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미래 핵심 기술로 주목∙∙∙경쟁력 키우는 선순환 관계 구축
“AI 반도체 사업 경쟁력 확보 위해 솔루선 역량 키울 방안 모색 필요”
국내 대기업, AI 반도체∙스타트업 투자 통한 기술 경쟁력 제고 집중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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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투데이] 반도체가 4차 산업 혁명의 모든 분야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만큼,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은 생활과 산업 전반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로 여겨진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술 발전은 AI의 성능 향상을 견인한다. 이런 AI의 가능성을 발견한 많은 반도체 기업이 AI 사업에 참여하면서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이 아직 지배적 강자가 존재하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서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정책연구본부 이선재 선임연구원은 보고서 ‘AI 반도체 기술동향과 산업생태계’를 통해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이 타겟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해당 산업 분야에서는 인텔(Intel)이나 엔비디아(NVIDIA) 등과 같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BM) 육성 관점에서 국내 AI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관련 기업이 다양한 AI 반도체 솔루션에서 역량을 키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AI 반도체 중소기업∙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왼쪽부터)텐스토렌트 짐 켈러 CEO와 현대차그룹 GSO 담당 김흥수 부사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왼쪽부터)텐스토렌트 짐 켈러 CEO와 현대차그룹 GSO 담당 김흥수 부사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모빌리티 산업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 확보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은 AI 반도체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나섰다. 갈수록 전자장비(전장)로 변모하는 자동차를 비롯해 모빌리티 산업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기아는 지난달 3일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에 각각 3,000만 달러(약 385억 원), 2,000만 달러(약 257억 원) 등 총 5,000만 달러(약 642억 원)를 투자했다. 앞서 텐스토렌트는 최근 투자금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모집했고 현대∙기아는 이중 50%를 투자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의 중앙처리장치(CPU) 및 신경망처리장치(NPU) 설계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동차뿐만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에 쓰일 맞춤형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다. 

텐스토렌트는 2016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Fabless))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이후 자체 개발한 AI 관련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짐 켈러(Jim Keller)가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애플(Apple)에서는 아이폰에 쓰이는 ‘A칩’, AMD에서는 PC용 CPU ‘라이젠’(Ryzen) 등 고성능 반도체 설계를 주도했으며 테슬라(Tesla)에서도 자율주행 반도체 설계 작업을 이끈 전설적인 엔지니어로 평가받는다. 

텐스토렌트 짐 켈러 CEO는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글로벌 3위 자동차 메이커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을 인상 깊게 지켜봐 왔다”며 “이번 투자 및 공동개발 논의 과정에서 두 회사 간 쌓인 신뢰에 대해 현대차그룹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 담당 김흥수 부사장은 “텐스토렌트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최고의 파트너”라며 “미래 모빌리티에 최적화하면서도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외부 업체와의 반도체 협업 체계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에 고객과 파트너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왼쪽부터)딥엑스 김녹원 대표, LX세미콘 고대협 연구소장,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에 고객과 파트너 1,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왼쪽부터)딥엑스 김녹원 대표, LX세미콘 고대협 연구소장,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 공개∙∙∙레거시 공정으로 확대 계획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Samsung Foundry Forum) 2023’과 ‘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 포럼 2023’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Foundry) 전략을 공개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SAFE 포럼에서 100여 개의 파트너와 ‘고객의 성공’이라는 공동 목표를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설계를 지원하는 PDK 프라임(Prime) 솔루션을 올해 하반기부터 2나노, 3나노 공정 팸리스 고객에게 제공하고 향후 8인치와 12인치 레거시(Legacy) 공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국내 주요 팹리스 기업인 LX세미콘, 리벨리온(Rebellions), 딥엑스(DeepX) 등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AI∙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한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고대협 LX세미콘 연구소장은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대형화, 고해상도∙고화질∙고주사율을 요구하는 동시에 전력 소모량이 적은 제품에 대한 니즈가 늘고 있다”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8인치 협력을 강화하고 향후 12인치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제작된 AI 반도체 아톰(ATOM)이 업계 최고 수준의 GPU 성능과 동급 NPU 대비 최대 3.4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보인다”고 강조했으며 딥엑스 김녹원 대표는 “다양한 엣지 및 서버 AI 응용 분야에 적합한 고성능 저전력 AI 반도체 4종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5나노, 14나노, 28나노 공정을 통해 개발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2025년 모바일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해 2027년까지 고성능 컴퓨팅(HPC), AI으로 응용처를 단계별로 확대하고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Multi Die Integration) 얼라이언스(Alliance)를 출범해 비욘드 무어(Beyond Moore)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공유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대표는 “AI 적용 분야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다양한 개별 서비스에 특화된 엣지(Edge)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고성능 AI 반도체에 특화된 최첨단 공정과 차별화된 스페셜티 공정, 글로벌 IP 파트너사와의 긴밀하고 선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시대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국내 대표 금융사 등과 약 1,000억 원을 공동 출자해 일본, 미국 등 해외 유망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한다(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국내 대표 금융사 등과 약 1,000억 원을 공동 출자해 일본, 미국 등 해외 유망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한다(사진=SK하이닉스)

 

해외에 눈 돌린 SK, 유망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투자 

한편 SK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는 지난 7월 국내 대표 금융사 등과 약 1,000억 원을 공동 출자해 일본, 미국 등 해외 유망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에 투자한다고 전했다. 

앞서 SK스퀘어는 효율적인 반도체 투자를 위해 투자법인 TGC스퀘어(TGC SQUARE)를 설립했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이 공동출자에 참여했다. 공동출자 기업은 SK스퀘어, SK하이닉스와 손잡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투자법인은 1,000억 원을 시작으로 추가 참여를 원하는 기업을 위해 공동출자 기회를 열어 두고 있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안정적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는 첫 투자 대상으로 일본 반도체 강소기업을 검토 중이다. 현재 조성된 투자금의 약 60%를 일본 소부장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미국 등 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최우성 TGC스퀘어 대표는 “글로벌 반도체 인사이트를 가진 SK 주요 관계사와 국내 대표 금융사 등이 해외 공동투자를 통해 국내∙외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유의미한 프로젝트”라며 “글로벌 유수의 소부장 기업과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미래 반도체 기술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투데이=염현주 기자] y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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