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대중화의 핵심은 ‘현실세계’
부동산, 미술품, 명품도 이제 ‘코인’이 된다
현실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으로…현실 장벽 극복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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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은 5년 전 한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ETF의 승인이 가치를 높일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블록체인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 매장에서 가상자산으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부테린이 말한 ‘대중화’는 가상자산 업계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가치다. 이용자가 증가할수록 가치가 커지고, 서비스의 효용성도 커지는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블록체인은 매스어답션(Mass Adoption, 대중 수용)이 가장 중요하다.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시장과 현실의 거리감이 줄어들어야 한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그들 만의 세계’라는 느낌이 강하다.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그 작은 세계 안에서만 가치 교환이 일어나고 있으며, 안정적인 가치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 실물자산 기반 가상자산(RWA)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연구조직 ‘바이낸스 리서치’가 RWA와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관심이 급증했다. 

 

시장의 미래는 ‘자산 토큰화∙∙∙RWA 토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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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자산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활용되기 위해서는 ‘토큰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토큰화란, 실물자산과 그와 관련된 계약 정보들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토큰화 된 자산은 블록체인에서 거래 가능한 대상이 되며, 이 때 이 토큰을 ‘RWA 토큰’이라고 칭한다. 

RWA 토큰은 한마디로 부동산, 미술품, 와인, 명품 등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이다. RWA 토큰은 실물 자산의 소유권, 교환권, 수익 증권, 채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증권형 토큰(STO)도 RWA 토큰의 일부라 할 수 있다. 

STO는 회사, 부동산, 미술품, 주식 등 전통자산의 지분을 기반으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RWA 토큰은 이러한 증권형 토큰은 물론 실물자산과 관련된 다양한 권리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와인에 대한 교환권, 숙박 시설 이용권, 예술 작품의 저작권, 중고 명품의 소유권 등을 기반으로 RWA 토큰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RWA 시장은 초기 단계다. 최근 한 달간 메이커, 폴리메시, 센트리퓨지 등 RWA 테마 토큰들이 각각 47.42% 8.67%, 9.5%씩 가격이 올랐지만, 일각에서는 앞서 말한 이유들로 RWA 토큰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중화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반면, 전통금융에서는 RWA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래리 핑크 회장은 “시장의 미래는 자산 토큰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디지털 결제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며 “이는 디지털 자산 업계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블랙록 역시 주식, 채권 등의 토큰화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가파른 성장세 보이는 RWA 시장∙∙∙현실 장벽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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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RWA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지난해 3,100억 달러를 기록했던 RWA 시장은 2030년까지 16조 달러(약 2경 1,4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또 이더리움 체인기반 RWA 토큰을 갖고 있는 투자자는 지난달 23일 기준 4만 1,300명이다. 이는 불과 1년 전인 1만 7,900명 대비 2.3배 증가한 수치다. 

RWA는 금, 부동산 등 현실세계의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려 토큰화 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실물자산과 연동한 STO과 비슷한 개념다. 다만, 가상자산 업계에서 STO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돼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야 하는 자산을 토큰화하는 것이라면, RWA는 증권이 아닌 자산을 토큰화해 ‘디파이’(DeFi)에 활용한다고 분류하는 편이다. 

토큰화는 ▲유동성 증가 ▲빠른 결제 ▲비용 절감 ▲금융자산의 리스크 관리 개선 등의 장점이 있다. 이는 자산이 쪼개져서 유통되는 단위가 작아지며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효과다. 

특히 RWA는 디파이가 다루는 자산을 다양하게 해준다. 디파이에서는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등 기반이 되는 코인과 디파이 플랫폼의 의결권 등을 갖는 거버넌스 토큰, 스테이블코인 등이 거래된다. 이들은 모두 가상자산의 파생형이다. RWA는 실물자산 기반 토큰을 더해 디파이 세계를 더 풍부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디파이 자체의 안정성을 더할 수 있다. 

한편 RWA의 전망은 장미 빛이지만, 현실에서는 RWA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장벽이 있다. RWA 토큰은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실의 법을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토큰화 했다면 부동산과 관련된 법을 준수해야 한다. 현실의 법률과 상황이 RWA 토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는 대부분의 토큰에 대해서 ‘증권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법률에 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서 RWA 토큰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때, STO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증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에 부딪혀 침체기를 겪었다. 

다행히 RWA 토큰 프로젝트들은 이런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는 분명 잘 참고하여 더욱 발전시킬 만한 부분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법률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상시 염두하고, 이를 유연하게 기술에 반영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타트업투데이=권아영 기자] news@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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