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불법 여부와 '삼성생명법' 통과가 가장 큰 변수
지주사 전환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아
상속세 10조 원 마련 위해 배당성향 강화할 것으로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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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조정해야 하는 데다 정부가 강조하는 ‘금산분리 원칙’으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의 별세가 삼성그룹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데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규정한 삼성그룹의 총수는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후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미래전략실 해체 등과 같은 중대한 조직 변화가 있었다는 점 △2018년 2월 고등법원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총수라고 규정한 점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현재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계열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7.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지 않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 산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주식 0.35주를 맞바꿨는데 삼성물산 주주들은 삼성물산 주식이 과소평가돼 피해를 입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도 변수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의 자산 비율을 산정할 때 주식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바꾸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51% 가운데 3%를 제외한 5.51%를 매각해야 한다. 

다만 해당 개정안이 금융 시장과 재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정부와 여당이 급하게 통과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을 개정할 경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업법 개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결국 지주사 전환 선택할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다양한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2016년 11월 지주사 전환을 포함해 회사 성장과 주주 가치 최적화를 위한 기업구조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논의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면서 이어지지 못했다.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경우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둔다는 가정 하에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한 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하고 삼성전자를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으로 나눠 투자 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 방안은 삼성물산의 지주사 강제 전환, 삼성전자의 자사주 미보유, 보험업법 개정안의 유예 규정 등을 감안하면 조기에 가시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얼마나 상속받을지도 주목할 점이다. 이건희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20.76%다. 얼마나 상속받느냐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0.1%도 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전량 상속되지 않는다면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물산(19.34%)이 최대주주에 올라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삼성그룹이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어떤 형태의 변화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상속세 마련 위해 삼성 SDS 주식 매각할까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SDS 주식 매각을 통해 상속세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세 사람의 삼성SDS 지분 보유 비중을 살펴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9.2%, 이부진 사장이 3.9%, 이서현 이사장이 3.9%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의 규모는 약 18조 2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3세 경영인은 상속세만 10조 원 이상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SDS는 지배구조상 삼성전자 아래에 위치해 있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만큼 삼성SDS 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 주요 계열사의 배당성향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지분이 가족들에게 어떤 식으로 상속될지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배당 확대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투데이=이현주 객원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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