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부지회장 선출 후 해고당해
부당해고 판정 후 정직 2개월 처분 내려져
해고·정직 사유는 ‘주의 부족’
악조노벨지회 “안전 시스템 구축돼야”
사측 “밝힐 입장 없어”

(출처: )
1인 시위 모습. (사진제공: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악조노벨지회)

[스타트업투데이] “2018년 10월 16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작업을 도와달라며 무전을 보내왔어요. 동료가 작업하고 있던 곳으로 가서 작업을 도와주던 중, 기계의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손가락 3개가 기계에 말려들어 가면서 절단됐습니다. 손가락은 결국 찾지 못해 접합 수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신체적 고통과 함께 손가락 3개를 영원히 잃었다는 절망감 그리고 앞으로 손을 쓰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수많은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더군요.”

네덜란드계 글로벌 페인트 기업인 악조노벨분체도료㈜에서 생산자로 근무하던 중 손가락이 절단된 이 노동자는 1년 후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악조노벨지회에 따르면, 이 노동자는 산업재해 판정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요양치료를 받고 회사로 복귀했다.

이후 지회 부지회장직 선거에 출마해 선출됐는데, 회사에서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해고를 강행한다. 이는 산재 판정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지회 관계자는 “이 해고 건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것”이라며 “노조 부지회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회사가 해고를 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지회에서 이 해고 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전에 산재로 팔 대부분이 손상된 노동자가 업무를 지속한 적이 있었다는 점, 산재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경과한 시점에 부지회장 선출 직후 징계가 내려졌다는 점이다.

이 노동자는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진 후 복귀했지만, 이후 정직 2개월의 처분까지 내려지면서 심각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지회 관계자는 <스타트업투데이>에 “기계 잠금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손가락이 절단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측도 인정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에서 산재를 인정해, 이 노동자는 1년 정도 산재 요양을 하고 복직했다”고 설명했다.

지회 관계자는 “이 노동자의 해고와 정직의 사유는 모두 ‘주의 부족’이라며 “해고 노동자는 해고와 정직에 항의하기 위해 매일 네덜란드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회 관계자는 “지회에서는 정직이 철회돼 부지회장이 현장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회사에서는 기계에 안전장치를 설치한다든가 현장에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는 등 제대로 된 안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악조노벨분체도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에게 연락했지만 “관련해서 밝힐 입장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사측의 입장은 들을 수 없었다.

[스타트업투데이=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저작권자 © 스타트업투데이(STARTUP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