지로 이 전형에서도 AI 면접일정 및 정보를 확인한 지원자는 가능한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접속해 오리엔테이션 및 얼굴 인식을 하고, 직군별로 제시되는 게임테스크 수행 및 심층·구조화 질문 등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수검이 치러졌다.

다만, AI 채용이 초기 시행 단계이기 때문에 AI 전형 분석 결과는 면접관의 참고 자료로만 활용됐다. 향후 AI 전형 관련 데이터가 축적되고, 관련 기술 및 알고리즘이 정교해지는 등 객관성을 확보하는 검증단계를 거쳐 반영 범위와 비율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일부 기업과 기관에 국한돼 시행되고 있는 AI를 이용한 채용 전형이 향후 취업 시장에서 얼마나 확대될 것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AI 채용 전형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AI 채용 전형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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