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과 노력만이 해답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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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투자를 위한 기업설명회(IR) 피칭은 일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피칭이란 투자자 또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짧은 시간(5~10분) 동안 자신의 서비스·제품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투자자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하며, 후속 미팅으로 연계되어야 하는 만큼 피칭을 잘하는 것은 투자 유치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발표를 꽤 잘한다고 자신해 왔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그게 착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대학 강의나 특강 등을 많이 해온 경험들만 믿고, 그런 못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특강과 일반적인 강의와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는 엄연히 다르다. 발표도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어느 장소에서 하는지, 발표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분해야 한다. 

일반인에게 회사를 소개하는 행사와 대부분 투자사들이 모이는 투자 유치 설명회와는 발표의 내용이나 표현도 확연히 달라야 한다. 그리고 수백 명이 모이는 대형 강당에서 하는 경우와 소규모 IR의 경우에는 작은 회의실에서 하는 경우에 따라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뿐만 아니라 발표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보통 액셀레이팅 프로그램이 마무리되고 데모데이를 앞둔 시점에는 성공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 연단에 올라가 실전 같은 피칭 교육을 받는 리허설 시간이 있다. 

하지만 필자는 행사 주관자가 매번 피칭 교육을 받으라고 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고 필자만의 방식을 고집했었다. ‘나는 잘할 수 있다’라는 자만감으로. 내가 이 내용을 제일 잘 아니까 문제없을 것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넘치는 자신감으로 무대에 오르곤 했다. 

사실 피칭은 청중들에게 우리의 기술과 사업을 짧은 시간(통상 데모데이 피칭은 5~7분 내외)에 핵심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 

데모데이 때 피칭의 중요 요소는 첫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사업 아이템에 대해 핵심이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둘째로 청중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적절한 스토리텔링이 가미되어야 한다. 

창업자들이 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일정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세 번째, 청중과의 교감이다. 홀로 떠들어대는 단방향 피칭은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다. 다수의 청중을 나의 발표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해야 한다. 그들을 내 눈빛 속에 가둬야 한다. 약간만 더듬거리고 흥미나 긴장감이 떨어지면 청중과 투자자는 휴대폰을 본다든지 딴짓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프로다운 퍼포먼스도 중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그 발표는 0점에 가깝다. 발표 평가는 중간점수가 없다. 100과 0점만 존재할 뿐. 잘못된 발표는 시선이 가지 않는 몹쓸 상품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이런 피칭의 중요한 요소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독불장군 같은 자신감으로 무장해 무대에 올랐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부실한 상태로.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됐다. 

몇 년 전, 어느 피칭 데모데이를 앞둔 때였다. 행사를 앞두고 사전 리허설에서 발표 연습을 마친 후, 젊은 여성 코치로부터 쏟아지는 지적에 얼굴이 귀밑까지 화끈거렸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때가 되어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왜 피칭 교육이 필요하고, 왜 피칭 강사가 필요한지를 말이다. 역시 나이가 들어도 경청하고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을 배워야 함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피칭 강사가 필자에게 지적한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① 발표자는 허공을 자주 봅니다. 땅도 보지 마세요. 벽도 보지 말고 오로지 청중의 눈을 보세요. 그리고 시선도 Z 자로 뒤쪽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청중을 압도해 나가야 합니다. 

② 손가락으로 발표자료 화면을 지적해서는 안 됩니다. 손바닥으로 펴서 공손히 던지듯이 지시하세요(일기예보 하는 전문 기상캐스트를 떠올려 보세요). 

③ “어, 어”라고 접두사를 쓰기보다는 차라리 침을 삼키세요. 

④ 손이 너무 현란하게 움직입니다. 두 손을 정갈하게 모으세요. 그리고 두 손을 배꼽 위에 항상 위치하세요. 

⑤ 짝 발은 남에게 불쾌함을 줍니다. 발표자는 조폭이 아닙니다. 당신의 말을 듣는 청중은 우리의 기술을 구매하는 바이어입니다. 

⑥ 너무 자신감이 넘쳐 무대를 자주 왔다갔다 움직입니다. 청중들이 집중할 수가 없어요. 발표 페이지마다 딱 두 번만 움직이세요. 

⑦ 처음 인사할 때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머리를 숙이세요. 박수를 받고 시작해야 반을 성공합니다. 그래야 청중들이 집중합니다. 근데 당신은 소개와 동시에 인사를 합니다. 그러니 청중들은 박수칠 타이밍을 놓칩니다. 시작부터 꽝입니다. 

⑧ 주어진 시간을 정확히 맞추세요. 

⑨ 페이지가 바뀔 때마다 항상 단절이 됩니다. 연결어를 잘 활용하세요. 

⑩ 자신감은 좋은데, 자만감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버리세요. 

필자가 고쳐야 할 부분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 IR 피칭은 단순히 문서를 음성으로 읽어 내는 것이 아니다. 문서와는 또 다른 스킬과 노하우가 필요한 전문 영역이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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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인 피칭은 설득력 있는 말과 표정, 제스처, 시각자료 등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문서로서는 전달할 수 없는 창업자의 자세와 의지가 피칭을 통해 전달되는 만큼, 임팩트 있는 전달 방법을 고민하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항상 청중의 입장에서 진행해야 한다. 발표를 완벽하게 준비했는데도 청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 순서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청중들은 일의 과정이나 배경보다는 결과를 우선적으로 듣고 싶어 한다. 

서론이 길어지면 따분해지기에 십상이다. 첫 도입부에 결론을 먼저 제시해서 주의를 집중시키고, 그걸 신뢰할 수 있게끔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피칭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은 연습 또 연습, 노력하는 것만이 해답이다. 필자는 위에서 전문가가 지적한 열 가지 항목을 인지하고 수없이 연습했다. 한 번의 발표를 위해 타이머를 맞춰 놓고 정말 수십 번의 연습을 한다. 

필자만의 발표 연습장은 주로 차 안이다. 차를 몰고 가다가 차에 있는 시계를 보면서 무대에 서 있다는 생각으로 수도 없이 큰소리로 외우고 또 외운다. 그동안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무대에 오르는 건 진땀이 흐르는 어려운 일이다.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
비주얼캠프 박재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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