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 등 사업자단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20억 원 부과
혁신벤처업계, “존재 이유 증명”∙∙∙대한변협, “명백한 월권”
공정위 측, “변호사 간 자유로운 경쟁∙소비자 변호사 선택권 제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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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23일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 등 사업자단체가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사용하는 1,440여 명의 소속 변호사에게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부과할 수 있는 법정 최대 금액이다. 다만, 이번 사건 행위의 경쟁제한적 성격 등을 고려해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만 과징금이 매겨졌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에 혁신벤처업계는 “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해 혁신기업 발전과 소비자 편익을 촉진한다는 공정위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대한변협 측은 “공정위의 대한변협에 대한 제재처분은 명백한 월권”이라며 공정위가 권한 없이 절차상의 행위를 문제 삼아 부당하게 과징금 처분한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로톡-사업자단체 간 갈등 이어져 

이번 사안은 사업자단체가 구성자업자에게 특정 플랫폼의 이용금지 및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한한 행위를 제재한 최초 사례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은 법률서비스 시장에서의 법률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해 법률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접근성 제고 및 선택권 확대가 기대된다. 

로톡(Lawtalk)은 변호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뢰인이 변호사로부터 비교적 쉽게 법적 조력을 받도록 돕는 서비스다. 운영사 로앤컴퍼니는 국내 리걸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협 간 갈등은 지속해서 이어져 왔다. 앞서 대한변협은 지난 2015년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21년에는 로톡을 이용하는 소속 변호사를 징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법질서 위반 감독센터 규정」(이하 광고규정)을 제∙개정하기도 했다. 

이후 대한변협은 광고규정 등 위반을 이유로 같은 해 8월 11일부터 10월 1일까지 4차례에 걸쳐 소속 변호사에게 소명서 및 로톡 탈퇴(확인)서 제출을 요청했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는 경우 조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로톡에 가입∙활동 중인 소속 변호사 220여 명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서울변회의 경우 2021년 5월부터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대한변협이 개정한 광고규정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며 법률플랫폼을 탈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규정에 맞게 「변호사업무광고 기준에 관한 규정」도 개정할 것이라고도 알렸다. 

공정위 측은 “대한변협회 서울변회는 구성사업자인 소속 변호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은 물론 소속 변호사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갖춘 단체”라며 “이번 사안은 상호 경쟁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인 광고를 제한하는 행위로서 변호사 간의 자유로운 경쟁과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톡 실행화면(사진=로톡)
로톡 실행화면(사진=로톡)

 

벤처단체 “환영” vs 대한변협 “문제 바로잡을 것”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혁신벤처단체협의회(이하 협의회)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협의회 측은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변호사가 로톡을 비롯한 플랫폼에 가입∙활동하는 것을 금지해 변호사를 무더기로 징계한 바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조치로 국내에서의 법률서비스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리걸테크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게 된 만큼, 법무부에서도 신속하게 변호사 징계 이의신청을 수용해 상황을 바로잡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변협 측은 제대로 된 사법절차로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법률가 위원이 전원 배제된 상황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결론을 낸 만큼, 사법절차를 통해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대한변협 측은 “심리 과정에서 대한변협의 광고규정 제정권과 이에 따른 징계권 등 공권력 행사에 관해 공정위는 자신들에게 판단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심사 권한도 없고 내용과 절차도 심하게 불공정하게 진행한 공정위에 곧바로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규정 제정과 변호사 징계에 대해 대한변협 측은 “광고규정은 「변호사법」에 근거한 대한변협의 법규명령 제정권이고 변호사 징계권은 변호사의 공공성과 건전한 수임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규제를 설정하는 것은 법률사무에 대한 전문성과 공공성∙신뢰성을 확보해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변협 측은 “법률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설 플랫폼 서비스에 의해 건전한 수임질서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대한변협은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시정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 관계자는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서비스 혁신 플랫폼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단체의 신규 플랫폼 진입 및 사업활동 방해 등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중하게 제재해 나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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