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XPO2017 (출처:한국전력공사)

선형적 가치사슬을 대체하는 뉴노멀 경쟁환경의 도래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특징짓는 극단적 경제환경(VUCA)이 도래하면서 경쟁 영역과 경쟁 상대가 모호해지는 등 초경쟁(Hyper-competition)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 보다 범위, 속도, 파급력에서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3D 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의 확산과 이들의 결합에 의해 제품·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함으로써 사물을 지능화하는 초연결 경제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이 부상하고 있다.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하며 인터넷을 토대로 데이터의 교환을 통해 작동이 이뤄진다. 플랫폼은 한계비용과 한계수익에서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 보다 우월하다. 이제 단선적 형태와 '선형적 가치 사슬(linear value chain)'로 대변되는 기존의 파이프라인(pipeline) 비즈니스는 종언을 고했다.

재생에너지, ESS, 전기차 등 일련의 에너지 산업의 변화는 일찍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역사상 가장 중대한 변화로 기록될 것이다. 데이터량만 보더라도 최근 2년간 생성된 데이터량이 선사시대부터 최근 2년을 제외한 전 기간까지 축적한 데이터보다 많다고 한다.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생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163제타바이트(ZB)의 데이터는 해변의 모래알보다 10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Homo Deus)’에서 제시한 데이터 중심사회 즉 데이터교(Dataism)가 현실화 될 것인지 주목된다.

빅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 협약식
빅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 협약식(출처:한국전력공사)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 담론의 대두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당사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구속력을 갖는 ‘파리협정문’이 채택되면서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되었다. 당사국들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기여 방안’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안’을 제시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 확대는 ‘에너지 전환(Energiewende)’의 필수적 정책이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는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향후 지속 불가능함을 전제로 그 대안을 추구하면서 나온 개념이다.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서비스 산업으로의 디지털화는 에너지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왔던 기존의 전력사업 모델의 점진적 축소와 함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시스템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신규 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어려워지는 반면,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은 증가하면서 분산전원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전력부문에서도 산업 간 융복합이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산업 생태계 전쟁’이 시작되었다.

수요자원(DR) 거래시장, 에너지프로슈머, 소규모 전력중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에너지 시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며 보편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현재의 전력공급시스템이 발전사업자→TSO(송전망·계통운영)→DSO(배전망운영)→공급업자→소비자라는 다단계식이라면, 블록체인은 발전사업자→소비자로 중개자가 필요 없는 신개념 시스템이다. 이미 태양광 에너지를 사고팔 수 있는 디지털 화폐(SolarCoin)까지 전력시장에 등장했다.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유틸리티

글로벌 유틸리티의 사업방식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틸리티는 전통적으로 소유 설비를 집중관리하며 전력이라는 상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해 왔으나, 저탄소 정책 확산과 신사업자와 신시장의 등장 및 고객의 욕구변화 등으로 에너지 전환의 패러다임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산업 분야의 글로벌 트렌드는 에너지 전환(Decarbonization), 디지털 전환(Digitalization), 사업 전환(Decentralization), 시스템 전환(Deregulation)이라는 ‘4D의 시대’로 집약된다. 

구글, 소프트뱅크, 애플, 테슬라 등 혁신기업들이 에너지산업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의 부상은 단방향 공급중심의 시장이 고객중시 BTM(Behind the Meter) 즉, 양방향 수요중심의 시장으로 바뀌면서 전통적 전력공급 체계의 파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정부문의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 등에 의거 에너지 전환을 먼저 추진한 유럽 각국의 전력회사들은 기존 발전 사업이나 자원트레이딩 사업을 축소하는 사업구조 재편 또는 성장성이 높거나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자산관리 네트워크, 판매 부분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탐색 등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유틸리티 비즈니스의 변화는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유틸리티로 전환, 에너지효율화 정책 추진, 분산전원(DER) 확산, 타사 설비운영 대행, 맞춤형 고객서비스 강화로 압축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를 이용하는 비즈니스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이 가속될 전망이다. 매킨지(McKinsey)는 유틸리티가 디지털화를 통해 영업이익을 23.2% 향상시킬 것으로 분석했으며, 세계경제포럼(WEF) 역시 ’20년까지 디지털화를 통한 수익이 $1.3조(전력산업 수입의 약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플러스 2017
에너지플러스 2017(출처:한국전력공사)

 

원자의 시대에서 비트의 시대로 진화하는 전력산업

1887년 경복궁 경내에서 7kW의 발전기 3대로 시작한 빛의 역사는 1898년 이 땅에 전력사업을 시작으로 한 세기를 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뤘다. 우리 민족의 부국강병을 염원하며 개혁을 단행했던 광무황제의 꿈이 찬란하게 피어난 것이다. 이 빛은 지난 120년 간 한전인들의 땀과 눈물과 함께 한반도를 밝히면서 전력사(電力史)의 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국가적 어젠다 대두와 8차 전력수급계획, 재생에너지3020 등 정부 정책추진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전을 비롯한 전력산업계도 오늘날의 전력산업에 대해 ▲신기술 확산에 의한 글로벌 경쟁 가속화 ▲전력수요 성장 둔화 ▲고객니즈 다양화 등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한전은 전국적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및 최고 수준의 계통운영 기술력에 ICT를 융합해 'KEPCO 4.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신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Digital Transition & Convergence ▲New Biz Model 창출 ▲국민편익 & Ecosystem 확보의 3대 추진방향 하에 9대 전략과제로 구성하고, 오는 2020년까지 7천640억 원을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에너지 생태계의 마중물 역할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인프라, 종합에너지관리시스템(K-iEMS), AMI 확대 보급 등 미래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에너지 자립섬 등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 오는 2020년까지 8조3,000억 원을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스마트 에너지 시티 조성사업도 추진해 2020년까지 광주전남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16개소와 관공서·학교 4곳 등 20곳에 K-iEMS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국에 산재해 있는 900만본의 전주와 철탑 및 축적해 온 전력사용정보 등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에너지솔루션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플랫폼<사진1>을 마련하여 KEPCO형 융복합 신산업 Biz Model을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서비스·분산전원·EV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통합운영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력설비 최적운영 기술 개발과 IoT·분산전원·ESS와의 연계를 통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구축 등 업무 고도화와 함께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산·학·연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개방형 R&D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에너지4.0 시대를 선도하는 종합에너지박람회인 빅스포(BIXPO)도 개최할 계획이다.

한수원을 비롯한 발전회사들은 원전 또는 석탄에서 연료 다변화를 통해 친환경에너지회사로 변신을 추진하며 분산형 전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탄소 상쇄 숲을 조성하는가 하면, 석탄재 매립장을 신재생 단지로 바꾸고,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상업운전에 돌입함으로써 신기후체제에서 석탄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100기의 소수력 발전설비를 건설하며, 바이오매스와 태양광, 풍력, 조력, 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태양광 벤처사업 개발로 클린에너지 도시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전KDN이 GIS에 ICT기술을 융합해 웹GIS 기반으로 구축한 K-GIS도 활용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기회요인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사회적 가치 창출해야

전력산업은 향후 지속성장을 위한 수많은 기회도 포착하겠지만,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사업영역 다각화를 위해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한 몇 가지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대응 협의체의 내실화와 공동 R&D 및 탄소상쇄사업 추진 등을 통해 전력그룹사 탄소감축을 주도하는 한편, 경제성과 환경성이 조화를 이루는 전력공급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고립된 전력계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북아 에너지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하여 슈퍼그리드 구축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시대의 핫이슈인 EERS, 즉 에너지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의 확산에도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 참여를 통해 불필요한 전력 생산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감축하여야 한다.

또한, 시장(국민)의 수용도를 높여 전기요금 수준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미세먼지 및 원전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내야 한다. 대표 공기업으로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조화를 통해 사회적 가치 구현에 앞장서야 한다. 일자리 창출, 스타트업 육성, 지역균형 발전 등 국가성장 정책 실행을 구체화하고, 한전공대 설립과 함께 에너지밸리 확장도 추진해야 한다. 기존의 융복합 신산업과 R&D, 친환경 기자재와 전력ICT 및 HVDC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을 통해 상생발전의 시너지를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전력산업의 디지털화는 발전과 소비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프로슈머와 함께 에너지 민주화를 촉진시킬 것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정착시키는 제도적 장치로 작동할 것이다. 산업발전의 주춧돌로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주역인 한전은 세계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서두르고 있다. 전 세계 24개국에서 추진 중인 36개의 프로젝트가 KEPCO글로벌 에너지벨트를 완성해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를 견인하여 단순 전력공급회사를 넘어 플랫폼 공급자(platform provider)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TOP 에너지 기업으로 우뚝 서서 하나된 비전으로 새로운 120년을 열어나갈 것이다. 

한전이 추진중인 에너지 플랫폼 ‘패키지형 산업플랫폼’
한전이 추진중인 에너지 플랫폼 ‘패키지형 산업플랫폼’ (디자인:스타트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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