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 하면 청춘, 젊음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반짝반짝 빛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열정과 패기, 명석한 두뇌, 트렌드를 읽는 발 빠른 감각 등 스타트업과 연관돼 떠올려지는 단어들 역시 마찬가지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서비스로 20~30대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청년 스타트업 창업자의 성공 스토리는 미디어에서 좋아하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런 스토리들을 접하다 보면, “그래. 이 나이에 무슨 스타트업이야. 그건 젊은이들이나 하는 거지”라며 지레 포기해버리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스타트업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일까? 여기 이런 통념을 깨는 뜻밖의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벤자민 존스 교수 연구진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직원을 최소 한 명 이상 고용한 회사 창립자 270만 명의 목록을 작성했다.

여기서 기술 관련 업체 창립자만으로 범위를 좁히고, 그중에서도 상위 0.1%의 고속 성장을 이룬 스타트업만 또다시 골라냈다. 그 결과 성공적인 창업자의 평균 나이는 45세로 나타났다. 창업은 주로 20~30대에 시작하고, 성공한다는 통념과는 어긋난 결과였다.

뜻밖의 결과는 더 이어진다.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식으로 상장한 업체를 살펴본 결과, 창업자 평균 나이가 46.7세로 더 올라갔다. 또한, 회사를 창립한 사람들 중 성공할 확률을 계산해 연령대별 ‘타율 평균(batting average)’을 조사한 결과, 50대 창업자가 30대 창업자보다 성장률이 높은 기업을 창립할 확률이 무려 1.8배나 높았다.

반면, 20대 창업자들은 기업을 성공시킬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특히 기술 관련 스타트업은 20~30대의 전유물이라는 기존상식은 말 그대로 편견이라는 것이 거침없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결과는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창업 생태계가 잘 구축된 미국에서 중장년 창업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사례가 더 많다는 건 일정 부분 맞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우리들이 잘 몰랐던 변화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난 5월, 창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중은 2013년 45.6%에서 지난해 49.1%로, 50대 이상은 26.9%에서 32.3%로 늘었다. 40대 이상 창업기업 숫자도 4년 만에 70% 늘어난 1만 8,850개에 달했다. 40대는 물론 많은 5060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실제 중장년 창업기업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전체 신설법인 10곳 중 7곳 이상은 시니어(72%)가 세웠다. 이 중에는 60대 이상이 설립한 기업이 5,438개사로 30대 미만(3,599개사)보다 많다. 더 놀라운 것은 창업기업 생존율에서 시니어가 더 우수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창업을 지원한 기업 중, 30대 미만 연령대의 5년 생존율은 19.5%에 그쳤지만 40대는 57.9%, 50대는 55.1%, 60대 이상도 46.3%에 달했다. 단순히 중장년 창업기업이 늘고 있는 것뿐 아니라, 오래 버티고 살아남는 기업도 4050, 5060이 월등히 많다는 것이 통계로 거침없이 증명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창업에 나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직장을 다니며 특정 분야에서 터득한 20~30년 이상의 경험과 기술, 전문지식, 여기에 사업 실행에 필요한 인맥과 네트워크가 이들의 가장 큰 자산이자 경쟁력이 됐음은 분명하다.

창업은 머리로 궁리해서 되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나 열정만 가지고는 하기 힘든 것이 창업이고, 책상에 앉아서 배울 수 없는 것이 경영이다. 때문에 오랜 회사생활을 통해 여기저기서 받은 명함을 바탕에 둔 네트워크는 중장년 창업자들만이 갖고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무엇보다 중장년 창업자들은 절실하다. 청년들이야 실패해도 털고 있어날 수 있는 기회와 여지가 있지만, 중장년들은 실패에 대한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벼랑 끝에서 생존해야 하는 간절함이 다르다.

나 역시 50대에 창업을 했다. 이전 벤처 열풍이 한창이었던 2000년에 한 번 짧게 창업한 경험이 있었지만, 솔직히 마음가짐이 달랐다. 앞으로 남은 인생 후반전을 여는 열쇠가 되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절박함과 절실함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창업가가 어떤 마음으로 창업하느냐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국내의 저명한 스타트업 전문가는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건 바퀴벌레와 같은 질긴 생존력이라고 했다. 앞서 통계에서도 나타났듯이 버틸 수 있는 힘과 생존력은 분명 5060 창업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필자는 50대에 새로운 길을 구상했고, 두려움과 걱정도 많았지만 모험을 택했다. 대부분의 50대라면 수긍하겠지만,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50대가 되면 다니는 직장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나야 한다. 이때부터 차가운 들판에서 외로운 홀로서기가 시작된다.

대부분의 은퇴 예정자는 현직생활을 마감하기 전 미래에 대한 구상과 계획을 하게 된다. 나 또한 부동산, 적금 등을 종이에 빽빽이 적고 미래의 살림살이에 대한 산수를 해봤다. 그동안 땀 흘려 모아둔 재산으로 남은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가정하고 연금과 퇴직금 등을 거꾸로 계산을 해봤더니, 80세 이후는 미래가 보이질 않았다. 그 나이면 수입은 일단 제로 베이스에 놓고 삶의 설계를 냉철하게 해야 한다.

물론 씀씀이를 줄이면 목숨은 부지하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의미 있는 노년의 삶일까? 이러한 원초적인 질문들이 간절함으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안정적인 노년의 삶을 영위하는 것도 물론 중요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삶을 보석처럼 빛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더 강했다.

그동안 닦아온 지식과 네트워크가 퇴직과 함께 아무런 가치도 없이 사장돼 버린다는 건 억울하고, 용납하기 어려웠다. 하잘 것 없는 폐기물도 재활용되는데 평생을 머릿속에 담아 온 지식과 경험들이 아무런 여과 없이 허공으로 사라져버린다는 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결국 해답은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데 있다.

“그래, 조금은 두렵고, 무섭지만 창업의 길로 가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