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시계, 16인의 벤처 투자 전문가들이 저술한 벤처 투자 입문서
테헤란로 북클럽, ‘투자의 시계’ 공저자 3인 참여
오픈토크, 28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space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돼
수많은 청중 함께하며 성황리에 열려

(왼쪽부터)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협회장,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테헤란로 북클럽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 참여했다.
(왼쪽부터)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협회장,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이 테헤란로 북클럽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 참여했다.

[스타트업4] 벤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필수다.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투자금을 바탕으로 큰 성공을 일궈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벤처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벤처 기업들을 위해 국내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16인이 나섰다. 이들이 저술한 『투자의 시계(엘컴퍼니)』는 벤처 투자에 대한 모든 것을 질의응답 방식으로 풀어냈다. 공저자들의 업력은 총 400~500년에 달한다. 책에서는 이들이 오랜 기간 벤처업계에서 축적해온 노하우를 총 7 챕터에 걸쳐 정리해 놓았다. 

이 16인의 공저자 중 3명이 독자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마련했다. 28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테헤란로 북클럽에 『투자의 시계』의 공저자인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협회장,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가 참여했다. 행사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space에서 개최됐으며, 오픈토크의 모더레이터로는 유태양 NAMU 대표가 나섰다. 

오픈토크의 모더레이터로 나선 유태양 NAMU 대표
오픈토크의 모더레이터로 나선 유태양 NAMU 대표

- 모더레이터: 벤처캐피털 대표들이 투자를 고려할 때, 참고하는 지표는 무엇인가? 그 지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투자를 받는 회사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회장이 ‘오픈토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회장이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 참여했다.

◆ 창업, 무작정 도전하기보다는 준비된 창업해야

도용환 회장: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올해로 창업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활발한 투자활동을 해왔다. 20년 전 벤처캐피털로 시작했다가 PF에 집중했고, 작년 7월 벤처캐피털로 분사했다. 벤처캐피털은 그 성격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하고, PF는 PF다운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분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직접 창업했으며, 20년간 5조 원 가까이 펀드레이징하며 운용 중이다. 스스로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벤처투자에 관해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성공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요즘은 과거와 비교해 지원도 많아졌고, 정부도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 투자회사도 과거보다는 자금이 풍부해져 투자 재원도 많아졌다. 투자를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성공해야 한다. 

예전 중소기업청에 여러 번 반복해 청년사관학교에 많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호한 돈을 쓰기보다는 청년사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국립농수산 대학은 60세의 나이에도 입학할 수 있다. 국립농수산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의 연소득은 1억 원 이상이다. 국립농수산대학 졸업생들처럼 창업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에 무작정 도전하기보다는 준비된 창업을 해야 한다.

- 모더레이터: 성공한 투자, 성공한 기업의 특징은 얼마나 좋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느냐로 봐야 하나?

◆ 창업자, ‘인내심·집착’은 필수!

도용환 회장: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집착과 함께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물론 기업이 성장하고 난 후에는 시장 지배력도 중요하지만, 벤처기업 단계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벤처캐피털을 하기 전에는 금융권에서 일했다. 그 후, 벤처기업을 만들었다. 기술자, R&D 인력, 마케팅 전문가를 모아 성공한 회사를 만든 사례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이들을 이끌어가는 경영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 모더레이터: PE(사모형 투자, Private Equity) 입장에서 투자를 단행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보나?

오픈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 참여한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

정장근 대표: 최근에는 VC와 PE의 투자 영역과 시점이 겹치지만, 전통적으로 VC는 창업 초기 단계인 early stage에 투자하고, PE는 뒷 단계인 성숙 이후 단계 기업에 투자한다. PE는 돈이 땀을 흘리며 일할 수 있게 한다. 기업은 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어느 정도의 단계에 이르면, 정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 PE가 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PE들도 성숙 기업에 대한 투자에 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숙 기업은 저성장을 지속하기 때문이다. 
벤처 기업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성장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망한다. 그래서 지속성장이 가능한 모델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근간은 사람이다. 

- 모더레이터: 엔젤투자, 시리즈 A·B 등을 나누는 결정적 차이는 무엇인가? 벤처기업은 엔젤 투자자, 씨드 투자자에 따라 다른 IR 피칭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협회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KVCA) 협회장이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벤처캐피털, ‘성공 요인’ 1가지 보고 투자 단행 

정성인 협회장: 우리나라에 벤처캐피털이 도입되기 전부터 시작해서 벤처캐피털에 30여 년간 몸담아왔다. 최근 10년 동안은 심사역으로서의 경험이 많진 않다. 스크린 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벤처에 투자할 때, 심사 기준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매니지먼트, 팀 등을 말한다. 두 번째로는 기술, 세 번째로는 시장을 본다. 어떤 시장인지, 수익성이 좋은지, 성장하는 시장인지,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인지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그 회사의 재무상태, 정부의 규제, 라이선스 비즈니스 등을 살핀다.
개인 투자자인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이들이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사람이 믿을만한지를 보고 투자한다. 그래서 개인 투자를 말리는 편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고, 투자하고 싶어하면, 사람을 보고 투자하라고 한다. 
시드투자는 초창기에는 기술과 프로덕트가 관건이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할 때는 성장하는 분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바이오 등이 최근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IT 버블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벤처캐피털은 실패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 굉장히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가지고 수익성 좋은 사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50억 시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투자하지 않는다. 
시리즈B 이상 단계로 가면, 그로스 캐피털이라고 하는데, TF 영역과 겹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자금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등 투자 심사 기준이 바뀐다. 사람 중심에서 수익률 중심으로 기준이 변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벤처 투자를 할 때는 기업이 성공하지 못할 요인이 99가지에 달한다. 그럼에도, 성공할 수 있는 요인 1가지를 보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이다. 

- 모더레이터: 도용환 회장에게 질문하겠다. VC와 PE가 투자할 때 기준이 다를 것 같은데, 이 부분에 관해 내부적인 고민을 하나?

◆ 투자,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도용환 회장: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작년 분사 이후, 미션을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것이 벤처캐피털 본래의 모습이다. 여러 직급의 심사 인력들에게 모든 일에 대해 서로 의논하라고 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초기 기업 투자금이 400~500억 원으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한 것을 외부인에게서 듣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 현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10~20년 전에는 심사 인력들의 백그라운드는 주로 엔지니어였다. 지금은 약사, 의사, 음대 졸업생, 미대 졸업생, 디자인 전공자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다양한 사람이 유입된 만큼 넓은 시각으로 기업과 사회 분위기를 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그로스 캐피털 단계, 100~500억 사이의 투자는 본부에서 하고 있으며,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기업, 수천억 원대의 큰 단위의 투자에는 일부 관여한다. 회사 규모와 단계에 따라 투자를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는 결국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투자할 때, 투자받은 사람이 어느 정도의 신뢰를 보일 것인지, 약속을 지킬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모든 투자에서는 계약을 한다. 계약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대기업으로 갈수록 약속과 신뢰, 계약은 중요한 이슈가 된다. 

- 모더레이터: 주변의 벤처 심사역들이 소위 말해 “숫자가 안 나오는 회사가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량적 수치가 좋지 않은 회사에 투자해 성공한 사례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안다. 케인즈가 얘기한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 그것이다. 사업모델만 고려했을 경우에는 투자가 불가능해도 본능과 충동에 이끌려 투자한 적이 있나? 그리고 그 투자가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정장근 대표: 우리는 절대 그렇게 투자하지 못한다. VC는 그렇게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방탄소년단의 경우처럼 한두 분의 촉과 감으로 투자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촉과 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을 더해 투자한다. PE 영역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성인 협회장: 투자해서 안 되는 분야인데, 감각적으로 투자했다가 성공한 특별한 사례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투자를 했는데, 투자의 본래 목적의 사업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업이 이익을 내는 경우가 있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에 투자한 것도 같은 경우다. 원래는 지노게임즈에 투자를 했는데, 프로젝트 펀드에 투자한 후, 20억 원 정도의 남은 투자를 블루홀에 매각시켰다. 그리고 블루홀 주식을 받았다. 이후, 지노게임즈가 실패한 뒤, 그 팀들이 새로운 후속작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배틀그라운드다. 배틀그라운드가 큰 성공을 거두며, 많은 수익을 얻었다. 배틀그라운드를 보고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선견지명이 있어서 투자한 것이 아니라 창피한 점도 있지만, 개발팀이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 

테헤란로 북클럽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는 많은 청중이 함께했다. 
테헤란로 북클럽 '투자의 시계: 오픈토크'에는 많은 청중이 함께했다. 

[스타트업4=임효정 기자] hj@startup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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